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간 퍼거슨 향수’ 맨유가 잃어버린 것들
잠재력 포착해 대스타로 키워내는 안목 실종
스타 끌어 모았지만 충성심 낮아 조직력 저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원석을 보석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73·은퇴)이 재임하던 시절이 황금기다. 데이비드 베컴, 폴 스콜스, 라이언 긱스, 로이 킨 등을 훌륭히 빚어낸 퍼거슨 감독은 가히 마법사에 비유할 만하다. 퍼거슨의 아이들은 1999년 맨유의 3관왕을 이끌어 스승에 보은했다.
퍼거슨은 외부 용병도 잠재력을 보고 영입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와 박지성(은퇴)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퍼거슨이 은퇴 후 맨유는 ‘성공 노하우’를 잊은 듯하다. 단기 성적에 급급해 슈퍼스타 수집에만 열 올렸다. 로빈 판페르시, 라다멜 팔카오, 앙헬 디 마리아, 마르코스 로호, 달레이 블린트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맨유 유소년 출신 대니 웰벡은 ‘라이벌’ 아스날에 팔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급조된 올스타의 취약점은 ‘조직력’이다. 발을 맞춰본 시간이 절대 부족해 팀 전술에 녹아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팀에 대한 충성도도 예전만 못하다. 임대선수 신분인 팔카오가 맨유에 충성심 있는지 의문의 목소리가 많다.
다른 이적생도 마찬가지다. 이름값이 높아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팀이 수두룩하다. 다시 말해 맨유에 온 스타들은 언제든지 팀을 옮길 확률이 높다. 최근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이 대표적이다.
맨유는 현재 리그 4위(승점 44)를 달리고 있다. 맨유 위로 첼시(56점), 맨체스터 시티(49점), 사우스햄턴(45점)이 버티고 있다. 맨유는 지난달 12일 홈구장에서 사우스햄턴에 0-1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맨유 밑으론 토트넘(43점), 아스날(42점), 리버풀(39점)이 자리하고 있다. 승점차가 크지 않아 맨유로선 여유가 없다. 베스트11을 가동할 수밖에 없고, 주전은 체력 저하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축구는 단순히 ‘스타’에 의존하는 종목이 아니다. 개인보다 팀이 먼저다. 소속팀에 충성과 헌신이 없다면 그 팀은 모래알에 불과하다. 제아무리 베스트11을 풀가동한다 해도 조직력이 흔들리면 100% 전력을 과시할 수 없다.
웨인 루니-박지성-카를로스 테베즈의 ‘충견 3중주’를 그리워하는 팬들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테베즈는 맨유 임대 시절, 비정규 사원임에도 온몸을 불살랐다. 퍼거슨에게 절대 복종하고 주어진 임무를 완수했다. 단지 테베즈의 전 소속팀과 맨유 수뇌부의 의견 차이로 테베즈는 울면서 맨유를 떠났을 뿐이다.
박지성도 맨유 시절 퍼거슨의 ‘진돗개’였다. 충성심이 대단했다. 꼼수를 부리거나 대충하는 법이 없다. 하나의 임무를 부여하면 ‘원 플러스 원(1+1)’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프로정신의 원천은 건강한 사생활에서 나온다. 술과 담배를 일절 하지 않는 박지성은 20대급 폐활량을 자랑한다. 검소한 취미도 돋보였다. 풍부한 독서로 교양을 쌓고 3차원 축구게임을 통해 공간 지각력을 향상시켰다.
그러나 맨유는 ‘충견’ 박지성을 지켜주지 못했다. 박지성은 지난 2012년 5월 영국 복수의 언론으로부터 억울한 뭇매를 맞았다. 맨유가 라이벌 맨시티전에서 0-1로 패하자 약속이나 한 듯, 박지성을 집중적으로 때렸다.
영국 다수 언론은 8경기 만에 선발 출장한 박지성을 향해 “기량에 문제가 있다. 장점이 사라졌다”고 퍼부었다. 특히 ‘스카이스포츠’는 “왕성한 체력이 시들해졌다”며 “맨유에서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맨유는 위기를 맞은 박지성을 보호하지 못했다. 결국 박지성은 스스로 올드 트래포드를 떠났다.
이때부터 맨유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수비의 박지성, 허리의 박지성, 공격의 박지성, 총 3대의 탱크를 잃었다. 맨유는 지난해 뒤늦게 박지성 존재감을 인정하고 앰버서더에 위촉했지만, 과거로 되돌리기엔 늦었다.
선수들의 잠재력을 발굴해 최고의 선수로 키워내던 퍼거슨 감독은 은퇴했고 충성심이 높은 테베즈도 떠났다. 세계 최고의 골잡이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의 간판이 된 지 오래다.
이제라도 맨유는 퍼거슨 시절의 장점을 계승해야 한다.
충성심 높은 웨인 루니를 중심으로 팀을 재편하는 것도 방법이다. 루니는 미드필더가 아닌 공격수다. 또 ‘토종 잉글랜드인’이다. 콜롬비아나 네덜란드 용병에게 공격수를 맡기는 것은 루니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나 다름없다.
최전방에 선 것만으로도 위압감 주던 ‘불독’ 루니는 지금 미드필드에서 판 페르시, 팔카오 뒤를 봐주고 있다.
위기의 맨유는 ‘믿고 쓰는 한국산’ 기성용, 손흥민, 김진수에게 눈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한국 선수들은 몸값도 저렴하고 성실하며 현명하다. 무엇보다 충성심이 높다.
특히 기성용은 맨유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다. 맨유 미드필더 후안 마타와 비교해도 밀릴 게 없다. 기성용은 올 시즌 개막전에서 맨유를 상대로 결승골을 작렬했다. 당시 후안 마타는 기성용을 놓쳐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맨유 공수 균형의 문제는 후안 마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 맨유는 세계 최고 명문 클럽다운 위용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팀을 하나로 묶는 조직력의 부활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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