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머라이어 캐리, 이 정도면 ‘관객 모독’이다


입력 2014.10.09 12:05 수정 2014.10.11 10:29        이한철 기자

11년 만에 내한공연, 기대와 달리 성의 없는 자세 일관

가창력 저하 넘어 소음 수준..관객들 개기월식 보며 위안

머라이어 캐리 ⓒ 예스컴

기대했던 ‘팝의 여왕’ 머라이어 캐리(44·Mariah Carey)의 내한공연은 결국 ‘대참사’로 막을 내렸다. 이처럼 초라하고 허무했던 팝스타의 공연이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할 정도로 모든 게 엉망이었다.

8일 공연이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 공연장 주위에는 11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 디바를 영접하기 위해 모여든 1만 2000여 팬들로 열기가 뜨거웠다. 다소 쌀쌀해진 날씨였지만, 세계적인 스타를 영접한다는 기대감으로 들뜬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첫 곡 ‘판타지(Fantasy)’부터 팬들의 기대감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설마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던 팬들도 ‘터치 마이 바디(Touch My Body)’ ‘이모션(Emotion)’ 등이 이어지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간간히 나오던 돌고래 창법은 안쓰러울 정도였다. 7옥타브를 넘나드는 가창력으로 전 세계를 호령하던 머라이어 캐리는 이제 한낱 신기루에 불과했다.

공연 전부터 조짐이 없었던 건 아니다. 앞서 열린 일본 공연에서도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입방아에 올랐고, 최근 남편과의 불화로 좀처럼 음악에 집중하지 못했다. 14집 앨범 ‘미. 아이 엠 머라이어디 일루시브 샨투스(Me. I Am Mariah.. The Elusive Chanteuse)에서의 목소리도 과거와는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자연스러운 가창력의 저하를 탓할 순 없지만, 최소한의 준비와 리허설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듯했다. 리허설도 이처럼 성의 없이 하진 않을 듯싶었다. 머라이어 캐리는 내내 음을 낮춰 불렀고, 코러스에 묻어가려 하는 모습도 역력했다.

공연 후반 가창력을 회복하는 조짐이 있었던 건 머라이어 캐리가 이 공연에 얼마나 무성의하게 임했는지 반증한다. 오히려 후반 살짝 보여준 가창력은 립싱크가 의심됐다. 그만큼 머라이어 캐리의 목소리는 들쑥날쑥했다.

그래도 단 한 곡 정도는 건질 수 있겠지 하며 자리를 지킨 관객들은 ‘마이 얼(MY ALL)’의 반주가 나오자 크게 환호했지만, 그 또한 익히 알고 있는 음색이 아니었다. 같은 곡인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기존의 CD로 듣던 ‘마이 얼’을 그 자체로 남겨두지 못한 게 안타까웠다.

다행인 건 머라이어 캐리의 명곡인 ‘아윌 비 데어(I'll be there)’ ‘비전 오브 러브(Vision of Love)’ ‘원 스윗 데이(One Sweet Day)’ ‘히어로(Hero)’등을 이날 부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관객들과 소통하려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다소 뜬금없었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를 끝으로 공연이 막을 내렸지만, 머라이어 캐리는 이렇다 할 인사도 퍼포먼스도 없이 무대 뒤로 사라졌고,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흔히 아티스트는 앙코르 공연을 미리 준비하지만, 이날은 그조차도 없었다.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이 거의 없다 보니 무대에 다시 오르는 것도 적절해 보이진 않았다. 관객들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개기월식을 머라이어 캐리 덕분에 볼 수 있었다”며 씁쓸한 미소를 머금으며 발길을 돌렸다.

2010년 휘트니 휴스턴 또한 목소리가 갈라지고 불안한 고음 처리로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긴 바 있다. 하지만 적어도 휘트니 휴스턴은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했고, 그런 그에게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머라이어 캐리의 무대와 동일시되긴 어렵다.

11년 전에도 성의 없는 무대로 구설에 올랐던 머라이어 캐리가 과연 한국 팬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한편, 머라이어 캐리는 1990년 발표한 셀프 타이틀 앨범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전 세계적으로 2억 2000만 장이 넘는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무려 18곡을 빌보드 1위에 올렸다. 그래미상도 5개나 들어 올렸다. 이번 내한공연은 지난 5월 발표한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한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펼쳐졌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한철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