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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탈환? 순둥이 축구론 버겁다


입력 2015.01.02 18:38 수정 2015.01.02 17:02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해외파·국내파·중동파 조화..우승 가능성 충분

중동 축구에 대응할 끈적끈적한 전술 필요

한국이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선 중동의 비매너 축구를 넘어서야 한다. ⓒ 연합뉴스

"이제는 우승할 때가 됐다."

한국대표팀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열릴 때마다 앵무새처럼 반복했던 말이다.

하지만 한국은 지난 1956년과 1960년 1·2회 대회 우승 이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무려 55년 동안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비실거렸다. 중동의 ‘침대축구’에 휘둘리거나 ‘대진운’이 좋은 일본에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실제로 한국은 중요한 길목서 이란을 만나 힘을 소진했다. 1996년부터 2011년까지 내리 8강에서 격돌했다. 5번의 혈전에서 2승 1무 2패를 기록했다. 서로를 꺾고 올라가도 3위가 한계였다. 서로에게 전력을 쏟아 4강에서 맥을 못 췄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60) 또한 역대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우승을 목표로 내세우며 '2015 아시안컵'이 열리는 호주로 향했다. 이동국, 김신욱 등 최전방 공격수가 부상으로 빠진 탓에 해외 언론은 일본, 이란에 비해 한국의 우승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희망을 걸어볼 여지는 충분하다.

우선 기성용(25·스완지 시티), 이청용(26·볼턴), 손흥민(22·레버쿠젠) 등 유럽파의 기량이 정점에 달했다. 이들은 3년 전 아시안컵 때보다 더욱 성장했다는 평가다. 특히, 기성용과 이청용은 어린 나이에 2차례의 월드컵을 경험했다. 지면서 배운다고 했던가. 강팀을 상대로 싸우는 법을 터득했다. 공수 조율과 멀티 포지션 이해도, 창의적인 플레이가 향상됐다.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간판 공격수로 올라섰다. 청소년 시절 독일에서 선진축구를 배워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올 시즌 도전적인 자세와 골 결정력이 돋보인다. 이들 외에 김진수(22·호펜하임), 박주호(27), 구자철(25·이상 마인츠 05)도 훌륭한 자원이다.

국내파와 중동파의 역량도 뒤지지 않는다. 차두리(34·FC서울), 곽태휘(33·알힐랄), 남태희(23·레퀴야SC), 이명주(알 아인), 조영철(카타르SC) 등이 대표적이다. 또 중국과 일본에서 뛰는 장현수(광저우 푸리),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김민우(사간도스)도 일본·중국전 맞춤형 전술이 가능하다.

이처럼 슈틸리케호 태극전사는 유럽·중동·아시아 각 대륙에 퍼져있다. 다양한 리그를 경험한 만큼 아시안컵 상대팀 분석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이다.

55년 한을 풀지 못한 한국축구의 치명적 약점은 페어플레이다. 올곧고 얌전한 플레이는 축구에선 ‘독’이다. 거스 히딩크, 핌 베어벡, 슈틸리케 전·현직 한국 감독도 이구동성으로 “태극전사는 너무 순둥이다”라고 일갈한 바 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알제리전이 대표적인 예다. 알제리 공격수들은 한국 진영에서 부담 없이 플레이했다. 태극전사 누구도 알제리 공격수를 걷어차지 못했다. 복수의 외신이 한국의 단점으로 꼬집은 부분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이란과의 평가전도 마찬가지다. 이란은 시종일관 거친 태클로 한국을 위협했다. 이에 대한 맞대응이 필요했지만, 태극전사는 얌전한 플레이에 집중했다. 결과는 0-1, 한국이 졌다.

경기 후 이란 케이로스 감독은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주진 않는다”며 “한국은 아시아 최강이다. 이번에도 한수 배웠다. 한국도 이란에 배울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란이 한국에 앞선 부분은 심리적인 요소다. 이란을 비롯해 아시안컵서 만나게 될 중동 국가는 심리전에 능하다. 끈적끈적한 전술로 상대팀의 자제력을 잃게 만든다. 주심에게 끊임없이 항의해 압박한다.

‘순진한’ 한국축구도 이제는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언제까지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침대축구를 차단하기 위한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적절한 대응책을 찾을 수 없다면, 같은 방식으로 맞대응하는 것도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격언은 축구에서만큼은 예외다. 교과서 축구만 고집했다간 뒤통수 얻어맞기 십상이다.

한국축구와 성향이 비슷한 잉글랜드도 월드컵 본선만 나가면 ‘순둥이’가 된다. 축구 종가 위상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에 대해 웨인 루니는 “잉글랜드가 모범생 축구를 구사하기 때문”이라면서 “끈적끈적한 이탈리아나 우루과이 같은 전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이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달성하기 위해선 모범생 축구만으론 버겁다. 유럽파 기량은 정점에 달했으나 마인드는 여전히 순수한 소년인 게 문제다. 언제까지 상대팀의 침대축구와 편파판정, 홈 텃세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패배 후 상대팀 전술을 손가락질 하는 것만으로는 55년 묵은 한을 풀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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