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은행 통합 '자연분만' 가능한가
'평행선' 노사, 이르면 이번주 본협상 돌입할 듯
예비인가 신청 시점-협상 기한 놓고 줄다리기 여전
평행선을 달리던 하나-외환은행 통합 논의가 새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사측이 13일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본협상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양측 간 접점을 찾은 것. 하지만 합병을 위한 예비인가 신청 시점과 협상 기한 등의 사안을 두고 노사가 샅바싸움을 하고 있어 순탄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외환은행 사측은 이날 외환은행 노조의 본협상 제안에 대해 “노조의 입장변화를 환영한다”면서도 ‘환영 대상’을 “대화기구 발족 합의문 생략, 새로운 합의서 체결”로 한정했다. 또 “본 협상을 미룰 이유가 없으므로 금주 중이라도 대표단 협상을 바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사측은 “외환은행 직원과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본협상을 60일이 아니라 최대한 조속한 시일 내에 마무리할 것”이라며 “동시에 통합을 위한 예비인가 신청서는 조만간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노조는 예비인가 신청 시점과 협상 기한을 늘려야 한다며 사측의 입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김근용 노조위원장은 “무려 47년간 존속해 온 외환은행의 운명에 종지부를 찍을지 여부와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경영과 책임경영 등을 공개 합의한 2.17 합의를 어떻게 개정할지를 결정하는데 단지 2~3주정도면 충분하다는 발상은 그 진의를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향후 통합 관련 논의를 ▲통합의 타당성 ▲통합의 최적시기와 원칙 ▲통합 시 세부사항(행명, 임원구성 등) ▲통합시 구조조정 여부 ▲근로조건 및 단체협약 준수 ▲징계 및 사법조치 관련 ▲합의서 준수 방안 ▲문구조율 등의 수순을 밟자고 요청했다.
신제윤 '한마디'에 대화 재개…"통합 후유증 걱정"
이날 노사가 간신히 접점을 찾은 것도 “더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사 간 간극이 커지면서 금융권에선 극적인 타결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왔고, 금융당국도 뒷짐 지고 있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었다.
이에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관련 사안을 처리할 것”이라며 금융위가 노사합의 없이도 하나금융지주의 통합신청-승인 등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신 위원장의 ‘한마디’에 외환은행 노조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하나금융지주에 ‘대화기구 발족 합의문’ 논의를 중단하고 곧바로 본협상에 들어갈 것을 공식 제안하는 등 대화의지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 노사가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에 끌려다닐수록 통합 이후 후유증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노사 스스로 합의를 찾아 ‘자연분만’이 이뤄져야 탈이 없다는 지적이다.
은행합병을 경험한 한 은행맨은 “지금 얼마나 노력하고 화합하느냐에 따라 통합 후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도 있고,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며 “어렵다고 피하거나 일단 봉합하고보자는 식의 밀어붙이기가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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