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아니면 어때? 역대 최고 기록 '나쁜 녀석들'
OCN 역대 최고 시청률 기록 '승승장구'
탄탄한 스토리·연기·연출 호평세례
인신매매·납치·연쇄살인범. 극악무도한 흉악범들도 이들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나쁜 놈'을 가차 없이 박살내버리는 '나쁜 녀석들'이 안방극장을 장악했다.
지난달 4일 첫 방송한 케이블채널 OCN '나쁜 녀석들'은 조직폭력배(마동석), 사이코패스(박해진), 살인 청부업자(조동혁) 등 '나쁜 놈'들이 모여 강력범죄를 저지른 '더 나쁜 놈'들을 소탕하는 이야기로 인기를 얻고 있다.
드라마는 4회(3.1%·4.5%)와 5회(평균시청률 3.8%·최고 4.6%/닐슨 코리아·유료플랫폼 가구 기준)에서 OCN 역대 최고 시청률을 잇따라 경신했다. 19금 케이블 드라마치고는 꽤 높은 시청률이다.
VOD 매출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CJ E&M이 지난달 3주차 주간 VOD 매출을 집계한 결과 매출 2억원을 올렸다. 이는 올해 방영된 CJ E&M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높은 매출이다.
드라마는 그야말로 '나쁜 녀석들' 위주로 흘러간다. 이들은 망설임이 없다. 판단이 빠르고 행동은 민첩하다. 공권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미제사건의 범인을 잡으면 감형을 받는 조건으로 사회악들을 때려눕힌다.
'나쁜 녀석들'을 이끄는 형사 오구탁 역은 김상중이 맡았다. 출세에는 관심 없고 나쁜 놈들을 잡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악랄한 캐릭터. '미친개'로 불리는 그는 과거 연쇄 살인범에게 딸을 잃고 스스로 짐승이 된다. "우리가 잡아야 할 이들은 짐승이다. 그런데 우리는 사람이다. 짐승은 짐승으로 상대해야 한다"고 말한 장면에서는 살기가 느껴진다.
하드보일드 수사극이라는 장르 탓에 드라마에는 다소 잔인한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칼을 휘두르자 피가 튀기는 장면, 각목으로 나쁜 놈의 머리를 내리치는 모습, 온몸을 부러뜨리는 소리 등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자극한다. 바닥에 피가 흥건하게 고인 장면은 매회 나올 정도다.
그런데 이상하다. 눈살이 찌푸려지기는 커녕 속이 뻥 뚫린 것 같은 쾌감이 밀려온다. 범죄자인 '나쁜 녀석들'이 멋있게 보일 정도다. 범죄자를 미화한다는 논란을 안고 출발했음에도 인기를 얻고 있는 건 대한민국 공권력이 못 해주는 걸 이들이 속 시원하게 처리하기 때문. 배우들이 느끼는 기분도 비슷하다.
앞서 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상중은 "시사 프로그램을 7년 넘게 진행해 오면서 미제 사건이 많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는 이런 사건이 없다. '나쁜 녀석들'이 알아서 해결해주기 때문에 대리만족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시청자도 마찬가지다. 홈페이지에는 "배우들이 나쁜 놈들을 주먹으로 칠 때 가슴속이 시원하다", "현실에선 바라기 힘든 상황이라 판타지 같은 게 있다", "공권력의 무능력과 한계를 꼬집는 작품"이라는 소감이 줄을 잇는다.
드라마의 한 관계자는 "'나쁜 녀석들'이 나쁜 놈들을 응징하는 내용에서 시청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며 "무서운 남자들이 성장하고 변모하는 과정도 흥미롭다"고 인기 비결을 분석했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나무랄 데 없다. 김상중은 소름 돋는 눈빛 하나만으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로 "유턴 한번 잘못하면 평생 길 찾아 헤매다가 저 세상 가는 게 사람 인생이라고", "사람들이 돈과 명예만 좇으면서 사는 게 정상적인 거라고 말하는 이때, 우리 같은 놈들도 좀 있어야지"라며 대사를 내뱉을 땐 보는 사람마저 움찔하게 한다.
마동석, 조동혁, 박해진의 재발견도 큰 수확이다. 특히 마동석은 남성팬들의 열렬할 지지를 받으며 '역대급 캐릭터'로 올라섰다. 화려한 액션 없이 표정 하나, 목소리만으로도 '수컷'의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것. 남자들의 진한 의리는 마동석한테서 나온다고 할 정도.
살인청부업자 역인 조동혁은 액션 연기가 일품이다.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강한 남성성을 표현하며 캐릭터와 어울린다. 여릴 것만 같았던 박해진은 사이코패스로 분해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알 듯 모를 듯한 캐릭터의 내면을 풍부한 내면 연기로 무난하게 소화하고 있는 것. 다만 강예원(유미영)의 부자연스럽고 딱딱한 연기는 옥에 티다.
매회 빠르게 전개되는 사건 역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여기에 탄탄한 이야기와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긴장이 풀릴 즈음이면 나쁜 놈들은 이미 바닥에 놔 뒹굴고 있다. 영화 같은 드라마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하다.
지상파 드라마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반사전 제작 시스템을 적용해 완성도를 높인 것도 인기 요인이다. 관계자는 "이미 대본이 탈고된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해 후반 작업이 수월했다"며 "드라마 중반부에 이미 촬영을 끝마쳐 종방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런 시스템 덕분에 이야기의 개연성이 매끄러웠다"며 "만듦새가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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