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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천만원' 회장님…은행맨 "몰염치하다"


입력 2015.03.27 16:41 수정 2015.03.27 17:39        이충재 기자

은행 수익성 악화에도 CEO연봉 올라…이사 보수 한도 증액 '논란'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에서 시민이 담당자와 상담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뛰는 우리로선 기가 찰 소식이죠.”
“관례라고 하지만, 괴리가 느껴지고 한마디로 몰염치합니다.”

27일 금융지주사들이 연봉 수십 억 원에 달하는 최고경영자(CEO) 보수한도를 대폭 인상하기로 한 것을 두고 은행맨들 사이에서 이 같은 탄식이 나왔다.

은행권이 저금리 기조와 예대마진 감소로 수익성 악화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회장님’들만 자기몫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에 은행맨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이다.

주요 금융사들은 지난해 CEO들의 고액 연봉에 대한 비난여론에 연봉을 깎았지만, 올해 다시 슬그머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월급봉투엔 3억원 가까이 담겨 일당으로 계산하면 1000만원이 넘는다.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보수 한도를 45억원으로 늘렸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2013년 기본급·상여금 14억원과 성과연동주식 3만 40주(14억 2000만원)를 더해 28억 2000만원을 받았다. 당시 고액 연봉 논란에 60억원이었던 이사보수 한도를 30억원으로 삭감했다가 올해 다시 늘린 것.

하나금융도 27일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성과연동 주식 보상’ 한도를 5만주에서 7만주로 늘리는 안건을 처리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2013년 기본급 9억원과 성과연동주식 등을 포함해 11억2000만원을 받았지만, 고액연봉 논란이 일자 30%를 반납한 바 있다.

기업은행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과도한 복지라는 지적을 받았던 임원 성과연봉 퇴직금 제도 등을 폐지했다. 기업은행은 이날 7명의 총 이사보수한도를 10억7600만원에서 11억3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감사 보수의 지급한도액도 3억100만원으로 800만원 늘렸다.

특히 사외이사의 경우 연봉이 1억원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사들의 잇따른 이사보수 한도 상향조정은 사내이사로 등록된 ‘회장님을 위한 조정’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 최고경영자의 평균 연봉은 일본 은행의 최고 3배에 이른다. 일본 1∼3위 금융그룹 회장의 경우 지난해 스톡옵션까지 포함해 12억여원을 받은 반면 신한과 하나 등 주요 금융그룹 회장들은 30억원 가량의 보수를 받았다. 주요 금융사의 자산과 순익은 일본 리딩뱅크의 1/10수준이지만 CEO의 연봉만 앞서간 셈이다.

은행권에서도 '탐욕경영' 꼬리표 달릴 수 있어...우려

은행권에서도 경영성과에 따른 CEO의 연봉을 문제 삼을 수 없지만, 성과와 무관한 고액 연봉 책정은 사라져야할 관행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가계부채가 1000조원이 넘는 가운데 은행의 수익은 대부분 고객의 예금을 통해 불린 결과다. 그동안 기준금리를 내려도 예금금리만 낮추고 대출금리는 내리는데 인색한 관행이 문제가 되는 등 비판여론이 누적되면서 ‘탐욕경영’이라는 꼬리표가 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그들이 받는 연봉을 보면 ‘앓는 소리’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은행의 최대 자산이 신뢰라는 점을 다시 생각해볼 때”라고 지적했다.

국책은행 한 관계자는 “경영실적에 걸맞은 보수를 받고 권한에 걸맞은 책임을 지는 게 주주와 고객에 대한 의무”라고 꼬집었다. 금융회사 CEO에게 쏟아 붙는 돈 역시 금융소비자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각 금융회사 노동조합에서는 이번 사안에 말을 아끼고 있다. 대부분 “아직 입장정리가 안됐다”거나 “촌평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일부 금융회사의 경우 노조 역시 ‘최고대우’를 받는 상황에서 CEO의 고액 연봉을 문제 삼기 어렵다는 게 현실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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