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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로에서 문재인에 X자 "서울로 올라가브러"


입력 2015.05.18 07:20 수정 2015.05.18 10:50        광주 = 데일리안 문대현 기자

<현장>"뻔뻔" 5.18 전야제서 일부 시민들 거센 항의

"세월호 유가족 있다"며 김무성에는 물세례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광주민주화운동 전야제에 참석하기 위해 행진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장현 광주시장, 김정길 5.18행사위원장, 문 대표, 차명석 5.18기념재단 이사장, 강기정, 유승희 의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광주민주화운동 전야제에 참석하기 위해 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광주 방문에 반대하는 시민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광주민주화운동 전야제에 참석한 가운데 광주 방문에 반대하는 시민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7일 5·18 민주화운동 35주년 전야제에 참석했다가 일부 시민의 거센 항의를 받고 표정을 굳혀야만 했다. 동일한 시각, 같은 장소에 자리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역시 다를 바 없었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 6시, 광주공원에서 시작해 구성로와 충장로를 거쳐 금남로에 이르는 ‘민주대행진’에 참석했다. 행진에는 문 대표와 함께 유승희 최고위원, 유은혜 대변인, 김현미 대표비서실장 등 18명의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이 함께했고 천정배 무소속 의원도 모습을 비췄다.

문 대표의 이번 일정은 지난 4·29 재보궐선거의 참패로 야당을 향한 광주시민의 민심이 극도로 악화된 가운데 이루어진 터라 현장에서의 거센 항의가 예상됐다.

하지만 행진 초반에는 큰 탈 없이 진행됐다. 문 대표는 행진을 하며 사회자의 진행에 맞춰 ‘민주를 노래하라, 통일을 노래하라’며 구호를 외쳤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기도 했다. 그런 문 대표를 향해 한 시민은 ‘대표님, 국민을 믿고 뚜벅뚜벅 걸으십쇼’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 보이며 지지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나 옛 전남도청을 따라 펼쳐진 금남로에 이르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경찰추산 약 1만 명이 운집한 금남로에는 ‘문재인 힘내세요. 파이팅’이라며 문 대표에게 힘을 주는 시민도 있었지만 일부는 큰 목소리로 항의하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 시민은 전야제 현장으로 천천히 걷고 있는 문 대표를 향해 “민주반역자 묘지에 참배하는 자가 어떻게 여기에 올 수 있냐”며 고함을 질렀다. 지난 2월 당대표 취임 직후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아가 참배한 문 대표를 질타하는 목소리였다.

또 다른 시민은 “새누리연합당(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은 싫다. 너희들이 무슨 국민을 위한다는 것이냐. 지저분한 XX들”이라고 거친 말을 뱉었다. 한 시민은 “니들 뭐하냐! 새민련 각성하라”고 일침을 놓았다.

현장에서 만난 전모 씨는 “오늘 같은 날 저런 사람(문 대표)이 오면 5·18 정신이 퇴색된다”며 “작년과 올해 재보선에서 참패한 새정치연합이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이라면 책임을 져야지 뻔뻔하게 여길 오나. 문 대표를 반기는 광주시민도 반성해야 한다”라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문 대표 앞에 서서 양손으로 ‘X’자를 그리며 무언의 압박을 가한 시민도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또 다른 시민 2~3명이 문 대표와 야당 의원들을 향해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이를 막으려는 현장 관계자와 시민, 취재진이 뒤엉켜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이 광경을 지켜 본 한 시민은 “5·18 행사인데 정치인들이 왜 와. 얼른 서울로 올라가브러”라고 손가락질을 했다.

"신성한 금남로에 어찌 여당 대표가" 거센 항의에 김무성 퇴장

이와 함께 전야제에 참석한 김 대표도 시민의 거센 항의에 자리에 앉은 지 30분도 채 안 돼 다시 일어서야 했다. 김 대표와 새누리당 당직자 10여명은 오후 7시경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무대 앞에 착석했다.

그러나 무대에서 행사를 진행하던 한 사람이 마이크를 잡고 “앞에 김 대표가 와 있다. 금남로의 불청객이 되지 말라고 했는데 여기에 온 이유가 뭔가”라며 “1991년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국면전환하려는 정원식 국무총리와 같은 의도가 아니고서야 어찌 이 곳에 올 수 있나. 신성한 금남로에 집권여당의 김무성 대표가 올 수 있는건가”라고 외쳤다.

이어 “이 자리에는 세월호 유가족들도 있다. 좋은 말 할 때 나가라”는 그의 경고와 함께 참가자들은 “김무성 나가라!”를 연호하기 시작했고 결국 김 대표는 자리를 떠야만 했다. 일부 시민은 김 대표에게 생수통에 담긴 물을 뿌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35년 전 일어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여야의 당대표가 모두 참석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현장의 혼란스러움 속에 행사장은 난장판으로 변했고 이로 인해 대다수 시민은 눈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한편, 문 대표는 행사장에서 최근 당 지도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자당 소속 박지원 의원과 어색한 만남을 가졌다.

박 의원은 행진 이후 행사장에 앉아 있는 문 대표의 곁으로 먼저 다가가 옆 자리에 착석해 함께 전야제를 감상했다. 두 사람의 어색한 만남은 문 대표가 박 의원에게 “내일 망월동 5·18 민주화운동 구 묘역을 참배한다”며 먼저 자리를 뜨며 얼마 못 가 마무리됐다.

박 의원은 행사에 앞서 자신의 SNS를 통해 “아직도 우리당 지도부가 당의 위기 상황을 이렇게 안이하게 파악하는가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쇄신 논의 결과 내용을 보더라도 시간벌기 물타기가 아닌가 의심스럽다”라며 “혁신기구 진행 과정 내용에 대해서는 그 누구로부터 소통이 없었다”고 질타한 바 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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