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비명' 마트 규제에 단통법, 도서정가제까지
“도서정가제는 소비자 후생의 감소뿐만 아니라 출판 자체도 감소시킬 것”
정치권에서 소비자를 무시하는 ‘대형마트 규제법’, ‘단통법’ 등을 내놓고 여기에 ‘도서정가제’시행까지 앞두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소비자 권익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는 경제정책을 정치권이 나서서 오히려 소비자들의 권익을 무시하는 정책을 내놓는 주객전도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21일부터 시행되는 도서정가제는 그동안 19%까지 할인이 가능했던 신간 도서, 무제한 할인이 가능했던 구간도서(출간 후 1년 6개월이 지난 책) 모두 15%까지만 할인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골자다.
저렴한 가격에 책을 구입할 수 있었던 소비자들은 더 이상 ‘폭탄세일’ 같은 혜택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책을 정기적으로 즐겨 읽는 소비자들은 앞으로 예전처럼 책을 마음껏 살 수 없다는 현실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 씨(32)는 ‘데일리안’에 “가뜩이나 박봉인데, 새로운 책이든 옛날에 나온 책이든 책을 읽는 재미로 여가를 보냈는데 이제 내 여가비마저 늘어났다”면서 “단통법 때문에 휴대폰 교체할 때 제값을 다주고 샀는데 이젠 책 구매하는데도 비싸게 주고 사야할 것 같다. 정부 정책이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했다.
이 씨는 "오늘까지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할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정부 정책 때문에 책 사재기를 하라는 말인가"라고 토로했다.
'happ****'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도 "단통법 그렇고 도서정가제도 그렇고 왜 정부가 이렇게 시장경제에 간섭하고 날뛰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면서 "로비인가? 아니면 이 정부 자체가 통제를 하려고 그러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20일 소비자들의 권익보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컨슈머워치'의 이유미 사무국장에 따르면 이번 도서 정가제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대상은 학생들이다. 2011년과 2013년의 성인과 학생 독서량(문화체육관광부의 2013년 독서실태조사)을 비교해보면 같은 기간 성인의 독서량은 0.7권이 감소했지만 학생들은 8권이 증가했다.
도서정가제는 이 같이 독서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학생들에게 제동을 거는 행위나 다름 없다는 지적이다.
이유미 사무국장은 "도서정가제는 중소상인 살리자고 소비자한테 피해를 전가하는 행위"라면서 "특히 신간보다 구간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그 피해가 가장 크다. 더욱이 그동안 도서정가제 예외 품목이었던 초등 참고서까지 포함됐다"고 꼬집었다.
이 국장은 ‘중소서점 보호’라는 취지에서 도서정가제가 도입됐다는 점에 대해 “중소서점의 퇴장은 도서 할인 경쟁이 아니더라도 이미 예견된 사실”이라면서 “도서정가제는 기술의 발전에 따른 산업의 변화를 거스르다보니 비효율적인 기업을 시장에 잔류시키고 그 비용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국장은 ‘도서정가제’의 도입이 출판업계의 규모조차 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도서정가제는 소비자 후생의 감소뿐만 아니라 출판 자체도 감소시킬 것”이라면서 “(할인이 규제돼) 재고처리가 어렵게 됐으니 무명작가나 신인작가들의 출판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도서정가제는 3년마다 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불황이라는 출판시장이 3년을 버텨낼지 의문”이라면서 “출판시장을 살리는 길은 도서정가제 폐지다. 가격 규제를 없애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고 출판의 기회가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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