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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앞둔 '프로듀사' 기승전연애 아쉽네


입력 2015.06.19 09:39 수정 2015.06.19 09:40        부수정 기자

후반부로 갈수록 주연 배우 러브스토리에 치중

시청률 잡았지만 기획 의도 못 살렸다는 지적

종영을 앞둔 KBS2 '프로듀사'의 한 장면.KBS2 '프로듀사' 화면 캡처

"승찬♥예진 어울려요" vs "'백신(백승찬+신디)' 커플 응원합니다" vs "예진♥준모 커플이지요"

종영을 앞둔 KBS2 예능 드라마 '프로듀사'의 시청자 게시판엔 자신이 지지하는 커플을 이뤄달라는 시청자 글이 빗발친다. 가령 "백신 믿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오면 "예찬(예진+준모)보다 '백신'", "공감합니다", "승찬♥예진"이라는 댓글들이 연이어 달리는 식이다.

게시판만 보면 '프로듀사'는 로맨스물이다. 시청자들은 주인공들의 러브 스토리에 관심을 보이며 "내가 지지하는 커플이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로듀사'는 차태현 공효진 김수현 아이유 등 톱스타들의 캐스팅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됐다. 아울러 KBS 대표 개그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의 서수민 PD가 기획한 첫 예능형 드라마이자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작가와 한류스타 김수현이 다시 만난 작품이다.

이미 화제성을 구축한 상태에서 시작했고, 이름값 있는 스타들의 출연으로 시청률 역시 보장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15일 첫 방송에서 시청률 10.1%(닐슨 코리아·전국 기준)를 기록, KBS 금토드라마의 성공을 알렸고 최근 방송에서는 자체 최고 시청률 14.6%를 나타내며 승승장구했다.

드라마는 특히 준모(차태현), 예진(공효진), 승찬(김수현), 신디(아이유) 등 갈피를 못 잡는 네 남녀의 러브라인에 중점을 두면서 시청자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편한 친구 사이인 것 같으면서도 연인처럼 서로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준모와 예진, 그리고 선배 예진을 향한 승찬의 순애보, 까칠한 얼음공주 신디의 마음을 녹인 승찬의 따뜻한 마음씨는 시청자를 설레게 했다.

사랑, 연애 이야기는 언제나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김수현이 1시간 넘는 시간 동안 펼치는 어리바리하면서도 한 방 있는 연애 방식은 "역시 김수현"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알다가도 모를 네 남녀의 마음과 이뤄질 듯 말 듯한 '사랑의 짝대기'는 시청자들을 상대로 '밀당'(밀고 당기기)을 펼친다. 뻔하지만 뭐 어쩌랴. 일단 재밌고, 결말이 궁금하니까 빠져든다.

종영을 앞둔 KBS2 '프로듀사' 포스터.ⓒ KBS

하지만 드라마를 보는 시선은 좋지만은 않다. 일단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 지겹도록 선보인 '기승전연애(무조건 연애로 끝맺는 드라마 전개를 뜻함)'라는 것이다.

'프로듀사'의 기획 의도를 살펴보자.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밤샘회의에 촬영에 편집에 마라톤을 뛰고도 시청률 떨어지면 밥버러지 취급을 받으니 오늘이라도 '너나 가져라' 하고 싶지만, 그래도 차마 그럴 수 없는 소중한 KBS 출입증. 그거 목에 걸고 오늘도 여의도 18번지 6층으로 출근하는 PD 아닌 직장인들의 사무실 이야기."

사실 극 초반부에는 기획 의도와 잘 맞았다. 신입 예능 PD 백승찬을 중심으로 선배 PD 예진과 준모가 연출하는 프로그램의 뒷이야기와 PD들의 애환을 적절하게 풀어냈다. 그러나 극 중반부에 이르러 예진을 향한 승찬의 마음이 갑자기 커져 버리면서 직장인의 이야기가 아닌 주인공들의 '그 흔한 러브 스토리'로 전락해버렸다.

예진은 준모를 좋아하고, 준모의 마음은 모르겠으나 예진에게 마음이 있는 게 확실하고. 승찬은 그런 준모가 비겁하게만 보이고, 그러다 예진에게 기습 뽀뽀를 하고. 톱여가수 신디에겐 신입 PD 승찬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다니. PD 이야기로 시작한 드라마는 후반부에 다다르자 이 얼키고설킨 사각관계에 대부분의 분량을 할애한다.

'프로듀사'만은 "신선한 드라마가 될 것 같다"는 시청자들의 바람은 "한국 드라마는 어쩔 수 없는 사랑 이야기"라는 실망으로 바뀌었으니. 차태현 공효진 김수현 아이유의 조합이라면 '진부한 이야기보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고, 메시지를 던지는 드라마를 만들 수 있겠지'라는 기대는 사라진 지 오래다.

시청자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20대 남성 시청자는 "'프로듀사'가 러브라인을 재밌게 그린 건 맞다"면서도 "드라마가 무엇을 나타내고 싶은지 와 닿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네이버 아이디 byea****를 쓰는 한 누리꾼은 "우리나라 드라마는 결국 다 연애 이야기"라고 꼬집었고, jghg**** 역시 "배우들 연애질이 다인 드라마"라고 지적했다.

lee8****는 "'기승전연애'는 '프로듀사'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라며 어떻게 해서든 러브라인을 끼워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지상파 드라마의 한계라고 짚었다.

walm****는 "배우들 이름값엔 못 미치지만 초반에 나름 재밌었다. 근데 극이 흐를수록 멜로 비중이 커져서 전형적인 로코물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배우들 분량에 아쉬움을 드러낸 누리꾼들도 있었다. 한 시청자는 "김수현 드라마인 줄 알았다"고 했고, 또 다른 시청자는 "주연 배우 중 한 명은 카메오급"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특정 배우 때문에 참고 본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건 '프로듀사'가 탄탄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미드나 영드에 열광하는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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