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정상회담 김칫국' 김정은 신년사 노린건 남남갈등
전문가들 "최고위급을 정상으로 자의적 해석 불과"
"북핵 등 전제 조건 해결 안돼 숨은 의도 경계해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한 확대해석으로 인한 ‘남남갈등’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은 북핵 고수, 한미연합 훈련 중단, 한미동맹 파기, 북한 인권을 매개로 한 국제적 압력 중단 등을 남북 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내거는 등 기존 입장에는 전혀 변화가 없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희망사항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오히려 남남갈등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정은은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남조선에서 해마다 그칠 사이 없이 벌어지는 대규모 전쟁연습들은 민족의 머리위에 핵전쟁의 위협을 몰아오는 주된 화근이다.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북남관계가 전진할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면서도 뒷부분에는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관계 회복 여지를 남겨두는 제스처를 취했다.
2015년은 남북에 있어서 분단 70주년, 광복 70주년이라는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해다. 특히 북한은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고 박근혜정부는 2014년 각종 사건·사고로 인해 잃어버린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은 상황이다.
박근혜정부로서는 국민들의 신뢰를 단숨에 회복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방법은 ‘정상회담’ 등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이다. 김정은이 이러한 남한 정부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면서 남남갈등을 유발시킬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북한 당국이 2015년 신년을 앞두고 신년사를 작성하던 도중 우리 당국의 대화 제안을 받고 신년사의 남북관계 개선 분량을 수정·확대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남한 정부의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조급함을 읽고 이를 적절히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최고위급 회담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돼야 가능한 것”이라면서 “북핵문제, 5.24조치 해지 여부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전제조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대화 제스처를 취하면서 남한 사회에서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특히 한국정부는 대통령 임기 3년차로 남북관계를 풀고 싶어 하는 상황이다. 2016년에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정치적으로도 대통령의 레임덕을 우려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관련 사안을 내놓은 것은 남한에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고 호들갑을 떨어놓고 남남갈등을 유발시키고자 하는 기본적인 대남 전술”이라고 경고했다.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도 “한국 사회가 김정은의 신년사 내용을 너무 앞서서 확대해석하고 있다”면서 “실제 신년사 내용을 보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전제조건은 달라진 것도 없다.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이 없는 이상 최고위급 회담은 의미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벌써 한국사회에서 ‘정상회담’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데 북한이 언급한 것은 ‘최고위급회담’”이라면서 “급이 어떤 회담이든, 우선 우리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전제조건을 내세우고 이를 관철시켜야 한다. 그들은 아직도 천안함·연평도에 대해 발뺌하고 있는데 이러한 전제조건 관철없는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도 "정부가 김정은 발언에 대해 일찍 해석하는 모습이다. 너무 한방에 해결하려는 모습으로 보인다"라면서 "급작스레 제안하고 덥석 제안을 받아들이면 오히려 북한의 변화를 늦출 가능성이 높다. 화해 협력은 좋지만 북한도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도 주체사상에 의한 통일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무엇을 대화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우리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목을 빼놓고 기다리는 자세는 버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북한의 핵무기, 인권, 천안함·연평도 등 일련의 도발에 대한 사과 등 기존 입장의 변화 없이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이 정상회담을 할 경우 남한이 더욱 잃을 것이 많다는 주장이다.
김태우 교수는 “김정은은 정상국가의 지도자가 아니다. 박 대통령이 나이도 한참 어리고 경력도 일천한 비정상국가 지도자와 마주할 때는 그에 대응하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면서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적어도 우리 전제조건을 수용하겠다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 그때 우리 측에서 제안을 수용하는 모양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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