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어맨다 녹스…친구 살해한 혐의 여성 '무죄' 확정

재판부, A 씨 주장 의문스럽지만 B 씨 상처 지혈돼 있어

동거하던 친구를 흉기로 찌르고 불을 질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은 20대 여성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현존건조물방화치사와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28)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A 씨는 1심에서 징역 18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2심은 무죄로 1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이탈리아 유학 중 룸메이트 살해 혐의로 기소돼 징역 26년을 선고받았다가 올 3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미국 여성 어맨다 녹스 사건과 닮은꼴이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11년 9월 불이 난 빌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B 씨가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다. 목격자도, 직접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검찰은 친구 A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A 씨는 B 씨의 애완견을 죽이고 정체불명의 음료수를 마시게 해 실신케 한 전력이 있었다.

검찰은 A 씨가 B 씨를 찌른 뒤 B 씨의 휴대전화로 신나 등을 주문해 불을 지른 후 도망쳤다고 봤다.

이에 A 씨는 B 씨가 보험금으로 빌린 돈을 갚으려고 자해를 했다고 주장했다. 불을 지른 것도 B 씨라고 했다.

재판부는 B 씨가 자해했다는 A 씨 주장에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B 씨의 상처가 지혈된 상태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아울러 A 씨가 입고 있던 옷에서 불에 그슬린 흔적이 없어 화재 당시 근처에 있지 않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