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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이 1세대 중동건설 '어르신'들 자서전 쓴 이유가...


입력 2014.12.28 10:02 수정 2014.12.28 10:06        목용재 기자

미청포 '1·3세대 두잇 자서전 프로젝트' "현 대한민국, 산업화 세대 공적"

지난 1976년부터 1990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4년간 근무했던 박용규(오른쪽) 씨가 자신의 사우디아라비아 생활을 대학생 인터뷰어들에게 말해주고 있다.ⓒ미래를여는청년포럼 제공

지난 10월 3일 대한민국 3세대 대학생 인터뷰어들과 1세대 중동건설 근로자들이 첫 대면식을 갖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미래를여는청년포럼 제공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코바. 여름과 가을밖에 없는 이 지역은 해변에서 바로 광대한 사막벌판이 전개되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여름을 맞이하면 40도가 넘는 뜨거운 온도를 견뎌야 하고 겨울철에는 주야간 기온차가 30도를 오르내린다. 겨울에도 한낮에는 30도의 땡볕이었다가 새벽에는 다시 살얼음이 언다. 한국인의 체질에 맞지 않으니 풍토병, 열사병, 냉동병도 조심해야 한다. 이 환경을 모두 견뎌냈으니 우리 근로자들은 참 대단하고 건강했다."(‘1·3세대 두잇 자서전 프로젝트-포플러 나무 너머에’ 중)

청년 NGO단체인 ‘미래를여는청년포럼’(미청포)이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끈 1세대들을 재조명하는 ‘1·3세대 두잇 자서전 프로젝트-중동건설역군’을 마치고 6권의 자사전을 책으로 펴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운동가들에 대한 평가는 활발하게 진행돼 왔지만 우리나라를 선진군 문턱까지 올려놓은 산업화 일꾼에 대해서는 그 관심과 평가가 지나치게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1970~1980년대 중동 건설일꾼으로 파견돼, 타들어가는 사막 한 가운데에서 구슬땀을 흘린 건설일꾼들은 대한민국 역사의 숨겨진 영웅이나 다름없다. 미청포는 이들의 공적을 재조명하면서 대한민국 1세대와 3세대 간의 세대 공감, 세대 간 화합을 이끌어내기 위한 자서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신보라 미청포 대표는 26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중동건설 파견 일꾼, 월남파병자, 파독간호사 등 이분들은 우리나라 경제를 일으키는 종잣돈을 벌어오신 분들”이라면서 “현재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은 이러한 산업화 세대의 분명한 공적이 있다”고 자서전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했다.

신 대표는 “그동안 우리사회는 민주화 세대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산업화 세대에 대한 조명은 적었다”면서 “교과서에서 조차도 산업화 세대에 대한 제대로 된 조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세대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도 역사의 공유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이런 점에서 우리는 너무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이 자서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총 30명의 대학생들이 3개월 동안 6명의 1세대 중동 건설근로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 해당 내용을 정리해 자서전으로 펴냈다.

하지만 책으로 펴내는 과정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다. 젊은 대학생들은 ‘어르신’들을 대하는 방법을 몰랐고 1세대 ‘어르신’들도 “어린 아이들과 말이 통하겠느냐”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1세대 중동 건설 일꾼들은 대학생들과 만나 자신이 중동에서 겪은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점점 마음을 열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어느 가을날의 회고’편의 주인공인 전남일 씨(리비아 대수로 현장 8년 근무)는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돼 만족스러웠다며 미소를 지었다.

전 씨는 “제대로 된 글이 나올까 싶었지만 진행하다보니 기억도 가물가물한 어렸을 적에 내가 살아온 세상을 다시 한 번 추억해볼 수 있는 아주 값진 시간이 됐다”면서 “젊은 대학생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즐겁고 기다려지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살아가고 있는 시절이 달라 어떤 때는 외국어를 하는 것처럼 예전의 생활상에 대해 못 알아 들어 격세지감도 느꼈지만, 나도 젊은 대학생들의 이야기에 요즘 세태를 다소나마 알게 된 귀한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자서전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임경희(건국대, 국어국문2) 씨는 “프로젝트에 지원했던 것은 아버지를 이해하기 싶었기 때문”이라면서 “전남일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아서 가슴이 뭉클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임 씨는 “선생님의 이야기는 화려하지 않아서 더 멋있고, 누구의 이야기라도 될 수 있어서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면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말씀하셨지만 사실 그것이 다 겸손한 표현이라는 것을 안다. 나에게 선생님은 정말 숨은 영웅이셨다”고 말했다.

‘1·3세대 두잇 자서전 프로젝트’는 서로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대한민국 1세대와 3세대 간의 화합, 즉 세대 통합이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1세대의 ‘기억의 역사’를 3세대 대학생들이 공유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미청포 측의 설명이다. 특히 대학생들이 1세대의 기억을 자서전으로 옮기는 작업을 통해 과거 ‘어르신’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80, 90년대의 단어, 중동 건설현장에서의 단어, 세대 간 격차 등 1세대와 3세대가 서로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 격차를 좁히는 것도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다”면서 “세대공감을 역사와 삶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이루자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한편 12월 중순 발간된 ‘1·3 세대 두잇 자서전 프로젝트’는 △포플러나무 너머에(최동수, 사우디 외 11년 근무)△예순 즈음에(강신영, 사우디 4년 근무) △철따라 세월따라(박용규, 사우디 14년 근무) △너그러이 돌아보는 나의 삶, 그것에서 찾는 밝음(양관철, 리비아 대수로 현장 8년) △어느 가을날의 회고(전남일, 리비아 대수로 현장 8년 근무) △여전히, 뜨겁게!(강인철, 사우디 2년 근무) 등 6편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해당 자서전들은 현재 제작비가 부족해 판매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관련 문의는 070-7865-1682로 하면 된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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