세월호 쟁점 피하고 민생행보? 김무성의 '한 수'
이완구에 협상공간 확보해주고 청와대와 관계형성 '두마리 토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정기국회를 앞둔 시점부터 민생행보에 전념하고 있다. 스스로는 침체된 경제를 살려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최우선이라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에서는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6일과 28일 연이어 부산을 방문한 데 이어 27일에는 경기도 과천시의 한 주민센터를 방문해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민생현장 점검에 나섰다. 이후에도 노동계와 재계를 잇따라 방문하고, 서민 임대주택을 둘러보는 등 민생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김 대표 측 핵심관계자는 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당 대표는 민생을, 원내대표는 국회를 책임지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민생 행보에 집중하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와 껄끄러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소지를 사전에 방지하고 당 대표로서 민생이라는 보다 큰 국민적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세월호특별위원회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와 특별법 처리 문제는 하나의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특위에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을 증인으로 요구하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특별법 문제 해결에 나설 경우 청와대와 껄끄러운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당 대표 임기 초기에 청와대와 관계가 틀어지면 전당대회 이후 숨 죽이며 지내고 있는 친박계에게 공격의 빌미를 줄 소지도 다분하다. 하지만 민생 행보를 택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물론 청와대와 껄끄러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특별법 문제에서도 거리를 둘 수 있다.
또 하나는 협상의 주체인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협상공간을 확보해주는 것과 동시에 야당을 압박해 세월호 국면을 벗어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철도파업은 정치적 문제였지만, 세월호는 법적인 문제가 더 크기 때문에 두 개를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또 명백히 협상의 주체는 원내대표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김 대표가 나설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간 김 대표의 행보를 살펴봐도 본인이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이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경향이 강했다.
지난 8월 18일 세월호유가족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김 대표는 “지금 원내대표간 협상이 무르익어가고 있으니까 여러분의 뜻을 잘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본인의 역할을 ‘협상’이 아닌 ‘소통’으로 무게추를 실은 것이다.
여야 원내대표간 2차 합의가 이뤄진 지난달 19일에도 김 대표는 “이 원내대표가 그동안 너무 큰 고생을 하고 어렵게 합의본 내용을 추인해주는 게 여당으로서 할 일”이라며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불만을 목소리를 잠재워 재합의안이 추인되는 데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김 대표가 협상에 개입할 의지가 있다고 해도 뚜렷한 명분을 찾기가 힘들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세월호 참사 발생 당시 당 대표가 아니었고, 전당대회 이후에는 코앞에 닥친 7·30 재보궐선거에 집중했다. 특별법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아직 파악이 안 됐다”며 거리를 뒀다. 더구나 현 상황이 여당에게 크게 불리하지 않기 때문에 무작정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협상 테이블에 올라서기도 애매하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나서는 순간 이 원내대표가 협상을 제대로 이끌어오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게 되고, 이로 인해 양측 관계에 균열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또 특별법은 한순간의 판단 미스로 여당에게 대형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김 대표가 먼저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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