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연의 우리 터, 우리 혼 - 남근석 기행>봉우리마다 신비스런 기암괴석
탐험과 등산은 매력덩어리다. 등산은 험준한 지형을 타고 넘으며 정상을 정복하는 도전 정신을 키워주며, 스포츠와는 다른 차원에서 정신과 체력의 한계를 높여준다. 최근에는 트레킹 명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바쁜 일상에서 피로에 지친 심신의 치유를 위해 산을 찾아 힐링하는 것도 세계적인 대세다.
목적지가 따로 없는 산행은 등산마니아들에게 늘 호기심의 대상이다. 서울근교에서 가장 긴 인기산행 코스는 아차산에서 수락산까지다. 능선을 타고가면서 조망되는 경치도 장관이다. 왼쪽은 서울 중랑구와 노원구, 오른쪽은 구리시가 시원스럽게 뚫렸다. 산길이 급하지 않고 하루코스로는 멋진 산행이다.
뿐만 아니다. 그 옛날 고구려가 남진하면서 쌓은 20여개소의 작은 산성들이 봉우리마다 흔적을 남기고 있다. 역사향기 맡으며 장장 30km의 10시간이 소요되는 긴 도보여행이다. 산행 끝머리에서 서울과 의정부의 경계인 수락산(638m)과 마주친다.
수락산은 북한산·도봉산·관악산과 함께 수도권의 4대 명산으로 주말이면 도심에서 몰려온 등산객들로 가득하다. 적당한 거리마다 암봉이 솟아있어 산행의 묘미를 더해 준다. 규모는 작지만 계곡과 다양한 능선, 암반을 고루 즐길 수 있는 아기자기한 산이다. ‘명물’이라고 할 만큼 재미있는 바위들이 곳곳에 널려있다.
수락산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코스보다 등산만 할 경우 7호선인 장암역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노강서원이 있는 석림사 계곡으로 오르면 쉽게 정상으로 오를 수 있다.
수락산에는 절묘한 바위들 때문에 웃음기가 얼굴에 넘쳐난다. 이중에서도 명물은 역시 남근석이다. 수락산 8부 능선에 있는 이 남근석은 정상에서 철모바위를 지나 코끼리바위 아래 하강바위 인근에 있는데, 정상에서 약 20분 정도 내려오면 볼 수 있다.
이 남근바위는 인공이 아닌 자연적으로 생긴 바위다. 마치 달팽이 속에서 머리를 내민 형상이다. 굵기에 비해 길이가 짧은듯하지만, 그래도 길이가 약 3m는 족하다. 성기아래 쪽 고환부분은 큰 바위 덩어리가 받쳐주고 있는데 건강미가 넘친다. 사람들은 이 남근석을 두고 ‘천하제일’로 부른다. 짓궂은 등산객들은 고환을 통해 남근위에 올라가 고함까지 지른다.
수락산에는 또 다른 남근석이 있다. 별칭 ‘독수리바위로‘ 알려진 곳이다. 이 바위의 위치는 정상부로 되돌아가다가 철모바위분기점에서 깔딱고개 방향으로 내려가면 배낭바위 아래에 있다. 손가락 모양의 바위 두개가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데, 독수리보다는 남근에 가깝다.
특히 바위주변은 인공적인 흔적이 또렷이 남아있으며, 바위 앞에는 사람들이 치성을 드리기 위해 바위를 판판하게 조성해 놓기까지 했다. 이곳에서는 노원구 일대와 강남까지 조망된다. 남근석 아래는 급경사로, 깔딱고개까지 내려오는 길이 매우위험하다. 특히 눈 쌓인 겨울 산행은 피하는 것이 좋다.
석림사 계곡에서 남근석 일대의 답사코스는 약 3시간 정도 소요된다. 하산코스는 깔딱고개에서 오른쪽 수락폭포 방향으로 내려오면 출발지였던 노강서원이 다시 나온다. 장암역에는 주차 공간도 충분하다. 수락산은 대부분 돌산으로 화강암의 암벽이 노출돼 있지만, 산세는 험하지 않다. 계곡 곳곳에는 울창한 활엽수림과 가을단풍이 현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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