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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산골짜기엔 어머니의 된장이 익어간다


입력 2015.03.13 08:57 수정 2015.03.13 09:09        최진연 문화유적전문기자

옻나무를 메주와 함께 담그는 문경참옻 ’된장마을’

우리나라는 옛 부터 장 담그는 날이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일로 꼽았다. 장맛이 변하면 집안에 불길한 일이 생길 징조라 해 고사를 지내기도 했다. 그것도 부족해 장독에 새끼줄을 쳤다. 그리고 버선본을 종이로 만들어서 거꾸로 붙여 부정한 기운의 접근을 막았다. 또한 고추나 숯을 장에 띄워 살균과 먼지를 빨아들이도록 했다.

우리음식은 발효식품이 기본을 이루고 있다. 매일같이 밥상에 오르는 장류는 선사시대부터 시작됐다. 다른 나라에 없는 음식문화다. 이런 음식들은 지방마다, 집집마다 독특한 맛을 낸다. 맛의 비결은 할머니에서 어머니로, 손에서 손으로 대물림됐다. 장 담그는 일이 곧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며 나아가서는 종가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었다.

1500여개의 장독대에서 된장이 익어간다ⓒ최진연 기자

시대가 변했어도 장류는 우리 곁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메주에는 수백까지 곰팡이 및 세균에 의해 단백질을 생산하는 효모균이 서식해 아미노산을 만들어 준다. 또한 된장국은 위의 기능을 촉진시켜 척추와 뇌 기능을 발달시켜 준다고 한다. 특히 암 예방과 중금속 오염의 해독작용까지 하는 식품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에는 옻나무를 메주와 함께 담그는 비법도 화제다. 경북 문경 가은읍 옥녀봉 산기슭에 자리 잡은 된장마을, 자칭 촌장으로 부르는 이해무 씨. 그는 참옻을 배합한 된장의 효능을 입증하기위해 미친 사람처럼 연구를 거듭했다. 16년이 흐른 지금 그가 만든 된장은 아름아름 입소문을 타고 각 지역으로 파고들었다.

어머니들의 혼이 담긴 된장ⓒ최진연 기자

옛 방식대로 된장을 만들다보니 한번 맛을 본 고객은 단골이 됐다. 판매장은 없지만 고객들이 직접 유선으로 주문을 할 때마다 자신감을 얻었다. 이제 참옻으로 만든 된장만큼은 자타가 공인하는 달인이 됐다.

하지만 촌장에게도 그동안 위기가 많았다. 청년시절 잠시 고향을 떠나 식품사업을 해보았지만 쓴잔만 마셨다. 그럴수록 어릴 적 어머니가 손수 담그는 된장 맛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결국 타지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낙향했다. 그리고는 어머니의 혼을 이어받는 길은 된장 담그는 일 뿐이었다.

“된장은 정월대보름 전후에 담가야 제 맛이 나며, 장맛이 제대로 들려면 잘 띄워진 메주를 저염과 함께 맑은 물에 담궈 50일간 숙성해야 돼요.” 이때 옻나무를 함께 배합하는 것이 비법이라고 했다.

참옻을 말리고 있는 이해무 촌장ⓒ최진연 기자

재료는 가은 청청지역 마을 작목반에서 재배한 콩과 인근 산에서 자생하는 참옻을 구해 쓰다 보니 일반된장과는 색깔과 염도도 다르다. 3년을 장독대에서 숙성시켜 만든 된장은 짜지 않고 담백하다. 참옻은 된장 속에서 방부제 역할을 해 저염으로 장을 만들어도 상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옻은 옛 부터 피를 맑게 하는 효능이 있으며, 특히 냉기가 있는 여성들의 질병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오장육부 즉 사람의 몸속에 들어 있는 간장·심장·비장·폐장·신장과 위·소장·대장·담낭·방광·삼초의 기능을 좋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고 문헌에 기록돼 있다.

문경참옻 된장마을은 청정지역인 문경시 가은읍 작천리 한적한 산골마을에 있다. 드넓은 정원에 들어서면 고향집에 온 것 같이 아늑하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가지런히 진열된 1500개의 장독대에서 된장이 무르익어간다. 덥수룩하고 털털한 된장마을 촌장처럼 장독대에는 우리 어머니들의 정서가 물씬 배어 있다.

최진연 기자 (cnnpho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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