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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두 번 데인 반기문, 국내정치와 완전 결별?


입력 2015.04.18 10:01 수정 2015.04.18 10:07        조성완 기자

섣부른 담 쌓기, 향후 행보 발목 잡힐 수도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지난 2012년 10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연설을 마친뒤 퇴장하며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또다시 국내 정치의 화두로 떠올랐다. 친박계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서 그를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하면서 한차례 거론된 데 이어 두 번째다.

반 사무총장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국내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을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선 긋기’가 향후 그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향후 행보가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너무 섣불리 단정했다는 지적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지난 9일 자살하기 직전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완구 국무총리의 주도 하에 이뤄진 것이라며 “(이 총리가) 반기문을 의식해 그렇게 나왔다”고 주장했다.

성 전 회장은 “내가 반기문하고 가까운 것은 사실이고 (반 사무총장의) 동생이 우리 회사에 있는 것도 사실이고, 우리 ‘충청포럼’ 멤버인 것도 사실”이라며 “그런 요인이 제일 큰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실제 성 전 회장은 생전에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반 사무총장을 차기 대권주자로 띄우기 위한 전방위적 움직임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 사무총장도 외교부 장관 시절 성 전 회장이 주도했던 ‘충청포럼’의 행사에 참석했으며, 사무총장이 된 이후에도 간혹 행사를 챙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최근 연이은 ‘반기문 대망론’의 근원지는 충청포럼이며,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지난해 11월 ‘반기문 야당 후보론’이 제기될 당시 언급했던 반 사무총장의 측근도 성 전 회장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성 전 회장도 반 사무총장과 가까운 사실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반 사무총장의 정치적 후견인을 자처했다. 그는 지난해 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반 사무총장에 대해 “나와 가깝고, 서로 부담 없는 사이”라며 “반 사무총장이 김대중 정권 때 차관을 하다가 (장관 인사에서) 물을 먹었다. 그 때 내가 (충청)포럼을 함께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 반 사무총장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국내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반 사무총장은 이날 워싱턴DC 의회 레이번 빌딩에서 열린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미 하원 외교위원장과의 회동 직후 “이번 사안은 나와 전혀 관계가 없다”며 “(성 전 회장을) 충청포럼 등 공식석상에서 본 적이 있고 알고 있지만, 특별한 관계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국내 정치에 관심이 없고 (사무총장 일로 바빠) 그럴 여력도 없다”면서 “이런 입장을 이전에도 분명히 밝힌 적이 있는데 이런 게 또 나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 사무총장이 너무 섣불리 단정한 게 아닌가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반기문’이라는 카드는 여야 모두에게 여전히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새누리당 친박계에 의해 ‘반기문 대망론’이 불어 닥쳤을 당시 반 사무총장은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여야 모두 ‘반기문이 대권에 나온다면 당연히 우리 당의 후보’라고 공공연히 주장할 정도였다.

반 사무총장의 입장 표명으로 대망론은 사그러졌지만 그 불씨는 아직 남아있다. 특히 ‘문재인-박원순’이라는 강력한 원투펀치를 소유한 새정치연합과 달리 '필승'의 차기 대권주자를 보유하지 못한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반 사무총장을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흔히 사람 인생 어찌 될지 알 수 없다고 하는데, 반 사무총장 역시 마찬가지”라며 “만약 향후 대권에 도전할 의사를 밝힐 경우 오늘의 발언은 반드시 다시 거론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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