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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개헌 제지했지만 구심점 잃은 친박이 ‘글쎄...’


입력 2014.10.23 08:45 수정 2014.10.23 08:50        조성완 기자

서청원, 최경환, 이정현 모두 구심적 역할과는 거리 멀어

2인자 키우지 않는 박 대통령 스타일이 불러온 아픈 현실

지금은 사라진 정당 '친박연대'. 청와대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 봇물’ 발언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당내 친박계의 결집을 의도했지만, 구심점을 잃은 친박계가 제 역할을 해낼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청와대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 봇물’ 발언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당내 친박계의 결집을 의도했지만, 구심점을 잃은 친박계가 제 역할을 해낼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고 있다.

친박계는 지난 6·4지방선거와 7·14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사실상 와해됐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평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당내 경선에서 친박계 후보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와해의 신호탄을 쐈다. 이어 전당대회에서 ‘친박계의 큰형’으로서 당권에 도전했던 서청원 최고위원마저 비주류인 김무성 대표에게 패하면서 상황은 더욱 암울해졌다. ‘박근혜정부’를 탄생시킨 주역들이 정권이 출범한지 2년도 지나기 전에 당권을 빼앗긴 것이다.

친박계가 주춤한 이유로 당내에서는 ‘뚜렷한 구심점’이 없다는 것을 가장 우선적인 원인으로 꼽고 있다.

비박계로 꼽히는 한 중진 의원은 최근 ‘데일리안’과 만나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친박계가 당권을 잡고 당을 이끌어가야 할 때이지만 김 대표에게 당권을 빼앗겨 버렸다”면서 “뚜렷한 구심점이 없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만 쓰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홍준표 경남지사도 ‘SBS라디오’에 출연해 “친박이라는 계파는 정권 초기 반짝했다가 지난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와해가 돼버렸다”며 “정권 출범하고 난 뒤에 친박계의 중심이 되는 인물도 없고, 또 친박계 전체를 끌어갈만한 동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친박계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좌장’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당을 떠나거나 칩거에 들어가면서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서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패배로 정치적 타격을 입은 이후 건강을 이유로 공식 석상에도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정권 출범 초기 친박계를 이끌었던 최경환 의원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당에 영향력을 발휘하기에는 다소 거리가 먼 상황이다. 7·30 재보궐선거를 통해 화려하게 국회에 복귀한 이정현 최고위원은 아직까지 친박계를 이끌어가기에는 ‘중량감’이 부족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는 “2인자를 두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이 빚어낸 결과”라는 평가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지난 2010년 의원 시절 세종시 문제로 김 대표와 갈등을 빚을 당시 “친박에 좌장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 중 친박계 인사가 없다는 점도 이 같은 평가를 뒷받침하는 증거 중 하나로 꼽힌다. 비박계에서는 김 대표를 비롯해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 등이 차기 대권주자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반면 친박계 대권주자는 전무하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이 자신의 후계자를 길러내지 못한 게 오늘날 친박계의 와해를 불러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내 한 관계자는 2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박근혜’라는 큰 구심점을 잃은 친박계 인사들이 뒤늦게 자기정치를 시작한 것과 달리 최소 재선 이상의 비주류 인사들은 그동안 다져놓은 기반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라며 “친박계 내에서 한 사람이 뚜렷하게 두각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비박계가 여러모로 앞서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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