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주연작 '하이파이브' 6월 개봉 논의
배우 리스크는 오랫동안 한국 영화산업에서 흥행을 뒤흔드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해왔다. 주연 배우의 논란은 곧 작품 자체의 운명을 가르는 치명적 요소로 간주돼 제작사와 투자사들은 어쩔 수 없이 '위험 요소 제거'를 위해 개봉 연기나 편집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최근 개봉한 영화 '소방관'에 이어 '승부'가 주연 배우 리스크를 안고 있음에도 흥행에 성공, 영화계가 리스크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사례를 만들었다.
지난 달 26일 개봉한 '승부'는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된 유아인이 주연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편집 없이 그대로 상영됐다. 프로모션 과정에서는 배우의 존재를 지우되 작품의 완성도와 앙상블, 감독의 연출력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우회했다.
김형주 감독과 이병헌을 비롯 범죄를 저지른 유아인에 관한 생각이나 당시 심경들을 솔직하게 밝히며 애써 지우려 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영화가 배우 개인의 한 명으로 좌우되는 운명으로 치부되기에는 많은 스태프들의 노고와 시간, 많은 자본들이 투입된 공동의 작품임을 강조했다.
이에 관객들은 배우 개인보다 영화의 질적 측면에 집중하며 완성도와 배우들의 연기에 호평을 내놨다.
이러한 전략은 '소방관'에서도 통했다. 이 영화는 2020년 촬영을 마쳤으나 2022년 주연 배우 곽도원의 음주운전 사건 이후 개봉이 보류됐고, 오랜 고민 끝에 2024년 12월 정식 개봉했다. 개봉 당시 곽경택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곽도원을 향해 "아주 밉고 원망스럽다.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감독이나 제작사가 문제의 당사자를 비호하지 않고, 스스로 책임과 선을 규정하는 방식은 관객과의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데 핵심적인 장치로 작용했다는 시선이다.
결과적으로 소방관은 손익분기점 250만 명을 훌쩍 넘긴 38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창고 영화라는 낙인과 배우 리스크를 동시에 넘어서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6월 유아인의 또 다른 주연작 '하이파이브'가 개봉을 논의 중에 있다. 이 작품은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인물의 이야기다. 유아인 외에도 이재인, 안재홍, 라미란, 김희원이 주연을 맡아 멀티 캐스팅 구조로, 특정 배우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이는 서사 중심의 전개와 캐릭터 간 앙상블을 강조함으로써 배우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데 앞서 두 작품보다 유리한 조건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영화가 스타 한 명에 의지했던 '배우 중심 구조'에서 '창작 공동체 중심 구조'로 나아가는 흐름이 긍정적으로 읽힌다. 이는 임기응변식 사건 수습이 아니라, 반복될 수 있는 리스크를 대중의 정서에서 바라보고, 작품의 다양성과 완성도를 중심에 두는 산업적 문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 셈"이라며 "지금의 한국 영화계는 제작에 투입되는 고정비용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개봉 지연이 마케팅 예산 손실과 투자금 회수 지연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은 산업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