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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도 못꺾는 '허니버터칩 열풍' 그 이면에는...


입력 2014.12.17 09:17 수정 2014.12.17 09:53        하윤아 기자

유례없는 품귀에 인터넷 직구에다 직접 만들기까지

기존 광고보다 SNS 버벌 효과가 인기 견인 사례

해태제과가 올해 8월 출시한 '허니버터칩'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자료사진, 오른쪽 군중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데일리안

부산 금정구에 사는 전모 씨(26)는 지난 12일 허니버터칩을 구매하기 위해 마트 오픈 한 시간 전에 인근 마트로 달려갔다. 주변 마트에서 허니버터칩을 판매하고 있고, 이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줄을 서야 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엄동설한에 마트 앞에 줄을 섰지만, 물량 부족으로 그는 결국 쓴 웃음을 짓고 빈 손으로 돌아섰다.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고공 상승 중이다. 짜고 자극적인 기존 감자칩과 달리 달콤한 맛으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탓에 ‘품귀’ 현상이 발생한 지는 이미 오래다.

해태제과가 올 8월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새로운 형태의 감자칩은 2년 전 일본 제과업체 가루비에서 ‘포테이토칩스 행복버터’라는 이름으로 선을 보인 바 있다. 당시 일본에서는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해태제과는 이 제품을 착안해 가루비와 합작, 국내 감자칩 시장을 공략했다.

출시 직후에는 미지근한 반응을 얻었던 허니버터칩이 이제는 부지런히 나서지 않으면 맛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귀한 음식이 됐다.

전 씨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허니버터칩을 우연히 먹어보게 됐는데 너무 맛있었고 또 제 주변사람들이 (맛을) 궁금해 하니까 같이 먹어보려고 사러 간 것”이라며 “줄을 서고 있는데 갑자기 마트 직원이 와서 저를 가리키며 ‘여기서부터 허니버터칩을 구매할 수 없으니 돌아가라’라고 해 결국 못 샀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전 씨는 “제 앞 사람들을 보니 모두 두 봉지씩 들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트는 허니버터칩을 사가려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두 봉지로 구매를 제한하고 있다더라”라고 덧붙였다.

‘허니버터칩 수배’ 인터넷 사이트 통한 직거래 성행

유례없는 품귀 현상에 최근에는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구매하겠다는 소비자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조모 씨(27)는 인터넷 직거래로 허니버터칩을 1만원에 거래했다.

조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허니버터칩을 먹고 싶은 생각은 다들 있는데 워낙 안 나오기도 하고 구하기도 힘들어 인터넷 구매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송까지 약 일주일이 걸렸다는 그는 “직접 주변 마트 10군데 정도를 돌아봤는데 물량도 없고 구하기도 어려웠다”며 “그런데 인터넷 사이트에 구매한다는 글을 올리니 판매하는 사람들에게서 자주 연락이 왔고 훨씬 쉽게 구할 수 있었다”고 했다.

허니버터칩 추적 인터넷 사이트 화면캡처.

이처럼 허니버터칩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은 판매 장소, 직거래 정보 등을 공유하기 위한 이른바 ‘추적 사이트’ 개설까지 이어졌다.

실제 국내 한 포털사이트에는 ‘허니버터칩 수배’라는 영어 표현을 딴 추적 사이트가 생겨났고, 소비자들은 해당 사이트를 통해 제품을 사고파는 등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체품 ‘행복버터칩’도 덩달아 인기…직접 만들어 먹는 조리법까지

갈수록 구매가 어려워지자 소비자들은 대체상품을 찾아 대리만족을 느끼거나, 직접 제품을 만들어 먹는 식의 방법도 꾀하고 있다.

먼저 나왔던 일본 제과회사의 유사 제품을 해외 배송으로 받아보는가 하면, 일본 제품의 추적 사이트까지 개설해 제2의 품귀 현상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일본 제품은 현재 ‘행복버터칩’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덩달아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밖에 소비자들은 집에서 쉽고 간단하게 허니버터칩을 만들어 먹는 방법을 블로그나 카페 등에 게재하고 있다. 시중에서 파는 다른 종류의 감자칩에 버터와 꿀을 가미해 조리하는 간편한 방법에 허니버터칩과 비슷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에 더해 일부 소셜커머스와 유통업체 사이트도 허니버터칩 조리법을 공개하면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허니버터칩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면서 가게 영업에까지 지장을 주자 일부 편의점과 슈퍼마켓은 출입문에 ‘허니버터칩 없음’이라는 문구를 붙여놓는 사례까지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구로구의 한 편의점 매대에 '허니버터칩 없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는 모습. ⓒ데일리안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 허니버터칩 인기에 한 몫

이 같은 허니버터칩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에 따른 소비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16일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소셜미디어 컨설턴트)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SNS상의 노출이 훨씬 더 광고 효과가 있다는 통계가 있다”며 “특정 제품에 대해 기존 광고를 볼 때와 SNS상에서 주변인이 추천한 광고를 볼 때 피부에 와 닿는 게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내 주변 사람이 인증한 제품’이라는 모종의 신뢰감이 형성돼 제품의 구매욕을 상승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연예인이나 사회 저명인사들의 인증사진도 지속적으로 올라오면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시키고 있다.

유 대표는 “TV나 신문 같은 이른바 전통적 매체에 대한 광고 로열티가 적어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앞으로 기업에서는 표적화된 사용자 분석에 따른 SNS 공간에서의 마케팅 전략을 점차 심화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 같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SNS 채널에서 이 같은 경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소셜 미디어 본연의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마저 보일 정도로 현재 기업에서는 굉장히 공격적으로 SNS에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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