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머니볼’ 히어로즈와 이장석, 종착역은?
2009년 현금트레이드 당시 "5년 뒤 우승" 선언
삼성 시스템 야구와 넥센 프런트 야구의 끝장 승부
지난달 31일 넥센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이 결정된 순간, 관중석에서 누구보다 기뻐한 이가 있었다. 바로 넥센 히어로즈의 이장석 대표였다.
이날 이장석 대표는 자신의 직책을 잠시 내려놓은 뒤 야구를 즐기는 팬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넥센의 대포가 터질 때마다 어퍼컷 세리머니로 크게 환호하는가 하면 선발 투수 소사가 호투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오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자 그는 냉정함을 되찾고 더그아웃으로 내려가 염경엽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의 손을 맞잡으며 한국시리즈에서의 선전을 주문했다.
지난 2008년 이장석 대표가 프로야구계에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의 성공을 믿는 이는 사실상 제로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모기업이 없는 유일한 프로구단. 게다가 재정마저 탄탄치 않아 KBO 가입금 문제에 봉착했고, 급기야 주축 선수들을 현금 트레이드 방식으로 팔아치우며 팬들의 십자포화를 맞기도 했다.
이장석 대표는 지난 2009년 12월, 모 매체와의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그가 던진 말은 “계획대로라면 2014년에 우승권에 접근할 수 있다”였다. 막 장원삼, 이현승, 이택근 등의 현금트레이드가 이뤄진 직후라 그의 발언은 적지 않은 파장을 낳았다. 그로부터 5년 뒤, 이장석 대표의 말은 현실이 되려 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넥센은 큰 시행착오 없이 순항하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최하위로 처지며 대표적인 약체로 자리 잡는가 싶었지만 곧바로 대포군단으로 중무장, 지난해 정규시즌 3위에 이어 올 시즌에는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영웅군단이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재정적 문제도 이제는 안정권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이장석 대표는 뒤에 앉아서 지휘하는 타 구단 대표들과 달리 직접 발로 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모습만 놓고 보면 영락없이 메이저리그 단장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그의 별명 또한 ‘빌리 장석’이다.
‘빌리 장석’ 이장석 대표가 프로야구에 던진 메시지는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는 대기업들의 이미지 마케팅 도구로 여겨지던 프로야구가 수익형 구조를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인물이다.
그렇다고 이장석 대표가 오로지 돈만 좇는 것은 아니다. ‘거포’라는 확실한 팀 컬러를 구축한 넥센은 9개 구단 중 가장 개성 있는 팀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의 빌리 빈 단장이 출루율에 기인한 선수 수집으로 유명해졌다면, 넥센은 OPS(출루율+장타율),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 등에 무게를 실었다.
2005년 LG 1차 지명 선수였던 거포 유망주 박병호를 비롯해 윤석민, 이성열이 넥센에 이적했고, 롯데에서 건너온 김민성은 몸집을 불려 힘을 얻었다. 현금 트레이드 파동이 불거졌을 당시 상종가를 치던 강정호를 끝내 지켜 지금의 거포 유격수로 발돋움 시킨 것 또한 이장석 대표의 혜안이라 할 수 있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넥센은 4연패에 도전하는 최강 삼성과 맞대결을 벌인다. 최근 프로야구의 트렌드로 떠오른 ‘프런트 야구’와 ‘시스템 야구’의 대결로 점철되는 한국시리즈다. 5년 전, 아무도 믿지 않았던 “2014년 대권 도전”이라는 야심이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지 마지막 승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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