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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 아닌 주연’ 차두리…한국 축구 레전드 반열?


입력 2015.01.22 20:41 수정 2015.01.22 20:48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연장 후반 13분, 폭풍 드리블에 이은 어시스트

아시안컵 우승 차지할 경우 역대 최고 대표팀 경력

최고령 차두리는 이번 대회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

이번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차두리(35·FC 서울)가 자신의 가치를 유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2일 호주 멜버른의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과의 8강에서 연장 접전 끝에 2-0 승리했다.

이로써 조별리그에 이어 4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친 한국은 오는 26일 이란과 이라크 승자와 결승 길목에서 맞붙는다.

이날 경기서 가장 빛난 선수는 2골을 터뜨린 손흥민이 아니었다. 바로 폭풍 같은 드리블로 추가골의 도움을 올린 차두리였다.

차두리는 이번 대회 대표팀 최고령 선수로 그의 역할은 주연이 아닌 조연이었다. 실제로 슈틸리케 감독도 대회 전부터 오른쪽 풀백 자리에 차두리가 아닌 김창수를 주전 멤버로 낙점한 바 있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김창수가 조별리그 1차전(오만전)에서 부상하자 교체로 출전해 안정된 경기 운영을 펼쳤고, 쿠웨이트와의 2차전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당시 차두리는 대표팀의 공격이 풀리지 않자 직접 공을 몰고 침투해 남태희의 결승골을 도운 바 있다.

AFC 역시 교체 멤버 차두리를 조별리그 베스트 11에 포함시켰다. 기성용을 비롯한 선정된 선수들 모두가 팀의 주축인 점을 감안하면 차두리의 존재감이 얼마나 빛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준결승으로 가기 위한 우즈벡과의 8강전에서도 차두리는 제몫을 다했다. 후반 교체로 투입된 차두리는 본업인 수비에서 번번이 상대 공격을 끊어냈고, 우즈벡의 공간을 허무는 오버래핑 또한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결실은 후반 13분에 맺어졌다. 센터 라인 부근에서 패스를 이어받은 차두리는 상대 선수들이 지쳤다는 점을 간파했고, 그대로 50여 미터를 질주해 수비라인을 붕괴시켰다. 이어 쇄도해 들어오던 손흥민에게 크로스를 연결,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귀중한 도움을 올렸다.

사실 차두리는 그동안 한국 축구에서 주연보다는 조연에 머물렀던 게 사실이다. 특히 한국 축구의 레전드 차범근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는 지금까지 그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선수로서의 차두리도 충분히 전설 대열에 합류할 자격을 갖추고 있다. 2001년 세네갈과의 친선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차두리는 이듬해 2002 한일 월드컵에 출전한 ‘4강 신화 멤버’다.

이후 2010 남아공 월드컵 엔트리에 재발탁돼 사상 첫 원정 16강 역사의 현장을 지켰고, 우월한 피지컬로 국내 축구팬들에게 ‘차미네이터’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의 대표팀 발탁은 들쭉날쭉했지만 이번 우즈벡전까지 A매치 72경기를 소화, 국제대회 경험도 풍부하다.

특히 이번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이 55년 만에 우승을 거둘 경우, 그의 업적은 또 하나 추가될 전망이다. 아시안컵 우승은 아버지인 차범근은 물론 홍명보, 박지성, 이영표도 이루지 못한 위업이다.

지난 오만과의 1차전에서 34세 178일 나이로 대표팀 아시안컵 최고령 기록(종전 이운재 34세 102일)을 작성한 차두리는 이날 우즈벡전 출전으로 자신의 기록을 34세 190일로 늘렸다. 출전 자체만으로도 값진 의미를 지니지만 차두리는 이를 넘어 당당히 승리의 주역으로 발돋움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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