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대책본부장' 자처한 박원순, 정작 행정 처리 '꽝'
격리자 정보유출·공무원시험 형평성 등 논란 불거져
35번 환자 병세 악화되자 가족들 "박 시장 때문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메르스대책본부장을 자처하고 나서며 연일 '시민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외치고 있지만, 정작 서울시의 메르스 대응과 이에 따른 행정 처리에 허술함이 드러나면서 박 시장의 '무능'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박 시장은 4일 늦은 밤 긴급 브리핑을 개최하고 정부의 메르스 대응을 문제 삼으며 "서울시의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해서 메르스 확산을 방지하고 시민 안전을 지키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날 "서울시 자체적으로 더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나가겠다”면서 “이 시간 이후부터는 직접 대책본부장으로 진두지휘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후 서울시의 메르스 대응과 행정 처리에는 여러 가지 허점이 발견됐다.
지난 8일 서울시 홈페이지에는 박 시장의 명의로 '메르스(MERS) 대응관련 자가격리통지서 발부계획' 문서와 자가격리 대상자의 신상정보가 포함된 엑셀파일이 게재됐다. 해당 파일에는 지난달 30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35번 환자)가 들른 재건축조합 총회에 있던 150여명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등이 포함됐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밤새도록 방치해뒀다 하루가 지난 9일 오전에야 삭제 처리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담당자가 실수로 비공개 설정을 하지 않아 일시적으로 문서가 공개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확진 환자는 물론 격리자의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겠다'고 강조하던 서울시가 정작 보호돼야 할 시민들의 신상을 유출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특히 35번 환자와 관련해서는 서울시가 사전 확인 없이 환자의 동선과 접촉자 수를 구체적으로 발표하면서 환자와의 진실 공방이 불거진 바 있다. 현재 위독한 상태로 알려진 35번 환자의 가족들은 '서울시 발표로 인해 환자의 스트레스가 가중돼 면역력이 약해졌다'며 박 시장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부담을 느낀 듯 박 시장은 앞서 "메르스 전염이 의사와 병원의 부주의 탓으로 오해가 야기됐을 수도 있다"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일 박 시장의 긴급 브리핑 이후 '120 다산콜센터'와 '메르스 핫라인'에 의심 증상을 묻는 시민들의 전화가 폭주하는 등 혼란이 빚어졌지만 정작 서울시는 한참 뒤인 10일에 일반감기와 메르스 감염 증상을 헷갈려하는 시민들을 위해 전담병원을 지정·운영키로 했다.
메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지 6일이 지나서야 자치구 보건소 25곳, 시립병원 8곳, 국립·공공병원 2곳 등에 진료소를 설치하고 진료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 와중에 서울시 산하 서울의료원의 진료부장은 소속 의사 90명에게 '메르스 환자를 받지 말라'는 메일을 보낸 것으로 밝혀져 또 다시 논란이 야기됐다. 서울의료원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가장 큰 규모의 병원이자 정부 지정 메르스 진료병원 중 하나다.
개인정보 유출과 서울시 산하 의료기관의 메르스 환자 거부 지침 발송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자 결국 박 시장은 11일 자치구정장과의 연석회의에서 사과의 뜻을 표했다.
박 시장은 "해당 의료진의 개인적인 견해였고 서울의료원의 공식 입장이 아니었다"며 "문제가 됐던 서울의료원의 진료부장을 즉각 보직 해임했다"고 밝혔다. 또 격리자 신상 노출에 대해서도 "철저히 모니터링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박 시장의 공언과 사뭇 다른 서울시의 허술한 행정 처리 문제는 시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서울시는 메르스와 관련한 정보공개 기준을 마련하지 않다가 일부 자치구청이 1차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의심 환자의 발생 상황을 공개발표하거나 확진환자의 동선을 상세히 공개하자 부랴부랴 10일 브리핑에서 “메르스 관련 정보공개는 서울시로 일원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간 공조에 엇박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 서울시공무원시험과 관련해서도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서울시는 13일로 예정된 공무원 시험을 그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자가격리자에 한해서는 자택에서 시험을 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일부 수험생들 사이에서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현재 수험생들은 동일한 조건에서 시험을 치르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시험 감독관이 배치된다 하더라도 집안 곳곳에 장치를 숨겨놓는 등 부정행위 소지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여전히 공무원시험을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역사회 감염이 나올 경우 공무원시험을 중단하겠다'는 조건을 걸어 추후 시험날짜가 변경될 가능성도 있는 상태다.
때문에 실제 온라인상의 공무원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는 '불가피한 사유로 공고된 내용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시험 실시일 7일 전까지 그 변경된 사항을 공고하여야 한다'는 지방공무원임용령 제62조를 언급하며 서울시의 안일한 행정 처리를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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