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 쏘는 당대포' 정청래, 당내에서도 골머리
"문재인 중심 일치단결" 해놓곤 혼자 팽목항 일정
"박정희 히틀러" 발언 이어 "김무성 얼굴 두꺼워"
문재인 대표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 ‘안으로 쏘는 당대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당의 공식입장과 관계없는 정 최고위원의 돌발언행에 지도부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표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유대인이 히틀러에게’ 참배하는 것에 비유해 비판했다가, 하루 뒤에는 “나는 앞으로 문 대표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해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하고, 우리 당의 지지율 높이는 데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이 다시 문 대표를 난처하게 만드는 데에는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토요일 오후 4시 팽목항에서 실종자 수습과 진실규명을 위한 범국민대회가 열릴 예정”이라면서 “문 대표도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표의 범국민대회 참석 일정은 논의된 적도, 결정된 적도 없는 상황이었다. 문 대표는 “일단 논의가 선행돼야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정 최고위원은 결국 사고를 쳤다. 정 최고위원은 14일 2.8 전당대회 후 당 지도부가 처음으로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는 자리에 홀로 불참했다. 같은 시각 정 최고위원은 세월호 4.16 가족협의회가 주축인 도보행진단과 함께 범국민대회 참석을 위해 팽목항을 향해 걷고 있었다.
특히 정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문 대표가 팽목항을 방문했을 때 개인 일정을 이유로 진도를 떴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문 대표가 범국민대회에 불참한 데 대한 ‘뒤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후 포문(砲門)의 방향은 정부 여당으로 바뀌었지만,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정 최고위원의 파격발언은 이어졌다. 일부 발언에는 기존 지지층도 떨어져나가게 만들 만큼 ‘저렴한’ 단어들이 사용됐다.
그는 같은 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놓고 “참 두껍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노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으로 인정도 안 하고, 지난 대선 때 반말로 ‘노무현이가 NLL을 포기했다’며 부산 유세장에서 증오와 저주의 허위사실 유포하고선”이라고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두 얼굴의 사나이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면서 “아니 여기에서는 이 말, 저기에서는 저 말, 진정성 결핍증을 앓고 있는 양심 불량자는 현직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같은 편 박근혜 대통령도 노여워하고”라고 비꼬았다.
한편, 정 최고위원의 이 같은 막말과 관련,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16일 브리핑을 통해 “정치권이 모처럼 보이기 시작하는 통합과 화해의 몸짓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야당의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던 국민들에게 놀라움과 언짢음을 안겨줬다”고 비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이어 “정 최고위원은 선명야당을 지향하는 '당대포' 역할을 자처했다. 이제 그 대포가 같은 당을 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같은 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며 “정 최고위원은 대통령과 김 대표에게 사과하고, 더 이상 정치와 국회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언행을 삼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새누리당 소속 초·재선 의원들도 “정 최고위원의 막말 수준이 도를 넘고 있다”며 “막말을 또 다른 막말로 덮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저주에 가까운 폭언을 쏟아내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초·재선 모임 아침소리 대변인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모임 관련 브리핑에서 이 같이 말하며 “이미 당내에서 한 차례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정 최고위원의 막장 폭언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스스로 정 최고위원을 윤리위에 회부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