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끌어내리고 보는게 새정치? 집권 생각은 있나
<기자수첩>새정치련의 사전엔 쉼표 느낌표 마침표 없고 오직 물음표만
새정치민주연합 전국대의원대회의 최대 화두는 ‘빅3’로 불리는 정세균·박지원·문재인 의원의 출마 여부이다. 출마선언만 남겨놓고 있는 박 의원과 달리, 정 의원과 문 의원은 아직까지 탐색전을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당내 비주류 의원 30명은 지난 21일 빅3 후보들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빅3 후보들의 불출마를 원하는 당내 의원이 100명도 넘는다는 과장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486계의 맏형격인 이인영 의원도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뒤, 반(反)빅3 대열에 합류했다.
비주류 의원들이 빅3 후보들의 전당대회 출마를 반대하는 명분은 계파주의 척결과 당 혁신이다. 각 계파의 수장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선거에 나서면 계파별 갈등이 불거질 우려가 있고, 과거에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거나 당권을 잡았던 인물들이 다시 당 전면에 나선다면 당 혁신은 물 건너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그럴듯한 명분과 달리 빅3 불출마 요구에는 비주류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시각이 많다.
우선 전당대회가 빅3 중심으로 흘러가면 비주류 후보들은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또 압도적인 인지도 차이에 가로막혀 당선은커녕 컷오프 통과도 어려워진다. 특히 빅3 후보 중 당대표가 나온다면 김한길 지도부에서 잠깐 빛을 봤던 비주류 의원들은 다시 변방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이 나오는 데에는 계파주의 척결과 당 혁신이라는 명분 자체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가 크다.
먼저 계파주의는 빅3 후보들보다는 비주류 후보들이 부추긴 측면이 크다. 친노계의 수장인 문 의원이 공개적으로 계파를 해체하겠다고 선언한 마당에 비주류 후보들은 아직까지 계파, 구체적으로는 친노계를 척결의 대상으로 삼고 공격하고 있다. 비주류가 목소리를 낼수록 친노대 비노 구도는 굳어진다.
전당대회가 계파갈등 문제로 변질될 경우, 이익을 보는 쪽은 단연 비주류 후보들이다. 실체를 떠나 당이 친노대 비노로 양분되면 반노계를 중심으로 비주류 세력이 결집하고, 친노계 후보들이 계파 안에 고립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현재 친노계는 계파 차원의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당 혁신도 마찬가지이다. 비주류 당대표 후보들은 대부분 3선 이상의 중진이다. 평균 선수로 따지면 빅3 후보들보다 오랫동안 국회의원으로서 기득권을 누린 인물들이 바로 비주류 후보들이다. 빅3 후보들을 아무리 구태로 규정한다고 해도, 비주류 후보들이 이들보다 혁신적이라는 근거는 아무 것도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빅3 후보들의 불출마를 압박하는 행위 자체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전당대회 출마는 모든 당원의 자유이고, 이들을 당대표나 최고위원으로 선출하는 것은 당원과 국민이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특정 후보의 출마를 막는 것은 당원과 국민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행위이다.
비주류 후보들의 주장처럼 빅3 후보들이 모두 전당대회에 불참한다고 가정해보자. 가장 많은 당원과 국민이 지지하는 후보 3명을 배제해놓고 하위 후보들끼리 당권을 놓고 싸운다면 전당대회가 얼마나 흥행할까. 또 그렇게 출범한 차기 지도부가 제대로 당을 운영하고,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벌써부터 전당대회 이후가 우려된다. 중도파, 개혁파를 자처했던 새정치연합 내 비주류 세력은 언제나 남을 끌어내리는 하향평준화식 정치를 해왔다. 최근에는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를 끌어내렸고, 문희상 체제가 출범한 뒤에는 친노로 타깃을 옮겨 의도적으로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인물선거, 정책선거는 사라진 지 오래이다. 본인이 수준을 높이기보다는 자신이 있는 곳까지 남을 끌어내려 진흙탕 싸움을 유도한다. 이 같은 상황은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12년간 반복됐고, 그 결과는 한결같았다. 당이 분열하거나, 새누리당(전 한나라당)과 경쟁에서 패배하거나.
새정치연합이 그토록 물어뜯고 비판하는 새누리당도 위기 때에는 친박과 비박이 힘을 합친다. 언제 갈등이 있었냐는 듯 오직 새누리당만 존재한다. 반대로 새정치연합에게 위기란 더 큰 위기를 맞기 위한 수순이다. 한쪽에서 위기를 명분 삼아 당 지도부, 혹은 실세를 끌어내리려 할 테니 말이다.
새정치연합의 상황을 보자면 쉼표도, 느낌표도, 마침표도 없다. 오로지 물음표뿐이다. 과연 집권할 생각은 갖고 있는 건가‘?’ 마침표가 있기는 하다.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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