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이제 와서 '형님라인' 밝히는 진짜 이유는
만남 주선한 자신 감싸주지 않아 터트린 듯…여야, 밀월관계 '부정'
이명박(MB)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냈던 추부길 씨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 씨 간 핫라인, 이른바 '형님라인'에 대해 밝히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추 전 비서관에 따르면 형님들 사이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특별사면 문제를 비롯해 양 대통령이 곤란한 상황에 처할만한 수사에 대해 조율하는 대화 등이 오갔다는 주장이다.
28일 보도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추 전 비서관은 이 전 의원과 노씨 간 대선 전인 2007년 10월 핫라인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MB 캠프 정책기획팀장으로 두 인사 간 자리를 주선했다고 전하며 "형님라인을 통해 (특사 문제는 물론) '노무현 정부는 BBK수사에 개입하지 않고 정권을 인수할 MB 측은 전직 대통령을 수사하거나 구속시키지 않는다'는 내용의 밀약이 체결됐다"고 말했다.
특히 추 전 비서관의 발언은 두 정부 모두에게 오명을 씌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원수관계로 알려진 두 정부가 당초 사면 논의 등을 기본적으로 주고 받았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최근 도마 위에 오른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이례적인 두 번째 특사가 '두 정부 간 합작품'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추 전 비서관은 "성 전 회장 사면은 형님라인을 통한 요청대상이 아니었다"면서도 "다만 어떤 라인을 통해 성 전 회장의 사면 요구가 들어왔다고 해도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사면 과정을 몰랐다는건 100%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치권에서는 추 전 비서관이 갑자기 입을 연 연유를 궁금해하고 있다. 추 전 비서관이 정치권 전면에 등장한 것은 2009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측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수억원대의 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체포돼 감옥살이를 한 이후 약 6년만이다.
이에 앞서 추 전 비서관은 2008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맡아 활동하던 중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대해 참가자들을 "사탄의 무리"로 지칭하는 등 논란을 빚으면서 자리에서 내려왔다.
추부길 발언, 친이계 "노무현 정부 사면 관여 없어" 주장 전면 반박
정치권에서는 추 전 비서관이 '억하심정'에서 그간 숨겨왔던 형님라인을 밝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 정부 간 밀월관계가 가능하게 한 인물이 추 전 비서관 자신인데 그 노력이 제대로 인정받기는커녕 두 정부 사이에 끼여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고 정치생명이 끝나버렸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는 해석이다.
이중에서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원망의 마음'이 컸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자신을 감싸줄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던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의 손을 놔버렸기 때문이다. 특사 등을 논의했던 형님라인을 밝히는 것은 친이(이명박)계가 그간 주장해왔던 "노무현 정부의 사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전면 반박한다.
추 전 비서관에 따르면 두 정부 간 밀약이 깨진 것은 이 전 대통령의 배신 때문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촛불정국 뒤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고 이는 노씨의 구속과 노 전 대통령의 검찰조사를 불렀다.
추 전 비서관은 "MB가 촛불시위로 위기 상태일 때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약속을 어겼다"며 "당시 나는 MB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했다. 그랬더니 (대선 당시) 전국 조직을 운영할 때 받은 돈을 문제 삼더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도 '노무현을 구속시키는 데 희생양이 필요하니 어쩔 수 없다'고 내게 얘기하더라"고 덧붙였다. 추 전 비서관은 2009년 박 회장의 측근으로부터 돈을 받은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됐다.
한편 여야는 모두 추 전 비서관의 발언을 전면 부인했다. 친이계인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추 전 비서관의 경우, MB정부 하 여러 가지 법적 어려움을 겪은 분"이라며 "그래서 우리가 여러 각도에서 (추 전 비서관의 발언을) 봐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도 "추 전 비서관의 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 전 비서관이 말한 것들은 정말 정치적 판단이 들어가야할 부분이고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이 할 수 있는 내용 같은데 그 부분을 추 전 비서관이 이야기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추 전 비서관의 말은 검증이 필요한 정도가 아니고 전혀 인정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쏘아붙였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