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국 “북, 건설적 대화 의지만 보이면 6자회담 가능”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4일 러시아 외무차관과 회담 후 발언
북한이 북핵 6자회담에 건설적인 대화를 하겠다는 표시만 보이면 회담 재개가 가능하다는 정부의 입장이 나왔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3일(현지시각) 6자회담 전망에 대해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서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행해나갈 수 있다는 강력한 표시만 해주면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황 본부장의 이날 발언은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 차관과 회담한 뒤 나온 것으로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진정성을 갖고 회담 중간이나 이후에 추가 핵실험 등 도발 행위가 없다는 확신이 들 때 회담 재개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황 본부장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데는 러시아와 중국도 동의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일부에서 이해하는 것처럼 북한이 1에서 10까지의 구체적 어떤 조치들을 다 취해야 하고 그 다음에야 우리가 대화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핵화에 대한 진지함이 완전히 결여된 상태에서 무조건 대화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심지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라며 “그렇다고 어떤 구체적 조치가 모두 이행돼야만 대화를 하겠다는 뜻도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서 건설적 방향으로 이행해 갈 수 있다는 강력한 표시를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본부장은 이어 “북러 관계가 최근 활발해지고 있지만, 러시아는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확고한 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계속 고도화하는 데 대해 우리 측과 깊은 우려를 공유하고 있고 이를 차단하기 위해 시급하게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데도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황 본부장은 지난달 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러시아를 방문한 이후 북러 간 정상회담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에 대해 “가능성은 있다고 봐야 하지만 아직 구체적 시기가 정해진 것으로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황 본부장은 “러시아는 중국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다룰 것으로 본다”면서 러시아가 중국에 앞서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날 모르굴로프 차관과 회담 직후 귀국한 황 본부장은 4일 오후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만나 방러 결과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성 김 특별대표는 4일 방한해 한국에서의 일정을 소화한 뒤 8일 일본, 10일 중국을 잇달아 방문할 예정이어서 6자회담 재개 조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