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1년 세월호가 남긴 것은②>한국재난구호 이사장 부부가 전하는 '팽목항의 추억'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지 어느덧 1년. 1년이라는 시점이 지났음에도 세월호가 대한민국에 남긴 깊은 상처는 상흔으로 남아 여전히 사회 갈등의 씨앗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의 무분별하고 부정확한 보도행태로 많은 이들이 상처를 입었고 여전히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은 정부를 향해 ‘불신’을 이야기하고 있다. ‘데일리안’은 세월호 1주기를 맞이해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아픔과 세월호 참사 당시의 보도 행태, 그리고 그들의 곁을 지켰던 자원봉사자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세월호 참사 당시 제일 먼저 실종자들의 가족들과 함께 한 이들은 자원봉사자들이다. 현장에서 직접 이들의 아픔을 목격했고, 이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이들의 슬픔을 어루만지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자원봉사자들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1년이 지난 지금도 자원봉사자들이 토로하는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무책임한 시선과 이들도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외면하고 있다.
조성래 한국재난구호 이사장과 부인 김진실 씨는 참사 당일부터 5개월간 팽목항에서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식사를 챙기며 이들의 아픔과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현실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입을 통해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짚어봤다.
"우리나라는 현장을 가보면 자원봉사자들에게 니들이 좋아서 하는 거니깐 니들이 알아서 해라. 완전히 찬밥이다. 선진국에 가면 자원봉사자들을 최고로 대우를 하고 취업을 할때에도 봉사증에 몇시간 했느냐를 갖고 상당한 점수를 주는데 우리나라는 그게 안 되어 있다. 그게 가장 큰 바람이다."
조성래 한국재난구호 이사장은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조 이사장과 김 사모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9월까지 팽목항을 지키며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최근 한국재난구호 사무실에서 만난 조 이사장과 최 씨는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이 너무나 잘못됐다고 토로했다. 특히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크게 안타까워했다. 스스로 자원해서 왔으니 필요한 일은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었다는 것.
조 이사장은 "자원봉사자들은 거의 다 멀리서 오는 분들이다. 오면 먼저 숙식제공 처리를 해야 되는데 유가족이 사용하는 장소 주변에는 근접도 못하게 했다"며 "낮에 봉사했다가 저녁에라도 쉬고 해야 되는데 안 되니깐 스트레스가 쌓이고 육신적으로 병이 오고 감기는 달고 있었다. 탈진이 되니깐 진찰 받고 이런 식으로 장기 봉사자들이 상당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 이사장의 바람은 자원봉사자들이 큰 어려움없이 자원봉사에만 신경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니들이 하고 싶어서 온 거니 숙식이나 이런 것은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방치하거나 나몰라라 한다면 성숙한 자원봉사 문화 형성은 어렵다고 말한다.
김 사모도 "이런 것들이 없는 상황에서 그러면 수긍하겠지만 실제 충분히 쓸수 있는 공간들이 있는데도 안배를 못하는 거죠. 정부기관이나 센터에서 안배를 해서 모든 사람들이 좀 함께 도우러 온 것이니.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되는데 하기 싫으면 가라는 듯이 하고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왜 해야되나 이런 반감을 사게 되고, 이왕에 함께 도우러 온 것이니 너희들은 필요없어 이런 식의 인식은 없어야 되지 않나"라며 "참 이걸 왜 해야 되는지 반감을 사게 되고 불만이 생긴다. 건의를 했는데도 전혀 안된다"고 설명했다.
조 이사장은 특히 "나는 국가 공무원들에게 어떤 일을 요구했을 때 20일 안에 되면 그건 잘된 거라고 생각한다. 근무자들이 오늘 다르고 오늘 다르다. 다음날 가면 전달이 하나도 안 되어 있다"며 "본인들은 사람이 바뀐다고 이유를 대지만 메모를 써서 인수인계를 해서 그분들에게 전달을 해서 일이 되어야 되는데 그게 안된다. 이게 오늘날 팽목항의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조 이사장은 특히 이번 세월호 참사처럼 사건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때 정부의 체계적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때문에 이번 참사로 인해 만들어진 국민안전처에 대해 기대도 보였다.
조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누가 맡아서 해결하고 하는 경험자들이 있어야 되는데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인 상황에서는 그런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런 것을 거울 삼아서 국가에서도 장기적인 상황에서 체계적으로 국민안전처가 만들어지고 그랬으니깐 이런 것들이 전문가에 의해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완전히 봉사도 경쟁하듯이 하니 이런 무질서가 없다. 정부가 나서서 정리를 해야 되는데 안된다. 이런 일들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정부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폭력성..."정부가 빌미를 제공한 것"
조 이사장은 참사 당시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이 현장에서 큰 소란을 일으키고 한 것은 어느정도 정부의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족들 앞에서는 그들의 요구를 전부다 들어줄 것처럼 말을 해놓고 다음에 그것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유가족들의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조 이사장은 "정부가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유가족들에게 하고 또 그게 이뤄지지 않으면 유가족은 또 상처받고 그러면서 울분을 참지 못하고 사건들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팽목항 주변 현장에서 일어난 것은 충분히 정부에서 동기 부여를 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그냥 가만히 있는데 화를 내고 싸움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예민해져 있는데 정부가 자꾸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라며 "지킬 수 없으면 못한다고 하고 합의점을 찾았을 텐데..지키지 않을 약속을 왜 하냐는 거다. 나는 그것을 제2의 살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사모도 "유가족들이 폭력을 쓰고 그러는 것은 나라에서 애초 만들어준 것이다. 정확하게 해야 되는데 거짓말을 하고 어린애 다루듯이 다 해주라는 식으로 나라에서 만들어줬다"며 "책임자들과 미팅을 하면 한가지도 안 해준다는 것이 없다. 기대를 하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면 거짓말이다. 그러면 열이 받아 누가 봐도 싸움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게 팽목항에 있으면서 최고의 불만이었다. 할 수 있는 것은 해주고 안되는 것 절대로 안된다고 했어야 된다. 지금 당장 큰 소리 안 나게 하기 위해서 정부가 해준 것이 너무 큰 일로 벌어진 것"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조 이사장은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치유도 정부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도움을 줄 수 있기를 희망했다. 5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팽목항에 있으면서 조 이사장과 최 씨의 건강도 많이 나빠졌다고 한다.
조 이사장은 "앞으로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사후 치료 같은 이런 문제들도 관리를 해야된다. 보람을 얻기 위해서 오는 것이니 장기적으로 있어야 되는 분들이 있다"며 "국가에서 분명히 사후 처리는 해야 된다. 국가에서 대우를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조 이사장은 "봉사를 오려면 내 기준으로 봉사를 오려고 하면 안된다. 수혜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그들의 피로를 덜어주려는 생각을 가지고 봉사를 와야 된다. 그렇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거나 하려고 하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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