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민심 잃고 명분 실리도 잃고...문재인 리더십의 민낯
본회의 당일까지 방향 못 정하고 우왕좌왕
말 바꾸기에다 설화까지 불안한 정치력 노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1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취임 1주일을 갓 넘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리더십 부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는 총 281명이 표결에 참석해 △가 148표 △부 128표 △무효 5표로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을 완료했다. 특히 본회의 참석 여부를 두고 당일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새정치연합은 당초 예정된 본회의 시간을 넘기면서 의원총회를 진행, 소속 의원 124명이 표결에 참석키로 결정했다.
박완주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투표 결과와 관련해 새누리당에서 7~9표 정도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보고 “수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춘 124명의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일사분란함과 일치단결한 모습으로 국민의 뜻을 따르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다시한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일단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은 일단락 됐지만, 문 대표의 ‘첫 작품’인 이번 총리 인준 과정에서 보여준 리더십은 향후 당 운영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 이후 사실상 현실성 없는 ‘자진 사퇴’를 요구한 것 외에는 당 차원의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한 채, 의원 개인별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호남 총리론’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면서 새누리당으로부터 ‘특정 지역 홀대’ 공격을 받았지만, 이를 빠져나갈만한 이렇다할 명분도 얻지 못했다. 게다가 이를 계기로 실제 당내 충청 민심을 놓치면서, 당론을 정하는 데 상당부분 충청 지역 의원들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는 모양새로 비춰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협상 파트너인 여당의 신뢰도 잃었다. 새정치연합은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당초 12일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를 16일로 연기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문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총리후보자 인준 여부를 여야가 여론조사로 결정하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이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어제까지 문 대표께서 원내대표 간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분명히 말씀하셨고, 국회의장 중재 하에 어려운 합의를 도출한 것이 불과 몇 시간 되지 않는다”며 “야당 대표께서 하루 만에 말씀을 바꾼 점에 대해 정말 유감스럽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당 안팎에서는 ‘본회의 순연 이후 마땅히 내놓을 대안이 없어진 문 대표가 여론조사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본회의 순연을 결정한 12일 의총 후, 당 관계자는 “반대는 거의 결정됐는데, 어떻게 의사 표현하는지 결정하는 것만 남았다”고 말한 반면, 한 초선 의원은 “똑같은 당론은 안될 것 같다. 12일로 미루는 것만 정했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나온 게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새정치연합의 ‘방황’은 16일 당일까지 이어졌다. 2시로 예정된 본회의 직전까지도 ‘본회의 불참’, ‘본회의 참석 후 표결 없이 퇴장’, ‘본회의에서 표결까지 참여’라는 선택지를 두고 비공개 의총을 진행한 결과, 오후 3시에 가까워서야 표결 참여를 결정했다.
또한 앞서 이날 오전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CBS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여당이 단독으로 강행할 경우 모든 국회일정은 스톱된다고 볼 수 있다”며 국회일정 보이콧까지 경고했지만, 불과 몇 시간 후 방향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변인도 “(안 수석의 발언이) 사실 애매한 스탠스가 됐다”면서 “국민적 반대의사와 우리 의석수의 간극이 있지만, 그런 정치적 해석은 국민과 언론인이 판단해달라”고 인정했다.
다만 이날 표결에 참석한 새정치연합 124명 모두 반대표를 던져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이면서 일정 부분 책임은 만회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우려한대로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이탈표가 나올 경우 문 대표가 받을 타격은 더욱 커졌겠지만, 그나마 단합된 모습을 보인 데다 새누리당에서도 이탈표가 나오면서 문 대표가 일정 부분 정당성은 확보하게 됐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일단 우리당은 부결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출산한지 5일밖에 되지 않는 장하나 의원, 시부상을 당해서 오늘 발인한 진선미 의원까지 오늘 투표에 참여하면서 확실한 단결을 보여줬다”며 “그러나 수적인 열세로 국민 뜻을 관철하지 못해 송구스럽다. 국민 뜻을 끝내 거스른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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