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이석우 "장치 없어 감청 협조할 수 없어"
<법사위>"법만 지키면 유저들 이해할 거란 생각 자체가 안이" 사과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가 16일 검찰의 감청 영장 협조 요청과 관련해 “감청 장비가 없어서 감청요구에 협조할 수도 없다”며 향후 감청 영장에 대한 불응 결정에 다시 한번 힘을 실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4시 서울고등검찰청 및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시스템적으로 카카오톡 대화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가령 감청 장비를 설치해 가능케 할 수있다 해도 현재로서는 감청 장비를 설치할 의향도 전혀 없다”며 이같은 발언을 재차 반복했다.
이날 여야는 이 대표가 앞서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감청영장 불응’을 선포한 데 대해 확연한 이견을 드러냈다. 여당이 살인, 성폭력, 간첩행위 등 강력범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까지 거부하는 것은 준법정신에 어긋난다는 입장인 데 반해, 야당은 다음카카오가 그동안 압수수색 형태로 과거 대화 내역을 제출한 것조차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수사기관이 적법한 절차와 이유로 영장을 들고와도 자료를 주지 않겠다는 건가”라고 묻자, 이 대표는 “그 동안은 강력범죄에 대한 수사에 협조하는 의무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메시지를 5~7일치씩 보관해서 수사기관에 제공했다”며 “하지만 이런 방식이 우리 사용자들에게 불안감을 주기 때문에 법 해석을 엄격히 해서 감청 요구에 협조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특히 “법률을 엄격히 해석하면 우리가 감청 장비를 준비 해놓고 영장에 협조해야하지만, 현재 장비도 없고 앞으로도 설치할 계획이 없다”면서 “과거에 자료를 제출했던 것이 위법이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이제는 우리가 (자료를) 드리고 싶어도 드리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이 “막연히 국민이 불안해한다는 이유로 유괴, 간첩사범 수사를 위한 카톡내용도 안 주겠다니, 공무집행방해로 처벌받아도 그러겠느냐”고 묻자 이 대표는 “현행법에 협조에 대한 구체적 방법이 적시되지 않아서 실시간 감청 장비를 서버에 붙이지 않는 한 감청에 응하는 것 자체가 안된다. 그래서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치 못한다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같은 당 홍일표 의원은 기업인의 준법정신을 근거로 이 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홍 의원은 “그동안 자료를 제공했던 방식이 위법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그런데 이미 카카오톡이 실시간 모니터링이 안된다고 확인이 됐는데, 일반 국민들이 다분히 오해에 의해 불안해 한다는 이유로 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기업의 사회적 의무 중 첫째는 준법경영”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대답은 변함이 없없다. 그는 “감청영장 부분은 해석의 여지가 워낙 커서 엄격히 해석하면, 감청 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과거의 방식으로는 제공하지 못 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동안은 협조 의무를 따랐지만, 그간의 사태를 보니 국민들과 사용자들이 너무 불안해하셔서 (감청 요구에 불응하겠다)”고 못 박았다.
야 “일주일치 대화 내역 모아서 제공한 것도 잘못”
반면 야당 의원들은 “감청은 둘째 치고, 자료를 제공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을 쏟아냈다. 감청 영장에 대해 압수수색 형태로 협조한 것부터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카톡 압수수색은 몰카와 똑같다. 일주일치를 모아서 갖다바치는 것에는 실시간 대화한 것이 다 들어가 있었다”며 “세월호 참사에 대해 침묵시위하자던 여대생이 카톡 내용을 압수수색 당하고 지인 600명과 대화 나눈 것까지 털렸다. 압수수색이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이어 “작년과 올해 압수수색 영장만 4700건이다. 왜 그 많은 카톡 유저들이 떠나겠느냐”며 “유병언 건을 압수수색 했다고해서 정작 유병언을 잡았느냐. 감청은 둘째고 압수수색부터 문제다. 살인범, 강간범을 잡아야 하는 건 맞지만 그걸 핑계로 국민들을 다 털고 이게 도대체 뭐냐”라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이 대표는 “과거에는 5~7일치 데이터를 모아서 제공했지만, 이제는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2~3일로 기간을 줄였다”면서 “법 제도적으로도 미비점이 있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사업자의 의무사항을 규정해주고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강화하는 쪽으로 고려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우윤근 의원 역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고 발언한 이후 이틀만에 대책회의를 열고 상시 모니터링을 이야기했다. 이건 너무 한 것 아니냐”며 “감청영장에 대해 대화내역 일주일치를 모아서 제공한 것 역시 잘못된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 대표는 “구체적 사안에 대해 내가 언급할 일은 아니지만, 그로 인해 국민과 이용자들이 불안해한다는 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이용자 보호에 대한 생각이 부족했다고 판단해서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전해철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 대표가 대화 내역을 제출한 것을 “잘못된 관행”으로 지칭하면서 “앞으로 이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되물었고, 이 대표는 “그렇다”고 답한 후, “우리가 법만 지키면 유저들이 믿어줄거라 생각했던 내 인식 자체가 안이해서 생긴 문제다. 앞으로는 유저들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고 다시 신뢰를 얻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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