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봤다는 박태환과 몰랐다는 병원 ‘상식 밖’
대표적인 금지약물 놓고도 "몰랐다"는 병원 주장에 실소
KADA 등에도 묻지 않고 대회 앞두고 맞은 박태환도 지적
‘수영 불모지’ 한국이 배출한 최고의 수영스타 ‘마린보이’ 박태환(26)이 도핑 테스트 결과 양성반응을 보여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박태환이 지난해 7월말 서울 중구의 한 병원에서 '네비도' 주사제를 맞았다고 27일 발표했다. 검찰은 지난 23일 해당 병원을 압수수색해 진료기록을 확보하고 간호사 등 병원 관계자를 불러 수사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남성호르몬의 일종으로 갱년기 치료 등에 쓰이는 주사제인 네비도에는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지정한 대표적인 금지약물로 분류되는 근육강화제 일종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판단, 병원 측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검토 중이다.
박태환은 지난해 9월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앞서 받은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10월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결과를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박태환 측은 “한 병원에서 놓아준 주사 때문”이라며 “박태환은 수차례 주사에 금지약물 성분이 있지 않은지 물었고 문제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은 "남성호르몬 수치를 높이기 위해 주사를 놨고 금지약물인 줄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테스토스테론은 “몰랐다”는 말이 실소를 자아낼 정도로 너무나도 유명한 금지약물이다. 더군다나 재활치료 등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 측에서 테스토스테론이 금지약물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육상 단거리·사이클·격투기 등 순간적인 근력을 필요로 하는 종목의 선수들이 테스토스테론을 사용했다가 발각된 사례는 많다.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 100m 우승자 벤 존슨(캐나다)은 테스토스테론을 복용한 사실이 들통 나 금메달과 모든 기록이 지워졌다. 세계적인 스프린터 저스틴 게이틀린(미국)도 역시 2006년 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으로 무려 4년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미국)도 테스토스테론으로 인간 승리 스토리에 오점을 남겼다.
“몰랐다”는 그 진술이 사실이라고 했을 때, 박태환이 ‘재도약의 발판’으로 여긴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무대를 앞두고 왜 이런 수준의 의사에게 치료를 받았는지는 더 이해하기 어렵다. 대한체육회에 금지약물을 다루는 부서나 한국 반도핑기구(KADA) 등 10년 동안 감기약도 꺼렸다는 박태환을 도울 수 있는 곳은 분명 존재했다.
상식선에서 봤을 때, 전후좌우 모두 개운하지 않다는 사실에 국민적 스포츠 스타를 바라보는 팬들의 마음은 더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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