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대한항공 명칭 회수? 상표법상 불가, 소송 걸면 필패


입력 2014.12.17 13:27 수정 2014.12.17 16:57        박영국 기자

브랜드 40여년간 사용해 식별력 명확…상표등록무효심판시 법적 근거 희박

소위 ‘땅콩 리턴’ 사건으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갑의 횡포에 대한 비판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앞에 빨간색 신호등이 켜져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정부가 소위 ‘땅콩리턴’으로 물의를 빚은 대한항공의 사명에서 ‘대한’을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강제적 명칭 회수는 법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허법인 ‘제나’의 정성준 변리사는 17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대한항공의 상표출원현황을 확인해 보니 수십 년간 등록돼 있는 상태로, 자진반납하지 않는 한 상표법상으로 회수는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한 매체는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 “해외 언론에 대한항공이 국영항공사인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며 “대한항공은 국영도 국책도 아닌 항공사인 만큼 (명칭사용 문제는) 논의해 볼 여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국토부 특별안전진단팀의 진단이 끝나면 별도의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 예정으로, 이 과정에서 명칭 회수 문제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상표법을 검토한 결과 대한항공이 자진해서 상표를 반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정부가 강제적으로 회수할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성준 변리사는 “(대한항공이 자진 반납하지 않을 경우) 국가적 차원에서 상표등록무효심판 등 행정절차를 밟을 수는 있지만, 그 경우에도 무효화할 만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 변리사는 우선, 정부가 상표등록무효 심판을 제기할 경우 근거로 내세울 수 있는 조항으로 상표법 ‘6조1항4호’와 ‘7조1항1호’를 제시했다.

대항항공의 명칭을 회수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대한’이 국영 혹은 국책 항공사라는 오해를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세울 수 있는 조항이 이 두 가지뿐이라는 설명이다.

상표법 6조1항은 ‘보통명칭, 관용표장, 기술적 표장, 현저한 지리적 명칭, 흔히 있는 성 또는 명칭, 간단하고 흔한 표장, 기타 식별력이 없는 상표에 해당하는 상표를 제외하고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대한항공의 사례는 6조1항4호의 ‘현저한 지리적 명칭·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와 연관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상표법 6조2항의 ‘상표등록출원 전에 상표를 사용한 결과 수요자간에 그 상표가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것인가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는 것은 그 상표를 사용한 상품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을 적용하면 대한항공에 대한 명칭 회수 근거는 사라진다.

즉, 대한항공의 ‘대한’이 ‘지리적 명칭’을 사용하고 있어 상표등록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은 대한항공의 브랜드가 대중들에게 ‘현저하게 인식돼 있다’는 사실로 인해 상쇄되는 것이다.

정 변리사는 “대한항공 브랜드는 오랜 기간 사용돼 왔고, 전국적인 인지도도 높기 때문에 (소송을 할 경우) 상표법 6조1항을 근거로 명칭 회수를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명칭 회수를 주장하는 입장에서 그나마 승산이 높은 게 상표법 7조1항1호지만, 이 역시 대한항공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상표법 7조1항1호는 ‘대한민국의 국기, 국장, 군기, 훈장, 포장, 기장...(중략)...등과 동일, 유사한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 변리사는 “정부 쪽에서 내세울 수 있는 조항은 사실상 7조1항1호 밖에 없는데 이것도 좀 억지로 생각된다”며, “‘대한’이라는 명칭이 국기도 아니고, 국장도 아니고, 이와 유사하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상표법적으로 보면 누구나 쓸 수 있는 명칭”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항항공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국민이 없을 정도로 오랜 기간 독점적으로 사용해왔기 때문에 상호나 상표를 회수할 근거가 없다”며, “누가 먼저 독점해서 사용하고 이름이 오르내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식별력이 취득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의 대한항공 ‘명칭 회수’언급은 이번 ‘땅콩리턴’ 사건으로 대한항공이 국가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여론에 밀려 ‘검토하고 있다’는 의례적인 수준의 언급을 한 것일 뿐 실제 상표등록무효심판 등 행정절차에 나서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설령 상표등록무효심판에 나서더라도 승산은 희박해 ‘전시용’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대한항공은 이번 명칭 회수 논란에 대해 “우리가 40년 이상 사용해 온 명칭”이라며 “회수 주장에 대해서는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