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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테이블도 줄이고", 웃음꽃 여야 대표회동


입력 2014.10.29 16:04 수정 2014.10.29 16:08        김지영 기자

지난해 9월 이후 13개월 만에 대통령, 여야 지도부간 회동 성사

진지한 분위기 속 서로 이해·경청하며 쟁점 현안들 전반적 논의

29일 국회 본회의 시정연설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대표들과 회동을 가진 뒤 회동장소인 귀빈식당을 나오고 있다. ⓒ데일리안

29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간 회동이 얼어붙은 정국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형식은 정부 수반과 여야 대표단간 회동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박 대통령과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간 관계 회복을 위한 자리나 다름없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마친 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 새정치연합의 문 위원장, 우윤근 원내대표, 백재현 정책위의장과 약 1시간 동안 회동을 가졌다. 청와대에서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정무수석비서관이 배석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에도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와 회동을 가졌으나 각종 현안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회동은 정부 여당과 야당간 갈등을 돋우는 계기가 됐고, 민주당은 회동 후에도 장외투쟁 등을 이어가며 연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하지만 이날 회동은 지난해와 달리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자리도 통상 대통령을 기준으로 왼쪽에 야당, 오른쪽에 여당 대표가 앉으나, 이날 회동에서는 김 대표의 제안으로 여야가 자리를 맞바꿨다. 상석 개념의 오른쪽 자리를 야당 대표에게 양보한 것은 김 대표 나름의 배려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회동에서는 검찰의 사이버사찰 논란과 방산비리, 세법 개정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안들도 진지하게 논의됐다. 문 위원장의 다소 날카로운 지적에 박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고, 김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야당 지도부와 자주 만나 대화하길 요청하기도 했다.

발표문도 없었던 지난해, 덕담 주고받은 올해

이날 회동은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간 덕담으로 시작됐다. 먼저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라고 테이블을 줄인 것 같다”면서 “아까도 말했지만 국회에 오니까 감회가 새롭다. 테이블이 조그만 해서 오순도순 안 할 수가 없겠다. 마음을 열고 좋은 대화를 나눴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경제활성화, 재정건전화 정책 등과 관련해 야당의 협조를 요청하며 “여야가 항상 입장 차이가 있고 다르지만 여야 모두 국민을 위해서, 존재의 이유가 국민을 위해서 있는 것이니까 어떻게든 경제를 살리기 위해 머리를 맞대면 해결 못할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문 위원장은 “국무총리가 대독하는 관행을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깨주고, (대통령이) 직접 시정연설은 해줘서 고맙다. 잘한 일”이라며 “남은 임기에도 앞으로 계속 꼭 해주길 바란다. 삼권분립에서 정부로부터 국회가 대우를 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또 동의보감의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則不痛 不通則痛, 통하면 아프지 않을 것이요 통하지 못하면 곧 아픔이다)’이라는 문구를 인용, “국가도 유기체인데 기와 혈이 통하면 병이 나지 않는다’, 그 말이 굉장히 좋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같은 기회가 자주 여러 번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회동 초반에는 무엇보다 김 대표의 중재가 돋보였다. 문 위원장이 ‘초이노믹스’를 언급하며 “듣기 거북하더라도 우파(좌석 위치) 쪽 얘기를 많이 들어주기 바란다”고 요청하자 김 대표는 “문 위원장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오늘은 야당에서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문 위원장을 거들었다.

지난해 회동에서는 국가정보원 댓글사태,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 등을 둘러싼 김 대표의 사과 요구와 이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반박이 반복되면서 시종일관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졌었다. 결국 김 대표는 회동이 끝난 뒤 박 대통령을 ‘불통령’,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지칭하며 연일 회동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사이버사찰 등 쟁점 현안 전반적 논의…김무성 “아주 이야기는 잘 됐다”

이날 회동에서는 민생법안, 방산비리, 보육예산, 세법 개정,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연기 등 각종 쟁점 현안들이 전반적으로 다뤄졌다. 주 의장과 백 의장은 회동이 끝난 뒤 귀빈식당에서 합동브리핑을 갖고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주로 말하고,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는 주로 경청했다”면서 이 같이 전했다.

특히 방산비리와 관련해 백 의장은 “새정치연합은 자원외교, 4대강 사업, 부실방위사업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입장 개진이 있었고, 박 대통령은 방산비리에 대해 강력한 수사의 필요성을 밝혔다”고 말했다. 브리핑이 끝난 뒤 백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수사의뢰를 하겠다고 했다”고 부연했다.

양당 정책위의장에 따르면 검찰의 사이버사찰 논란과 관련해서도 문 위원장은 “합법적인 감청은 국가 유지를 위해 필요하나 그 범위를 넘는 과도한 감청은 절대 허용돼선 안 된다”고 말했고, 이에 박 대통령과 여당은 공감을 표시했다. 또 문 위원장은 박 대통령에게 정부 차원의 대북전단 살포 제지를 요청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캐나다, 호주와 채결한 FTA와 관련해 국회의 조속한 비준을 요청했다. 이에 문 위원장은 적극 협조하되, 축산농가 보호를 위한 후속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른바 세월호 3법과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은 신속한 처리를 요청했고, 여야는 진지하게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원내 최대 현안인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서는 양측간 이견이 노출되기도 했다. 주 의장은 “김 대표가 요청한 공무원연금 연내 개혁과 관련해서는 새정치연합 측에서 개혁의 필요성은 모두 공감하나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충분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기를 계기로 경색됐던 정국도 다소 완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상생정치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던 청와대와 야당간 소통의 부재가 이날 회동에서 일정 부분 해소됐기 때문이다. 특히 문 위원장의 요구에 김 대표가 상당 부분 공감을 표했다는 점에서 향후 여야관계 개선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주 의장은 이날 회동 분위기와 관련해 “진지하고,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진지하고 평온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김 대표도 회동을 마치고 당대표실로 복귀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야당에서) 강한 주장도 많이 나왔고, 이해하는 부분도 많았고, 아주 이야기는 잘 됐다”고 평가했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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