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LG 봉중근, 기다림이 능사 아니다
잠실 KIA전 3점 뒤진 9회 나와서도 3안타 3실점
일시적 보직 변경 또는 2군행 염두에 두어야 할 시점
LG트윈스 마무리 봉중근(35)이 또 무너지면서 자신과 팀에 블론세이브 이상의 트라우마를 남겼다.
봉중근은 15일 잠실구장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KIA 타이거즈전에서 2-5 뒤진 9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팀의 네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양상문 감독이 세이브 상황도 아니고 3점차로 끌려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봉중근을 투입한 것은 지난 10일 이후 등판이 없었던 것을 감안했을 때, 경기감각 유지 차원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상황에서 마음껏 자신의 공을 뿌려보라는 배려도 깔려있었다.
그러나 봉중근의 등판은 결과적으로 최악의 자충수가 됐다. 봉중근은 세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단 1개의 아웃카운트도 잡지 못하고 내리 3안타를 얻어맞고 3실점했다.
시작부터 꼬였다. 강한울의 번트가 비디오 판독 결과 아웃에서 세이프로 바뀌면서 불안한 기류가 흘렀다. 이어 지난 등판에서 홈런을 맞았던 필에게 또 적시타를 내줬다. 후속타자 이호신에게도 안타를 얻어맞았다.
양상문 감독은 결국 봉중근을 마운드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경기에서도 크게 지고 봉중근의 자신감마저 떨어졌다. LG로서는 두 배의 아픔이었다.
봉중근은 올 시즌 7경기 3세이브를 올리고 있지만 벌써 2패를 기록 중이다. 깔끔한 세이브도 없다. 수비수들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봉중근의 블론세이브는 더 불어났다.
올 시즌 7경기 9자책점은 개인 최다세이브(38개)를 기록했던 2013년(55경기)에 벌써 다가서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통산 94세이브를 올리며 LG 뒷문을 든든히 지켰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몰락이다.
봉중근은 현재 스피드와 제구력이 모두 평균 이하다.
직구 스피드는 몇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세다. 그동안 위기관리 능력과 과감한 경기운영으로 이를 만회했지만, 올 시즌 들어 계속 나타 당하며 자신감마저 떨어졌다. 최근 경기에서는 주자가 출루하면 눈에 띄게 흔들리며 도망가는 피칭이 많이 늘었다. 스스로의 공에 자신감이 없다는 증거다.
양상문 감독은 계속된 부진에도 봉중근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놓지 않았다. 봉중근이 원래부터 몸이 늦게 풀리는 슬로우 스타터 체질임을 거론하며 옹호했다. 하지만 봉중근의 부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언제까지 믿고 기다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가뜩이나 LG의 초반 성적이 좋지 못한 데는 봉중근의 부진을 비롯한 팀의 뒷문 불안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LG는 몇 년간 타선보다는 마운드의 힘으로 버텨온 팀이었다. 올해도 타선은 필요할 때 득점을 올리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마운드 역할이 중요한데 정작 가장 위력적이어야 할 마무리 투수의 활용도를 주저하게 된다면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봉중근의 일시적인 보직 변경이나 2군행도 염두에 두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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