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시행령 폐기하라고? 쟁점사항 들여다보니...
인력규모·조사주체·조사범위 두고 갈등
"인양 기다리려면 1년 반뒤에나 조사?"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최근 정부가 내놓은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이하 시행령)과 관련, 정부 및 여당 측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위) 위원들과 이석태 특위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유가족들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 및 여당 측 조사위원들은 유족이 제기하는 일부 사항에 대해 수정은 가능하지만 시행령 자체의 폐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6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시행령을 발효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유족은 시행령이 세월호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막을 우려가 크기 때문에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들이 부딪히고 있는 쟁점사항은 크게 세 가지로 특위의 △인력규모 △조사주체 △조사범위이다. 우선 인력규모의 경우, 유족은 당초 120명으로 합의됐던 인력이 90명으로 줄어든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인력을 급작스럽게 축소시킨 것은 조사 자체를 축소시키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인력규모 축소되고 조사대상이 조사주체로?
이에 대해 정부 및 여당 측 조사위원들은 향후 더 필요한 인원들을 효율적으로 보충하기 위한 방안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차기환 조사위원은 "90명으로 출발해 단계적으로 120명을 늘리자는 것"이라며 "처음부터 120명으로 시작하면 업무 수행 과정 중 초반에 생각하지 못한 전문인력 수요가 생겼을 때 더 추가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도 6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특위 활동기간이 최장 1년 9개월인 만큼 먼저 90명으로 출발해 필요한 인원을 채워가며 120명을 채우는 방식이 효율적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미국의 '9.11조사위원회'를 예로 들며 유족을 설득 중이다. 9.11테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구성한 9.11조사위원회는 위원 수 10명(공화당 5명, 민주당 5명 추천) 등 총 80명이 활동해 가시적 성과를 거뒀던 만큼 120명은 '과도한 규모'라는 것이다.
조사주체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6일 MBC라디오에서 "시행령에 따르면 당초 (우리 측과) 해양수산부와의 협의보다 특위에 해수부, 국민안전처에 속한 공무원들이 많아졌으며 이들이 결정적 역할을 하는 부서에 배치될 예정"이라며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가 특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조사대상이 돼야할 정부 파견 공무원들이 조사주체가 돼 특위를 쥐락펴락 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황전원 조사위원은 이와 관련 "특위의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두는 사무처 기능을 과대평가했다"고 잘라 말했다. 이들은 "특히 정부에서 사무처로 파견되는 모든 공무원들은 특별법에 따라 위원장이 임명하고 사무처 근무기간 동안 사무처장 역할을 맡고 있는 부위원장의 지휘 및 감독을 받는다"면서 유족 측인 이 위원장 등에게 공무원들을 관리할 권한이 있는 만큼 공무원들의 전횡에 관한 주장은 억지라고 비판했다.
"조사범위, 문구 해석 차이…인양 기다리려면 1년 반 뒤 조사해야"
조사범위도 논란의 대상이다. 현재 유족측은 시행령에서 조사범위가 '정부 조사 결과의 분석'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특위에서 정부 조사 결과에 대한 문제점을 발견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 및 여당측 조사위원들은 "문구 해석의 차이"라는 입장이다. 황 조사위원은 "시행령에서 진상규명 대상을 '4.16 세월호 참사의 원인규명에 관한 정부 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로 규정해 '정부 조사 결과의 분석'과 '조사'로 업무가 구분돼있다"며 "상식적으로 정부 것만 조사하라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한편 유족측은 배·보상 등 모든 일의 우선으로 인양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일련의 주장들은 모두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기 위한 것으로, 궁극적으로 진상규명을 하기 위해서는 세월호를 하루라도 빨리 인양해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청와대는 여론 수렴을 통해 인양 여부를 택하겠다는 입장을 내놨고 당에서는 '인양파'와 '반(反) 인양파'가 나뉘어 의견이 갈리고 있다.
여당측 조사위원들은 인양 여부와 별개로 조사는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차 조사위원은 "인양을 하지 못했다고 조사를 할 수 없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그렇게 본다면 인양 후 특위를 구성하자고 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황 조사위원도 "인양에 1년 정도가 걸린다고 하는데 이는 특위 활동기간과 비슷하다"며 "더군다나 1년도 추정 기간이지 2년이 걸릴지 더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 아니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황 조사위원은 시행령 철회 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만큼 철회 주장은 무책임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시행령을 철회하게 되면 다시 관련 부서에 심의를 거쳐 입법예고하는 등 일련의 과정들을 새로 다 거쳐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진상 조사를 위한 위원회 출범이 늦어지는 만큼 현 시행령의 '깡그리 전면철회' 주장은 온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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