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두 번 데인 반기문, 국내정치와 완전 결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또다시 국내 정치의 화두로 떠올랐다. 친박계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서 그를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하면서 한차례 거론된 데 이어 두 번째다.
반 사무총장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국내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을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선 긋기’가 향후 그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향후 행보가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너무 섣불리 단정했다는 지적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지난 9일 자살하기 직전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완구 국무총리의 주도 하에 이뤄진 것이라며 “(이 총리가) 반기문을 의식해 그렇게 나왔다”고 주장했다.
성 전 회장은 “내가 반기문하고 가까운 것은 사실이고 (반 사무총장의) 동생이 우리 회사에 있는 것도 사실이고, 우리 ‘충청포럼’ 멤버인 것도 사실”이라며 “그런 요인이 제일 큰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실제 성 전 회장은 생전에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반 사무총장을 차기 대권주자로 띄우기 위한 전방위적 움직임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 사무총장도 외교부 장관 시절 성 전 회장이 주도했던 ‘충청포럼’의 행사에 참석했으며, 사무총장이 된 이후에도 간혹 행사를 챙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최근 연이은 ‘반기문 대망론’의 근원지는 충청포럼이며,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지난해 11월 ‘반기문 야당 후보론’이 제기될 당시 언급했던 반 사무총장의 측근도 성 전 회장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성 전 회장도 반 사무총장과 가까운 사실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반 사무총장의 정치적 후견인을 자처했다. 그는 지난해 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반 사무총장에 대해 “나와 가깝고, 서로 부담 없는 사이”라며 “반 사무총장이 김대중 정권 때 차관을 하다가 (장관 인사에서) 물을 먹었다. 그 때 내가 (충청)포럼을 함께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 반 사무총장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국내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반 사무총장은 이날 워싱턴DC 의회 레이번 빌딩에서 열린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미 하원 외교위원장과의 회동 직후 “이번 사안은 나와 전혀 관계가 없다”며 “(성 전 회장을) 충청포럼 등 공식석상에서 본 적이 있고 알고 있지만, 특별한 관계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국내 정치에 관심이 없고 (사무총장 일로 바빠) 그럴 여력도 없다”면서 “이런 입장을 이전에도 분명히 밝힌 적이 있는데 이런 게 또 나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 사무총장이 너무 섣불리 단정한 게 아닌가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반기문’이라는 카드는 여야 모두에게 여전히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새누리당 친박계에 의해 ‘반기문 대망론’이 불어 닥쳤을 당시 반 사무총장은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여야 모두 ‘반기문이 대권에 나온다면 당연히 우리 당의 후보’라고 공공연히 주장할 정도였다.
반 사무총장의 입장 표명으로 대망론은 사그러졌지만 그 불씨는 아직 남아있다. 특히 ‘문재인-박원순’이라는 강력한 원투펀치를 소유한 새정치연합과 달리 '필승'의 차기 대권주자를 보유하지 못한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반 사무총장을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흔히 사람 인생 어찌 될지 알 수 없다고 하는데, 반 사무총장 역시 마찬가지”라며 “만약 향후 대권에 도전할 의사를 밝힐 경우 오늘의 발언은 반드시 다시 거론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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