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스승의 날 맞이해 탈북 교사에게 건넨 질문은?
청원여고 '통일염원 스승의 날 기념식' 열어…남북 교사 한자리에
북한이탈교사들, 일일 교사로 위촉돼 학생들과 대화
"선생님! 북한에는 치킨이라는 음식이 있나요?"
"북한은 공산주의 국가인데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나요?"
"북한 친구들도 성교육이나 피임교육을 받나요?"
스승의 날인 15일 오후 서울 상계동 청원여고 1학년 4반 교실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여고생들 사이에서 그동안 궁금했던 북한에 대한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북한 학생들의 학교생활, 북한의 음식, 북한의 실상 등 주제도 다양했다.
이날 청원여고에서는 20여명의 북한이탈교사들이 참석한 ‘통일염원 스승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북한이탈교사들은 이날 하루 ‘일일 명예교사’로 위촉돼 직접 교실을 찾았다.
탈북 전 유치원, 소학교, 중등학교, 대학 교사로 근무한 이들 북한이탈교사들은 1학년 10개 반, 2학년 5개 반으로 각각 흩어져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시작했다.
1시간가량의 짧은 시간동안 북한이탈교사들은 북한의 학교생활과 교육환경, 실상에 대해 생생히 전달했고, 학생들은 호기심어린 눈으로 일일 선생님을 바라봤다. 질문할 기회가 주어질때면 학생들은 주저 없이 손을 들어 갖가지 질문을 던졌다.
1학년 4반에 배정된 북한이탈교사에게도 다양한 주제의 질문들이 쏟아졌다.
학생들은 닭고기를 기름에 튀긴 ‘치킨’이라는 음식이 북한에도 있는지, 노래방·당구장·PC방이 있는지, 학생들이 자유롭게 직업선택을 할 수 있는지 등 평소 북한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한 학생은 “북한 친구들도 성교육이나 피임교육을 받나요”라는 짓궂은 질문을 던져 한바탕 웃음이 일기도 했다.
북한이탈교사는 이 같은 질문에 대해 “닭을 가지고 요리는 하지만 치킨이라고 해서 따로 팔지는 않는다. 노래방이나 PC방 같은 경우는 평양에 있는 외국인들이나 고위층 자녀들만 몰래몰래 다니고 일반 사람들은 드나들기 어렵다. 그리고 북한에는 성교육이 따로 없다. 북한의 학생은 국가와 김일성 부자를 위해 공부를 열심히하고 부모에 효도하는 사람으로 자라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한 학생들은 이내 진지한 얼굴로 “북한에는 거지가 많다고 하는데 진짜 현실도 그런가요”, “북한에 있는 친구들도 저희를 보고싶어 하나요”라는 질문을 던져 교실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에 그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노숙자들이 있다. 남한에 비해 폐쇄적 사회다보니 자급자족이 힘들고 열악하다”고 답했고, 이어 “북한 친구들도 당연히 남한 친구들을 보고싶어 한다. 남한 친구들을 향한 간절한 마음을 담은 노래도 만들어 부르곤 한다. 북한 친구들도 통일을 바라고 있고, 오히려 통일에 대한 열기는 남한 학생들보다 더 뜨겁다”고 말했다.
대화가 거의 마무리될 즈음, 그는 학생들을 향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아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통일을 이루자’라는 소절을 노래했고, 학생들은 하나 둘 그의 음에 맞춰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수줍음 가득한 얼굴의 17살 앳된 소녀들과 북한이탈교사는 한목소리로 통일을 노래했다. 이들의 청아한 목소리는 교실을 넘어 복도에까지 가득 울려 퍼졌다.
1학년 4반 김소향 양은 북한이탈교사와의 대화에 대해 “북한에 대한 궁금증을 많이 풀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양은 “북한 선생님이 저희를 진짜 제자들처럼 너무 예뻐해 주셔서 마음이 따뜻하고 너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북한이탈교사 역시 이날 학생들과의 대화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북한에서 교사생활을 했었는데 여기 와서 일일 체험을 해보니 감회가 너무 새롭다”면서 “오늘 학교에 와보니 ‘역시 남북한은 하나다’라는 것을 느꼈다. 북한이나 남한이나 스승에 대한 예의나 마음가짐은 바로 서있다는 생각을 했다. 빨리 통일이 돼 남북학생들이 함께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앞서 기념식에서 북한이탈교사의 가슴에 꽃을 달아주는 한편,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은 편지를 낭독하기도 했다.
북한이탈교사들은 학생들이 미리 준비한 꽃을 들고 걸어와 왼쪽 가슴에 달아주자 함박웃음을 지어보이며 고마움을 표했다. 실제 몇몇 선생님들은 꽃을 달아준 학생을 끌어안거나 손을 잡아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학생대표로 편지를 낭독한 청원여고 2학년 김소양, 1학년 고효민 양은 “먼 이야기였던 통일이 어느새 제 염원으로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며 “북한 친구들을 가르쳤던 선생님들이 저희와 함께하는 이 시간으로 회한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면 오늘 자리가 정말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오늘의 날갯짓이 통일 한국의 미래를 더욱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면서 탈북 선생님들을 향해 “사랑합니다”라며 손으로 하트모양을 그려보였다.
남한 교사와 학생들의 환대에 일부 탈북 선생님들은 기념식 진행 도중 감격에 겨운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기념식에서는 북한이탈교사와 남한교사가 함께 자리를 섞어 앉는 화합과 통일의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강당 좌우로 나눠 앉아있던 교사들은 “합석하라”는 사회자의 말에 어색한 듯 서로를 바라보며 멋쩍은 웃음을 짓다가도 곧 서로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남북 교사들이 함께 섞어 앉는 이 같은 모습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신완순 청원여고 교장은 “스승의 날을 맞아 남북한 교사가 한 자리에 모여 뜻 깊은 행사를 한 것은 우리 마음속에 통일에 대한 염원이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며 “선생님 세대는 통일을 노래하지만 학생 세대는 통일 한반도에서 꿈을 펼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통일이 돼 남북 학생과 교사들이 한데 모여 스승의 날 기념식을 같이할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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