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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사각지대 집합건물, 관리비 횡령에 전기료 과잉진수 의혹까지...


입력 2015.05.12 13:48 수정 2015.05.15 17:36        박민 기자

아파트와 달리 관리인 '견제 장치' 없어 비리 끊이지 않아

조사·감독 권한 지자체에 줘야…'집합건물법 개정 시급'


오피스텔과 상가 등 한 건물에 소유주가 여럿인 ‘집합건물’의 관리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가운데 서울 남대문의 한 상가에서도 관리비 횡령에 전기료 과다청구 의혹이 불거지면까지 구분소유주와 관리인간 소송 및 고발전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아파트와 달리 관리비 사각지대에 놓인 집합건물의 비리를 막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올들어 3차례나 관련법 개정이 논의됐지만 사적재산 침해 문제로 처리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1일 최근 관리비 비리 의혹이 불거진 서울 남대문의 한 상가를 찾았다. 이 상가는 관리인과 위탁관리업체간의 공금횡령 등의 의혹으로 구분소유자와 관리인간 법적 소송이 진행중이다. 상가는 지상 8층~지하 2층으로 이뤄진 건물로 총 290명의 구분소유자가 있는 ‘집합건물’이다. 현재 건물 내에는 총 115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건물 구분소유자 중 한명이면서 지하에서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하는 구모씨(56·남)는 지난해 관리인 교체를 논의하기 위해 관리단집회를 열려고 했다. 관리인이 관리용역업체와 짜고 관리비를 횡령한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유주 대부분이 세를 주고 실제 거주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수백명의 상가 소유자 입장이 저마다 다르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 관리인집회를 여는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국 구씨는 관리단집회 대신 290명의 구분소유자 중 44명이 모여 ‘관리인 해임 및 수익금 배분청구’ 등의 법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지난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부에서 관리인 해임 및 직무집행정지등가처분 1심 판결을 받고, 올 들어 2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법원은 현재 임시관리인을 파견한 상태다.

◇전기료 과다청구 의혹…세입자 “비싸도 항의할데 없어”

법원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관리인은 자신이 설립한 관리용역업체와 관리계약을 맺고 수년간 관리비를 횡령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차장과 건물 외곽상가 등 건물주 공용부분 수익금에 대한 분배를 하지 않는 것.

여기에 구씨측은 관리업체가 내야할 주차장 전기료를 세입자들에게 공용전기요금으로 전가해 관리비를 과잉징수 해왔다고 주장했다.

예컨데 이 상가의 공용주차장은 지난 2010년 한해에만 전기 7만4409kw(킬로와트)를 사용해 732만원의 전기료를 내야했다. 이를 기준해 관리업체가 지난 5년간 납부해야 할 전기료는 3600여만원인데 그 해 한푼도 내지 않았고, 2011년은 57만원, 2012년 100만원, 2013년 100만원 등 250여만원만 냈을 뿐이다.

한전에 내야할 전기료는 정해져 있는 만큼 주차장 전기료를 상가 세입자들에게 공용전기요금으로 떠넘기고, 전기료 부가가치세 2중 부과 등의 비리를 일삼은 것이라고 구씨는 주장했다.

이 상가에 세들어 있는 한 점포주는 “관리비 납입통지서에 관리비 명목이 세세하게 나와있지 않아 공용 전기료를 과다청구 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관리비가 비싸서 주인에게 문의해도 주인 역시 잘 모르는데다 관리인에게 항의하면 혹 점포를 빼라고 할까봐 우려돼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냈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150가구 이상 아파트에는 관리비 내역 기준 및 인터넷 홈페이지 의무 공개 등이 법에 보장돼 있어 이를 기준으로 주변 아파트와의 관리비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오피스텔과 상가 등의 집합건물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어 관리비가 터무니없이 비싸도 세입자들은 제대로 확인할 길이 없다.

◇현행 집합건물법…관리인 규제 및 견제장치 없어 '유명무실'

현행 ‘집합 건물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보면 관리인은 매년 1회 일정한 시기에 구분소유자에게 그 사무에 대해 보고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를 어길 경우 제제할 법적 조치가 마땅치 않은데다 회계 감사 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관리 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아울러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분쟁을 심의 조정하는 ‘집합건물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라고 나와 있지만 이 역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조정안에 그치기 때문에 피신청인이 조정에 불응하거나 합의안 수용을 거부하면 강제할 수도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 2013년부터 변호사, 회계사, 주택관리사 등으로 구성된 ‘집합건물 분쟁조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분쟁 처리 건수는 ‘0’에 불과하다. 여러 지자체 위원회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입자들이 민원을 제기한다고 해도 시나 구청 같은 행정기관이 회계장부 등을 강제로 조사할 권한이 없다”면서 “게다가 분쟁조정이 들어와 조정의견을 내도 신청인이나 피신청인 어느 한쪽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집합건물과 관련한 관리인의 비리가 드러날 경우 간간이 법적 소송전으로 번지기도 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아 대부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국회 개정안 발의 "지자체에 조사·감독 권한 부여해야"

이에 국회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집합건물법 손질에 들어갔지만 ‘사적재산’에 대한 ‘행정개입’ 논란 때문에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러다 이달 4일 지자체에 ‘집합건물 관리시스템’을 구축·운영하게 하고, 감독권한을 주는 내용의 개정안이 다시 발의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미경 의원은 “현행법상 관리인이 사무 보고 등의 의무를 다 하지 않아도 처벌할 방도가 없고, 관리인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기구인 ‘관리위원회’에는 현재 관리인도 들어갈 수 있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관리인들의 부정·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데, 이에 관리위원회에 관리인은 들어갈 수 없게 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가장 핵심인 ‘행정적 개입권한’을 지자체에 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박민 기자 (mypark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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