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기자 드라마의 두 얼굴…'힐러' vs '피노키오'


입력 2014.12.11 08:39 수정 2014.12.11 08:46        부수정 기자

같은 소재 다른 이야기…사건·로맨스 더해

주연·제작진· 스토리에 따라 성패 갈려

KBS2 월화드라마 '힐러'와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는 기자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각 드라마 포스터. ⓒ KBS· SBS 제공

"언론이란 무엇인가?"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와 KBS2 '힐러'는 큰 물음으로 시작하는 작품이다. 두 드라마 모두 언론과 기자 이야기를 다룬다.

하루에도 수백 건의 똑같은 기사가 양산되고,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보도가 쏟아져 나오는 요즘 언론의 민낯을 반영해서 일까. 기존에 선보인 기자 드라마보다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기자 드라마가 성공하기란 어렵다. 기자라는 직업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드라마로 만들기엔 극적 장치나 효과 등이 풍부하지 않다. 한 마디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요소가 부족하다.

지난 2008년 방영된 MBC '스포트라이트'는 기자 드라마의 실패를 보여주는 단적인 작품이다. 톱스타 손예진과 지진희가 기자로 분해 열연했으나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기자 세계를 제대로 그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대중의 공감을 얻는 데도 실패했기 때문.

이에 한동안 기자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해 방영한 tvN '나인'에선 주인공 이진욱과 조윤희가 방송국 기자로 등장했지만 기자 드라마로 보긴 어렵다.

여러 우려에도 방송을 시작한 '피노키오'와 '힐러'의 공통점은 기자를 소재로 했지만 주인공들의 로맨스를 녹였다는 점이다. 청춘스타들이 그려내는 로맨스는 한국 시청자들에게 먹혔다. 여기에 극의 큰 줄기가 되는 사건을 주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 긴장감과 흥미를 유발했다.

지난달 12일 첫 방송한 '피노키오'에선 청춘스타 이종석과 박신혜가 방송국 수습기자로 분했다. 두 배우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갖췄다. 뽀얀 얼굴에 빨간 입술, 그리고 훤칠한 키. 여기에 사명감까지 있다. 이종석을 보노라면 '현실에 저렇게 멋있는 기자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박신혜도 마찬가지다. 변기 물에 머리를 감고, 세수를 못 한 얼굴인데도 참 예쁘다. 두 기자가 그리는 알콩달콩 로맨스는 시청자들이 빠져들게 한다. 배우들이 대변하는 청춘의 모습도 인기 요인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밀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고, 또 좌절하는 청춘은 공감을 자아낸다.

김영섭 드라마 본부장은 "'피노키오'는 방송사 사회부 기자들의 이야기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춘들을 담는다"며 "기자보다 청춘들의 성장에 주목했다"고 강조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혜련 작가의 취재력도 인기에 한몫했다. 박 작가는 1년 넘게 기자 생활을 취재했다. 이종석은 "박 작가의 취재력이 워낙 뛰어나다"며 "현실감 있게 만든 작품"이라고 자신했다.

출연 배우들도 캐릭터를 위해 다큐멘터리나 관련 시사 프로그램 등을 보며 준비했다. 박신혜는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게 사실은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화두를 던진 게 통한 것 같다"고 인기 비결을 말했다.

KBS2 월화드라마 '힐러'와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는 기자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스틸 사진. ⓒ KBS· SBS

9일 첫 방송한 '힐러'는 스타기자와 연예부 기자를 전면에 내세웠다. 드라마는 1992년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흐른다. '모래시계 세대의 자녀들'이 부모가 만들어놓은 세상에서 과거의 매듭을 풀고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다.

배우 유지태가 거대 언론사 사주의 친동생이자, 기자들이 선망하는 스타기자 김문호로, 박민영은 '똘끼충만' 인터넷 연예신문 기자 채영신으로 분했다.

첫 방송에서는 시청률 7.8%(닐슨코리아·전국 기준)를 기록, 전작 '내일도 칸타빌레'의 종영 시청률 4.9%를 뛰어넘었다.

특히 송지나 작가는 1회부터 언론과 기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날 문호(유지태)는 해고반대 시위현장에서 분신자살을 시도한 노동자에게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문호가 파업 현장에 등장하자 사람들은 그를 주목했다.

그는 해고 반대에 맞서 분신자살을 시도한 노동자가 있다는 얘기에 병원으로 향했다. 다른 매체들은 회사의 기자회견에 집중했지만, 문호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였다.

문호가 도착한 병원에는 분신한 노동자와 가족이 있었다. 가족은 흐느꼈고 전신화상을 입은 노동자는 "우리 이야기를 들어달라. 회사의 해명은 거짓"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문호는 "늦게 와서 죄송하다"며 손을 잡았다.

이후 문호는 생방송 뉴스에서 노동자의 사연을 전하며 자책했다. "저도 기잔데 이제야 그분을 만났다. 산업 해고 사태는 우리 취재 대상이 아니었다. 그분이 석유를 뿌리고 불을 붙인 첫째 이유는 우리 때문이었다. 우리 기자들이었다."

극 후반부에 80년대 대학생들이 민주화 운동을 하며 외친 한 마디도 언론의 참된 역할을 주문했다. "이상한 것 따지지 않고 수상한 것 까지 않으면 그것이 언론이냐? 개지."

같은 소재로 했지만 '피노키오'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박민영은 "'피노키오'가 보도에 초점을 맞췄다면 '힐러'는 사건 중심"이라고 말했고, 지창욱은 "'힐러'에는 통쾌한 액션이 가미돼 있어 '피노키오'보다 분위기가 밝다"고 전했다.

유지태는 "1992년 혼란기 시대에 겪은 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그려진다"며 "아픈 역사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드라마"라고 했다.

결국에는 기자라는 소재보다 공감 가는 이야기와 개연성 있는 전개가 드라마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부수정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