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의 느닷없는 '반기문 대망론' 왜?
개성공단 방문 추진 우회적 비판?
유엔 사무총장 임무 충실할 것 주문했다는 평가
미국의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한국 대통령 선거 출마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을 들고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반 총장 본인은 계속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다.
포린폴리시는 지난 26일(현지시간) 홈페이지 첫 화면에 '반기문 대통령? 유엔 사무총장, 아시아 회귀에 중점'이란 제목의 칼럼을 게재하고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 불을 지폈다. 그러면서 "반 총장은 한국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없다지만,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부제를 달고 반 총장의 대권 가능성을 분석했다.
포린폴리시는 칼럼에서 "내년 말 두 번째 임기가 끝나는 반 총장은 대통령에 대한 욕망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지난주 서울에 갔을 때 그는 잠재적 대통령으로 대우를 받았다"고 썼다.
아울러 한국 내에서 반 총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반 총장이 "나는 정치적 포부가 없으니 제발 좀 그런 질문은 하지 마라.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추측이나 여론조사에 넣는 것도 말아달라"고 밝혔다고 적었다.
포린폴리시는 특히 한길리서치 여론조사를 인용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13.5%의 지지율밖에 못 얻었는데, 반 총장은 39.7%를 기록해 다른 모든 대선주자를 압도하는 등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으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한편 포린폴리시는 이같이 '반기문 대망론'에 집중한 이유를 최근 반 총장이 한국을 방문한 것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모국이기는 하지만 한 국가를 닷새 동안 방문한 것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는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개성공단 방문을 마지막 일정으로 잡은 것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를 발표하고,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등 한·미와의 갈등이 최고조인 시점에 방문하려고 한 점에 초점을 뒀다. 남북 갈등을 중재·해소하는 역할을 이번에 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포린폴리시가 왜 이 시점에서 반 총장의 '대망론'에 주목하면서 칼럼을 게재했는지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포린폴리시는 '반기문 대망론'에 대한 논의가 일어난 이유를 반 총장의 한국 방문이라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방문을 추진한 것에 대해서도 대권 도전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미를 부여한 듯 하다.
특히 반 총장이 개성공단을 방문한다는 내용이 나왔을 당시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는 점에서 포린폴리시가 이런 점을 지적하기 위해 칼럼을 게재한 것이 아닌가하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반 총장이 개성공단 방문을 통해 남북 갈등을 중재·해소하는 역할을 하고 대권에 도전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한 것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면서 반 총장이 임기 말까지는 한국 정치에 관심을 두지 말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임무에 충실할 것을 우회적으로 주문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포린폴리시에 실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 석좌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다.
빅터 차 한국 석좌는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말 그대로 혈투가 벌어지는 한국 정치에서 반 총장이 이를 통합하는 인물이 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이른바 '시궁창' 정치에 반 총장이 뛰어들어 세계적 지도자라는 명성을 위태롭게 만들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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