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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수첩' 사건의 재구성, 그날 술자리서 무슨일 있었나


입력 2015.01.14 14:37 수정 2015.01.14 21:56        김지영 기자

①모이게 된 동기는 '번개' ②논쟁없고 조용한 술자리

③김무성-유승민 언급 배경 다르고 ④'협박'도 이견

<기사추가 : 2014. 01. 14 17:22>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손에 든 수첩 일부 내용이 사진기자에 의해 공개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연합뉴스/뉴스웨이 제공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수첩 속 ‘문건 파동 배후는 K(김무성), Y(유승민)’이라는 발언이 나온 술자리는 당초 계획되지 않은 ‘번개’ 모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18일 술자리에서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에게 이 같은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진 음종환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실 행정관은 14일 ‘데일리안’과 전화 통화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음 행정관과 당시 술자리에 배석했던 신용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이 밝힌 당시 상황은 아래와 같다.

음 행정관은 지난달 18일 이동빈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실 행정관 등 일행 2명과 만나기로 했었다. 이후 음 행정관은 신용한 위원장으로부터 “내가 손수조와 함께 있는데, 시간이 되면 같이 만나겠느냐”는 연락을 받았다. 손수조 새누리당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장은 현재 청년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들이 모인 건 밤 10시가 넘어서이다. 음 행정관과 신 위원장, 손 위원장이 먼저 만났고 나중에 이 행정관이 합류했다. 이후 손 위원장이 “준석이가 온다고 하는데 괜찮느냐”고 물었고, 음 행정관 등은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이에 뒤늦게 이 씨가 참석하면서 언론에 알려진 술자리 멤버가 완성됐다.

이들은 (낮에는 카페로 운영되는) 바에서 간단히 ‘소맥’을 마셨다. 자리에는 모두 함께 있었으나 신 위원장은 손 위원장과 청년위 현안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고, 음 행정관은 한쪽에서 이 씨와 정치 현안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과하게 술을 마신 사람도, 언쟁이 벌어지는 일도 없이 술자리는 조용히 마무리됐다.

하지만 3주 정도 지나고 문제가 생겼다. 이 씨가 술자리에서 오갔던 대화 내용을 지난 6일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의 결혼식에서 만난 김 대표에게 전한 것. 이 씨는 음 행정관이 자신에게 “문건 파동의 배후는 김 대표와 유 의원”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말했고, 김 대표는 이 이야기를 수첩에 받아 적었다.

그리고 지난 12일 폭탄이 터졌다. 김 대표가 본회의장에서 문제의 메모가 적힌 수첩을 펼쳤고, 이 모습이 한 인터넷 신문사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된 것. 사진으로 찍힌 수첩에는 ‘이준석, 손수조, 음종환, 이동빈, 신(신용한). 문건 파동 배후는 K, Y. 내가 꼭 밝힌다. 두고 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준석 “음종환이 김무성·유승민 지목” 음종환 “그런 얘기 한 적 없어”

쟁점은 실제 술자리에서 오간 대화의 내용이다. 이 씨는 음 행정관이 김 대표와 유 의원을 ‘정윤회 문건’ 파동을 키운 배후로 지목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음 행정관과 다른 배석자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먼저 이 씨는 지난 1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당시 (술자리에서) 음 행정관에게 두 사람을 (문건 파동의) 배후로 지목한 근거를 묻자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나 박관천 경정 중 한 명이 내년 20대 총선에서 대구에 공천을 받으려고 유 의원에게 줄을 댄 것으로 보인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이어 “음 행정관이 말한 ‘배후’란 정윤회 문건을 유출하고 사건의 판을 키운 세력 뒤에 김 대표와 유 의원이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반면, 음 행정관은 14일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음 행정관은 “12월 18일에 그런 얘기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자리를 가진 것은 맞지만) 그 날이 18일인데, 그때 그런 이야기까지 할 사람이 대한민국에 누가 있는지 한 번 생각해봐라”라고 말했다.

당시 자리에 배석했던 신 위원장도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거론돼 황당한 입장이다. 난 그 대화에 참여하지도 않았지만, 확실한 건 배후가 어떻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에 따르면, 당시 음 행정관의 발언은 “다른 패널들이 (문건 파동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너마저 그 얘기를 기정사실화하면 되겠느냐”며 “조응천이란 사람이 김 대표, 유 의원에게 줄을 선다는 말도 들리는데, 그 사람이 정치하려고 문건 파동을 가지고 이렇게 흔든 것 아니냐”는 취지였다.

음 행정관의 협박성 발언 여부를 놓고도 양측은 팽팽히 맞섰다. 먼저 이 씨는 “음 행정관이 모임에서 내가 방송에서 한 발언들을 비판하면서 ‘출연을 못 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며 “내가 전혀 만난 적이 없는 여성들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누구누구를 만나고 있지 않느냐’는 등의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반면, 음 행정관은 “전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신 위원장 또한 당시 자리에서 협박성 발언이나 고성이 오가는 장면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진짜 협박이 오갔다면 이 씨가 왜 술자리에서는 가만히 있다가 뒤늦게 문제를 만드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음 행정관, 신 위원장의 반론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이날 다시 이 씨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이 씨는 현재 휴대전화를 꺼놓은 상태이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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