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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대표, 한겨레·경향 기고하려다 실패한 사연은?


입력 2014.12.21 10:32 수정 2014.12.21 10:36        목용재 기자

전향 인사, 진보 반성 촉구 글 투고했다 퇴짜

해당 언론서는 "시의성 떨어지면 기고 게재 안돼"

이종철 story k 대표.ⓒ데일리안
통합진보당 문제에 대해 과거 운동권들, 그리고 그들에 공감하고 동조했던 많은 사람들이 냉정하게 생각을 정리했으면 한다. 통합진보당 활동가들도 외부 상황을 탄압으로 간주하고 자신의 정당성에만 집착하면 스스로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 진보운동이 진보운동으로서의 제 자리를 지키려면 통합진보당이 변화해야 한다. 통합진보당은 오히려 진보 운동의 참 가치를 갉아먹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지난 7월 22일 이종철 스토리k 대표가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의 정부 측 증인으로 출석한 이후 작성한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봤으면..’이라는 제하의 칼럼이다.

이 대표의 칼럼은 진보성향의 30·40세대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때문에 진보성향의 독자를 가지고 있는 한겨레·경향신문 등에 ‘일반기고’ 형식으로 투고했지만 게재되지 못했고 결국 해당 칼럼은 5개월여 후에나 ‘진보에서 진보하다’라는 책을 통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이 대표는 주사파 운동권 출신으로 1996년 8월 ‘연대 사태’로 구속 수감된 전력이 있는 좌파운동가였다. 하지만 북한인권운동을 벌이면서 전향해 현재는 보수인사, 혹은 ‘좌파의 배신자’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이런 인물의 “진보는 반성해야 한다”는 칼럼이 대표적인 진보 언론에 게재되지 못한 것은 어쩌면 예측할 수 있는 결과다. 또한 언론사로 들어오는 기고글의 게재 판단은 전적으로 해당 언론사 편집국의 권한이지만, 이 대표는 “칼럼이 실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대표는 최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한겨레나 경향신문 독자 가운데에는 과거 학생운동에 참여했거나 그 운동에 영향을 받았던 진보성향의 3040세대가 있어서 그들이 내 글을 봐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다”면서 “지난 7월 즈음 박래군 ‘인권중심사람’ 소장이 ‘통진당 내란음모 사건 무죄 기다린다’는 내용의 칼럼이 게재돼서 나는 반론 차원에서 ‘진보진영의 반성이 필요하다’는 칼럼을 기고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당시 통합진보당 해산관련 변론이 진행되던 상황에서 진보 진영이 통합진보당 문제를 바람직하게 정리하는 것이 진보의 발전에 매우 결정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해당 언론에 내 칼럼은 게재되지 않았고 써놨던 나의 메시지도 진보성향의 3040세대들에게 전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기고했던 한 언론사의 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정치적 성향이 다른 기고글이라도 ‘반론 형태’의 칼럼은 얼마든지 게재가 가능하다"면서 "해당 글이 시의성을 지니고 있고 독자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되는지를 고려, 편집국에서 게재를 결정한다. 다만 일반기고 형태의 글이 모두 게재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시의성이 없거나 글 자체가 전달력이 떨어지면 아무래도 게재하기는 힘들다"면서 "연락처를 남기지 않는 사람도 상당수이기 때문에 일반기고를 했다가 글이 실리지 않는 경우, 모든 사람들에게 결과를 알려주기도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솔직히 해당 언론에서 내 글을 받아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고를 했다. 내 글을 기고할 즈음 이석기 의원을 두둔하는 칼럼이 나갔기 때문에 상대편에서 보는 시각도 충분히 다뤄줄 것이라고 기대했다”면서 “그것을 보고 나름 균형을 맞추는 의견이 될 수 있겠다 판단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글이 실리지 않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다음은 지난 7~8월 사이 이종철 스토리 k 대표가 진보 언론에 투고했던 칼럼.(‘진보에서 진보하다’ 수록)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았으면...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사건과 관련 청구인(정부)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처음 요청을 받았을 때 사실 내키진 않았다. 아는 사람들의 문제를 나가서 증언한다는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가울 리 없다. 그러나 주변에 자문을 구하고 또 깊이 생각하면서 이 역시 개인 차원이 아닌 전체의 문제, 소아(小我)가 아닌 대아(大我)의 문제라는 결론을 떠올리게 되었다. 십 여년 전 생각을 바꾸던 그때도 비슷했다.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감정은 여전히 엉킨 실타래처럼 심경을 흔든다.

눈에 밟히는 것은 통합진보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보다도 이제는 어느덧 한 사람의 소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선후배 동료들이었다. 그들도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사건에 내가 증인으로 나선다는 사실을 접하면 달갑지 않은 느낌부터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거부감으로 다가오고 역효과가 클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분들도 넘어 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도 언젠가는 이해하리라는 생각도 했다. 지금 이 순간 더 중요한 것은 고통받고 있는 북한 동포들이기 때문이다. 이 대한민국에서 이 문제를 위해 오늘 이 순간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를 생각하는 것 그것보다 더 크고 중요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통합진보당의 변호인측은 필자의 학생운동 당시의 활동을 비롯해 필자가 대표로 있는 Story K를 통해 전개했던 활동들에 대해 자세히 모니터링 했던 것 같다. 그동안 함께 연대했던 알만한 분들을 거론하며, 내가 매우 편향되고 편협한 사람들과 함께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재판관들에게 심어주려 했다. 그리고 진보 운동 전체의 역사와 가치를 모두 부정하려는 사람인 양 옭아매려 했다.

이런 반대 측 신문을 살펴보면 결국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읽힌다. ‘우리는 매우 편협한 사람들에 의해 몰아 세워지고 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진보 운동을 계승하고 있으며 그 한 부분으로서 충분히 용인될 수 있는 세력이다’ 라는 것을 호소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필자는 통합진보당 문제에 대해 과거 운동권들 그리고 그들에 공감하고 동조했던 많은 사람들이 냉정하게 생각을 정리하였으면 한다. 통합진보당의 활동가들도 그렇다. 외부 상황을 탄압으로 간주하고 자신의 정당성에만 집착하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

이제는 냉정하게 인식할 때도 되었다. 무엇보다 북한에 대한 관점을 바꾸기를 바란다. 여전히 북한은 의문에 쌓여있고 확신할 수 없는 면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객관적인 판단을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북한 체제가 결코 이상적인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독재체제이며 주민들이 억압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에 대해서도 그렇다. 우리나라가 발전해 가는 데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자주’의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을 이제는 바꾸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종속되어 있고, 미국이 한국을 종속시켜 사회 모든 면에서 일방적으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식의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

보수든 진보든 모든 것이 다 인정될 수는 없을 것이다. 서로의 입장에서 타협하기 어려운 부분은 내내 존재할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나름 일리가 있는 부분이 있다. 대한민국의 지난 역사를 민주화 운동과 경제 성장 외에는 오로지 부정일면도로만 보아서는 보수 세력은 늘 수구세력이고 ‘친일파의 후손’이고 ‘타도 대상’일 뿐이다. 보수 진보의 건강한 논쟁, 생산적인 토론은 늘 한계에 부닥친다.

진보 운동이 진보 운동으로서의 제 자리를 지키려면 통합진보당이 변화해야 한다. 통합진보당이 바뀌지 않으면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통합진보당은 오히려 진보 운동의 참가치를 갉아 먹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진보 운동 내 통진당에 대한 시선도 마찬가지다. 마냥 동정만이 능사가 아니다. 필자는 법정에서 그들은 ‘희생하고 헌신하는 사람들’이라고 증언했다. 그것이 무슨 뜻인가. 이 대한민국에서 개인적 영달을 버리고 대의나 사명을 쫓아 적은 액수의 활동비로도 검약하며 충실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그들 말고 또 얼마나 있을까.

그러나 비극은 다른 것이 아니다. 그런 그들의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삶이 북한 독재정권에 복무하고 있고 북한 인민에게 죄를 짓고 있다는 사실.. 이만한 비극이 어디 있는가. 필자는 이런 이야기를 할 때면 너무나도 사무치게 마음이 아프다. 이제 이 비극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바라는 것은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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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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