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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코'가 이상호에게..."다큐만들 생각 말고 영화 만들라"


입력 2014.10.07 16:36 수정 2014.10.07 17:23        데스크 (desk@dailian.co.kr)

<'다이빙벨' 감상기>언론 왜곡 외치며 사실 왜곡

진실 파헤친다는 다큐에서 신뢰도만큼 중요한게 있을까

세월호 침몰사고 2주째인 지난 4월 29일 오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에서 3명의 잠수사가 들어간 다이빙벨이 물속으로 투입되는 테스트가 진행된 뒤 나오고 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지난 4월 25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바지선에 다이빙벨을 싣고 세월호 침몰 현장으로 나서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시작부터 침울하다.

바닷속에 잠긴 철제 구조물들과 거친 소리들. 웅장한 사운드가 함께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듯한 메시지를 던지며 타이틀이 나타난다.

정신 없는 카메라 워킹 속 사복 경찰관들과 해경 관계자들을 붙잡고 질문공세를 펼치는 이상호 기자의 모습이 팽목항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언론이 왜곡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이 기자와 다이빙벨 잠수장비를 활용하면 구조를 손쉽게 할 수 있지만 정부에서 막는다고 주장하는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대표는 의기투합하여 우여곡절 끝에 다이빙벨로 구조작업을 시작하지만 결국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하고 실패, 철수하게 된다.

후에 이 대표는 정부의 외압이 있었으며 살해협박까지 받아 철수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한 실종자 아버지가 아들을 떠올리며 눈물 흘리는 모습을 배경으로 엔딩크레딧이 올라간다.

영화 ‘다이빙벨’은 누구나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에 상영 전부터 갑론을박이 많았고 유가족들의 상영금지가처분 신청까지 이어지면서 부산국제영화제 최대 이슈로 자리 잡게 되었다.

상영이 끝난 후 모두들 숙연해 질 수 밖에 없었던 영화임은 분명했지만 사실 영화적 완성도로만 보자면 아쉬운 부분이 너무나 많다. 이 기자는 자신이 취재했던 내용들로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예술 매체를 선택했지만, 안타깝게도 영화 다이빙벨은 단지 하나의 기록영상의 틀을 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라는 장르 자체가 사회적 이슈와도 많이 맞물려 있다 보니 상징성도 무시하지 못하지만 아시아 최대 영화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하기엔 너무나 부족하게 느껴졌다.

다큐멘터리라는 특성상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점을 파헤쳐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엔터테인먼트적인 영화를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적어도 진실하고 신뢰성 있는 파헤침이기를 기대했었다.

다큐멘터리 제작의 기본 원리로 자리 잡은 '키노 아이' 이론에 따르면 '인식하지 못하게 영상화 되어야 하며, 촬영된 하나의 사건이 확실하게 완전히 보존되어 객관적으로 표현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이러한 이론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사실 기록 외에 어느 정도의 연출이나 의도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들고 편집하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고 어느 정도 통용된다는 (개인적인) 입장이지만, 적어도 온 국민이 가슴으로 울었던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왜곡된 언론의 횡포를 고발하겠다는 영화였다면, 적어도 이 곳에서 만큼은 철저하게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했어야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바를 관철시키기 위해 한 쪽으로 치우치고 왜곡된 영화를 보여주는 자충수를 두었다는 느낌이다.

그 어느 다큐멘터리보다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했어야 했지만 철저히 이 기자와 안해룡 감독 그리고 이종인 대표의 주관적인 시점으로 보인다. 사실 주관적인 시선 자체의 문제보다는 증거 없는 의혹들만 난무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영화 '다이빙벨'은 갖가지 의혹에 둘러싸여 현재 사기꾼으로 낙인 찍혀 있는 이종인 대표의 증언을 통해 흘러가지만 모조리 일방적인 증언일 뿐 어떠한 증거도 찾을 수 없는 '카더라'를 통한 음모론에 가까웠다.

다이빙벨 설치과정에서 손상된 고무호스를 누군가 일부러 잘랐다고 주장하지만 그에 대한 어떠한 조사나 감정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다이빙벨 투입과정에서 살해위협을 받았다는 주장과 위험할 것 같다고 하는 문자 메시지들에는 모두 이종인 대표의 증언만 있을 뿐 아무런 증거를 찾을 수가 없어서 그 증언 자체의 신빙성을 떨어뜨린다.

이 대표는 영화 마지막 부분, 다이빙벨을 철수한 이후에는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지만 후에 진행된 영화 속 인터뷰에서는 '투 스타(소장)가 와서 바지선을 철수하라고 말했다',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했다'는 증거 없는 개인의 주장만을 늘어놨다.

마치 안개 속의 공포를 다뤘던 영화 '미스트'의 엔딩이 생각날 정도로 주체 없고 불분명한 공포의 대상에게 협박당했다는 증언을 통한 갖가지 의혹을 만들어 놓고 제대로 매듭짓지 못했다는 게 이 영화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신뢰도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진실을 파헤치겠다는 다큐멘터리에서 말이다.

또한 이 영화의 신뢰도가 낮게 느껴지는 데는 전문성이 결여된 인터뷰들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이 대표의 주장대로 다이빙벨이 획기적인 수단이었으나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 의한 탄압으로 제대로 구조 활동을 하지 못했던 거라면 그걸 증명해 줄 수 있는 어떤 해외 전문가들의 인터뷰이들이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었을 거라 본다.

하지만 논리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인터뷰가 극 초반 관객들의 마음을 동화시키는 데에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자꾸만 의구심을 들게 만들어 영화 전체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는 생각이다.

영화 자체로 보자면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많이 있었지만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의도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이 기자의 취지는 물론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허점투성이고 관객들이 신뢰하지 못하는 다큐라면, 게다가 큰 사회적 논란을 만들어 내기만 할 뿐이라면, 차라리 유가족들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에 손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또한 이 기자는 상영 후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영화적 완전성은 주장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다이빙벨이 사회고발영상이 아니라 하나의 영화라는 점이 씁쓸한 기운을 남긴다.

‘화씨 9/11’과 ‘식코’를 연출했던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는 성공적인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한 연설에서 “다큐멘터리를 기획하여 만들 생각 말고 영화를 만들어라, 이야기 전달의 방법으로 영화라는 멋진 예술 매체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고 했다.

다큐멘터리이기 이전에 영화가 먼저라는 얘기다.

글/오현민 독립영화감독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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