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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 기둥’ 김종규, 2002 부산 서장훈 향기


입력 2014.10.04 08:21 수정 2014.10.04 08:24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아시안게임 이란과의 결승에서 하다디 상대로 투지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야오밍 막던 서장훈 떠올라

한국-이란 결승전에서의 김종규는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야오밍을 막던 서장훈을 떠올리게 했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빅맨들은 언제나 고달팠다.

열악한 상황에서 고군분투해야 했지만 노력에 비해 빛을 발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오히려 지기라도 하면 가장 먼저 비판을 뒤집어써야 하는 게 대표팀 빅맨들의 운명이었다. 전성기의 김주성이 그러했고, 그 이전에는 서장훈도 마찬가지였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준결승까지 빅맨들은 동네북이었다. 문태종-조성민이 버틴 슈터진이 전술의 중심이 되는 상황에서 빅맨들의 골밑 장악과 개인능력은 번번이 도마에 올랐다. 그나마 꾸준히 활약한 오세근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빅맨들은 기복이 심한 플레이로 질타를 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3일 이란과의 결승에서 고비를 넘긴 힘은 바로 빅맨들에게서 나왔다. 이란이 자랑하는 괴물센터 하메드 하다디(218cm)를 막기 위해 한국의 빅맨들이 보여준 투지와 몸싸움은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었다. 아시아에서는 적수가 없다던 하다디는 이날 한국을 상대로 3쿼터까지 6점에 묶이며 이전과 같은 위협적인 골밑 장악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김종규의 막판 활약은 결정적이었다. 유재학 감독은 오세근이 5반칙 퇴장당하고 이란에 역전을 허용한 상황에서 공격력 보강을 위해 김종규만 싱글 포스트로 두는 스몰라인업 전략을 선택했다. 하다디가 있는 이란을 상대로 도박에 가까운 승부수였다.

이란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날 컨디션이 좋던 바라미 대신 4쿼터 들어 하다디에게 볼이 투입되는 빈도가 늘어났다. 하다디가 포스트업과 세컨 리바운드에 이은 득점을 뽑으며 패색이 짙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김종규도 밀리지 않았다. 몸을 사리지 않는 밀착수비로 하다디의 슛을 저지하는가하면 찬스가 나자 공격에서는 과감한 덩크슛을 꽂아 넣으며 분위기를 띄웠다. 73-75로 추격한 종료 40초 전에는 하다디를 앞에 두고 동점골을 넣었고 반칙에 이은 추가 자유투까지 얻어냈다.

김종규의 활약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76-75로 역전에 성공하고 수비 상황에서 김종규는 이란과의 볼 경합 중 흐른 볼을 슬라이딩으로 거머쥐며 가슴에 볼을 끌어안았다. 이날 경기의 흐름이 한국 쪽으로 기우는 결정적인 분수령이었다.

이날 김종규의 모습은 2002년 서장훈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서장훈은 부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중국의 에이스 야오밍을 상대로 격투기에 가까운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며 한국의 승리에 결정적 수훈을 세웠다. 이날 경기 막판 하다디를 상대로 보여준 김종규의 투지와 열정도 당시의 서장훈에 뒤지지 않았다.

김종규는 이날 활약으로 서장훈-김주성의 뒤를 잇는 국가대표팀 빅맨의 간판주자로 자신의 능력을 분명히 입증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부터 프로 데뷔와 정규리그 우승, 신인왕, 농구월드컵 출전, 그리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이어지는 화려한 커리어를 통해 1년여 사이 그동안의 농구인생을 살아온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과 성장을 이뤄냈다.

김주성이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지금, 김종규는 향후 10년 가까이 이종현-오세근 등과 함께 한국농구의 골밑을 책임져야할 기둥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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