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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인의 중얼거림이 진실인 이상호의 '다이빙벨'


입력 2014.10.06 23:51 수정 2014.10.07 09:06        부산 = 데일리안 목용재 기자

'다이빙벨' 내용 보니 "호스가 잘렸어" "테러하려 해"

객관적 증명 없이 '그들끼리의 의혹제기' 이게 진실?

인터넷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티저 포스터 화면 캡처.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상영을 두고 논란이 거듭됐던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이 6일 CGV 샌텀시티점에서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야기 구성의 객관성에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다이빙벨’은 세월호 참사 당시 ‘다이빙벨’ 투입을 두고 벌어진 논란 속에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를 ‘영웅화’하고 그의 발언을 여과 없이 내보내고 있다. 한마디로 ‘사기꾼’으로 지탄받고 있는 이 대표를 변호하기 위한 ‘이종인 헌정 다큐’나 다름없다. 또한 여러 가지 의혹을 벌려놓고 이를 규명하려는 시도조차 보이지 않는다.

다큐의 이야기는 주로 이종인 대표의 입을 빌려 전개되기 때문에 편향적인 측면에서 ‘다이빙벨’을 조명하고 있다. 특히 당시 세월호 실종자 구조를 진행하고 있던 정부 측의 해명·반박 입장을 형식적인 방법으로조차 다루고 있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다큐에서 정부의 입장을 전하는 인물은 세월호 실종자 유가족들에게 둘러싸여 “현재 수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함께 힘을 합쳐 실종자 수색에 나서겠다”고 해명하는 이주영 해수부장관과 김석균 해경청장뿐이다.

이 장면에서 이 장관과 김 청장은 유가족들의 수많은 지탄을 받으며 제대로 된 답변도 하지 못한 채 묵묵부답인 모습, ‘무능한 관리’로 비춰진다.

특히 이 다큐가 강조하고 있는 점은 이종인 대표는 ‘영웅’이자 ‘의인’이었다는 점이다. 자비 1억5000만원을 들여 알파기술공사 구조장비를 동원해 현장에 왔는데, 정부에 의해 내쳐졌다가 세월호 가족을 위해 다시금 팽목항으로 귀환하는 모습은 극적이다.

이 대표는 “(정부가 다이빙벨 투입을 막는 상황이) 한 마디로 개같다. (따로 상부에서) 막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이러면 안 되지”라며 울먹인다.

이 대표는 “실종자가 구조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유일한 구조는 다이빙벨 뿐”이라면서 “늦었더라도 다이빙벨 투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에서 다이빙벨 투입을 막고 있는 이유는 이게 들어가면 그동안 정부가 했던 말이 ‘공갈’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다큐는 몇 가지 확인되지 않은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관객들에게 ‘음모론’을 주입시키고 있다.

다큐는 이 대표가 다이빙벨의 공기주입 호스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손상된 호스를 발견하자 “(호스가 누군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잘린 것 같아. 모르겠어”라고 말하는 대목을 내보낸다. 이에 앞서 다큐는 정부가 이 대표의 수색작업 참여를 막고 있다는 내용을 연이어 내보냈다.

또한 이 대표가 정부 혹은 해경 관계자에게 현장에서 구타를 당했다는 의혹도 제기하면서 “형님(이 대표)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는 이상호 기자의 문자를 같이 보여준다. 여기에 “30여년을 바다에서 보냈는데 무섭다”라는 이 대표의 말까지 덧붙인다.

지난 4월 25일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바지선에 다이빙벨을 싣고 세월호 침몰 현장으로 나서기 전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다큐는 많은 의혹을 펼쳐뒀지만 정작 이를 명확히 규명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투스타(소장)가 와서 우리(알파잠수기술공사) 바지선을 철수하라고 말했다”,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했다”는 이 대표의 말을 그대로 전하면서도 해당 발언을 한 사람의 정확한 인적사항이나 명확한 출처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오직 이 대표의 전언일뿐이었다.

이날 현장에서 다큐를 관람한 한성식 일반인유가족대책위 부위원장은 ‘데일리안’에 “다큐란 것은 누가 봐도 명확해야 하는데 이 다큐로 인해 더욱 많은 의문점들이 생겨버렸다”면서 “철수하라고 말했던 투스타가 누구였는지는 왜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부위원장은 “일반인들이 영화자체만 본다면 정부의 외압이 실제 있었던 것처럼 느낄 것 같다. 영화만 보면 이 대표와 이상호 기자는 의인이나 다름없다”라면서 “유가족의 입장에서 다큐는 ‘실패했다고 말하라’라고 한 사람, 투스타가 누구인지를 밝혔어야 했다. 한쪽으로 쏠린 내용이라 국민 분란이 일어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한 부위원장은 “정부도 이런 의혹에 대해 밝혀야 일반인들이 현재 상황을 올바르게 볼 수 있다”면서 “일반인 유가족 측에서는 해당 다큐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결론은 내리지 않은 상황이지만 우선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다큐를 관람한 최공재 독립영화감독도 “진실은 없었고 이상호 기자와 이 대표의 주장만 있었다”면서 “객관적인 시각은 1초도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은 다큐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감독은 “증거는 없고 증언만 넘쳐나는데, 그 증언조차도 너무 작위적이다”라고 덧붙였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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