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총리인준을 여론조사로? "국회 해산도 여론조사로"
"이런 사안은 국민 여론이 답" 인기투표?
전문가들 "의원 권리를 국민에 떠넘기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3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여부를 국민 여론조사로 결정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국민에 책임을 떠넘기는 부적절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자 인준을 반대하는) 우리 당의 주장을 야당의 정치공세라고 한다면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서 여야가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우리 당은 그 결과에 승복할 용의가 있다. 이런 사안의 경우 국민 여론이 답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것이다. 그럼 여론조사로 대통령도 뽑고, 국회의원도 뽑아도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최 교수는 “물론 국민 여론이 중요한 건 사실이고, 그것을 정치에 반영하는 건 정치인들의 당연한 도리이지만, 분명히 합법적이고 공식적인 선출 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렇게 비공식적이고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총리나 장·차관 인준 여부를 결정한다는 건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 교수는 “어떻게 보면 여론이 좀 유리하다고 해서 국회의원이 당연히 해야 할 권리를 국민에게 무책임하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반대로 여론 불리했다면 국민에 넘기려 했겠느냐. 이 후보자의 잘잘못은 분명히 따져야겠지만, 여론은 유동적인 무형의 흐름이다. 이건 국민에 대한 책임 전가”라고 비판했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정상적인 방식은 아니다. 찬성하자니 그렇고, 반대하자니 그렇고, 또 반대하자니 충청도 민심이 두렵고 정권 발목 잡는다는 말이 나올 것 같으니 발을 뺀 것”이라며 “본인들은 안 된다고 정해놓고 여론이 시키는 대로 하자는 건데, 현재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 소장은 “이런 방식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이런 식이면 국회 해산, 국회의원 특권도 여론조사에 물어볼까? 이런 말이 얼마든 나올 수 있다”며 “총리 인준 여부를 여론에 물어보자는 것 자체가 대의민주주의 측면에서 ‘우리가 당신들을 뽑아줬는데 왜 결단을 못 하느냐’는 비판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소장은 “야당 지지층으로부터는 ‘문 대표가 야성을 회복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할 수 있다”며 “또 다른 면에서는 직접민주주의, 여론을 중시한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 대표의 여론조사 제안에 새누리당 측은 즉각 반발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단·정책위의장단 연석회의에서 “어제까지 문 대표가 원내대표간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분명히 말했고, 서로 양보하고 국회의장 중재 하에 어려운 합의를 도출한 게 불과 몇 시간 전”이라며 “야당 대표가 하루 만에 말을 바꾼 점에 대해서 정말 유감”이라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이어 “우리는 16일 본회의 임명동의안 처리가 당초 어제 합의한 대로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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