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최면?’ 러시아, 왜 김연아 때리나
뚝따미쉐바 코치 “김연아 호화로움 부족”
도 넘은 ‘소트니코바 지키기’ 열등감 인증
러시아가 ‘피겨퀸’ 김연아(25)를 또 때렸다.
엘리자베타 뚝따미쉐바의 코치인 알렉세이 미신(74)은 지난 1일(한국시간) 러시아 일간지 스포르트와의 인터뷰에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은 환상적인 대회였다”면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9·러시아)의 스케이팅은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연아도 잘했지만 소트니코바와 비교하면 호화로움이 부족했다. 1년 8개월 공백이 영향을 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미신은 1969 세계 대회 페어 은메달 출신으로, 러시아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예브게니 플루셴코(32)를 발굴한 주역이기도 하다. 러시아 피겨계에 중량감 있는 인사들의 이 같은 발언은 소트니코바를 과대포장하고 김연아를 평가절하 하는 현지 분위기에 쐐기를 박고 있다.
러시아 피겨계의 김연아 때리기는 이미 여러 차례 문제가 됐다.
소트니코바 매니저 아리 자카리안도 지난 2월 ‘스포르츠닷루’와의 인터뷰에서 허무맹랑한 주장을 펼쳤다.
자카리안은 “플루셴코와 미셸 콴은 유럽과 북미에서 만원 관중을 몰고 오지만 김연아는 그렇지 않다. 모든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오직 한국에서만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피겨 대모’ 타티아나 타라소바(67)도 김연아 깎아내리기에 나선 주요 인물 중 한 명이다.
타라소바는 지난해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치 올림픽 결과는 정당했다”며 오히려 판정에 의문을 제기한 이들을 몰아세웠다.
타라소바는 “소트니코바가 김연아보다 더 우수한 연기를 펼쳤다”며 “김연아도 대단한 시절이 있었다. 밴쿠버 올림픽 때 그녀는 완벽했지만 지금은 과거형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 피겨 전설들이 김연아를 자주 언급하는 이유는 뭘까. 그만큼 러시아가 김연아를 의식하고 있고 열등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소치 올림픽이 끝난 지 1년이 넘었다. 한국 팬들에겐 못내 아쉬운 결과로 여전히 미련이 남지만, 잊지 않되 가슴에 묻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에서만 “소트니코바의 금메달은 당연하다. 판정은 이견이 있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자주 새어 나온다. ‘자기 최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소트니코바의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소트니코바는 최근 러시아 일간지 ‘콤소몰스카야’와의 인터뷰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향을 드러낸 뒤 “솔직히 한국행이 걱정된다. 김연아는 고국에서 영웅이다”고 말했다. 은근슬쩍 김연아와 한국 팬들을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러시아 피겨계는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소트니코바가 챔피언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스스로에 ‘물음표’를 던진다. 러시아는 전통의 피겨 강국이지만, 일그러진 영웅을 지키려다 그간 쌓은 명예마저 잃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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