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밀렸던 문재인, 안방에서 자존심 회복?
박남춘·배재정 지원 속 자신감 넘치는 연설 돋보여
"우리는 경쟁 이전에 동지이고, 경쟁 이후에도 동지" 단합 강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후보가 11일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에서 차기 대권주자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지난 10일 제주에서 박지원 후보의 기세에 밀렸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문재인·이인영·박지원 당대표 후보와 유승희·박우섭·문병호·이목희·정청래·주승용·전병헌·오영식 최고위원 후보(기호순)는 이날 부산 벡스코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부산광역시당 정기대의원대회 및 2.8 전국대의원대회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부산 지역 대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부산에서는 문 후보의 지지세가 뚜렷했다. 컨벤션센터 1층 입구에서 문 후보를 지지하는 여성들은 “문재인 짱 힘내십시오”, “문재인 사랑합니데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유세를 벌였다. 부산일보 기자 출신인 배재정 의원과 친노계 박남춘 이날 행사장을 찾아 당원들에게 인사를 다니며 문 후보를 지원했다.
호남 출신 박 후보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연설회 중 문 후보의 지지자들이 “문재인”을 연호할 때마다 박 후보의 지지자들도 “박지원”을 외치며 문 후보 측과 유세 경쟁을 벌였다. 박 후보는 제주·경남·울산 등 이날까지 합동연설회가 진행된 모든 지역에서 극성 지지자들을 몰고 다니며 당내 세를 과시했었다.
전날 제주 합동연설회에서는 연설 중 대의원 호응에서 박 후보의 우세가 뚜렷했었다. 당시 박 후보는 경직된 자세로 연설에 임했던 문재인·이인영 후보와 달리 여유로운 모습으로 상대 후보들의 기선을 제압했다.
이날 행사에는 당 지도부와 대의원 등 약 600명의 당원들이 참석했다. 합동연설회에 이어서는 신임 부산시당위원장 선거가 치러졌다.
문재인 "단합" 이인영 "연고주의 극복" 박지원 "통합"
연설에서 문 후보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상대 후보들의 비판을 의식한 듯, 단합을 강조했다.
문 후보는 “우리는 경쟁 이전에 동지이고, 경쟁 이후에도 동지이다. 치열하게 경쟁하되, 끝날 때는 다시 하나가 되는 전당대회가 돼야 한다”면서 “내가 당대표가 되면 박지원 후보의 풍부한 경륜과 관록을 업겠다. 내가 당대표가 되면 이인영 후보의 젊은 패기와 비전을 업겠다”고 공언했다.
문 후보가 문단을 넘길 때마다 장내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연설이 끝난 뒤에는 “문재인”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잇달았다.
반면, 이 후보는 2002년 3월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광주 순회연설에서 영남 출신인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한화갑·김중권·정동영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던 점을 거론하며 연고주의 극복을 호소했다.
이 후보는 또 “생사의 기로에 선 우리 당 앞에 최대 계파이면 최대 계파일수록, 지역 맹주이면 지역 맹주일수록 책임 있게 대승적 결단을 해야 한다”며 “계파의 이익을 뒤로하고, 지역의 유혹을 뒤로하고 세대교체를 선택해야 한다. 이것이 당을 구하고 자신의 계파와 지역이 명예로워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후보는 이날에도 즉흥 발언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박 후보는 “오늘 부산에 와서 문재인 후보에게 ‘저 표 좀 주십시오’ 하니까 아무 말 안 하더라. 그런데 박재호 부산시당위원장과 배재정 의원이 나를 찍는다고 했다. 박 위원장이 만약 나를 안 찍으면, 땅콩 부사장이 어떻게 됐는지 봤지?”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박 후보는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오거돈 무소속 후보가 패배한 데 대해 문 후보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그는 “오거돈 후보가 원하지 않았어도 부산의 지도자들이 열심히 도왔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본다. 부산 국회의원 18명 중, 우리 당 의원은 문재인, 조경태 단 두 분뿐“이라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이어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느냐. 이곳 부산이 통합의 정치 1번지가 되어야만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을 말하고 있다”면서 친노계의 수장인 문 후보와 반노계의 조경태 의원이 같은 지역에서 대립하는 모습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제주·경남·울산·부산을 순회하며 첫 합동연설회 일정을 마쳤다. 다음 합동연설회는 오는 17일 충남·대전, 18일 광주·전남·전북에서 예정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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