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메르스 포비아' 한달간 세대별로 두려움 달랐다


입력 2015.06.21 10:00 수정 2015.06.21 10:00        하윤아 기자

"아이 감염될까 불안해요" WHO 권고에도 휴교령 지지

"무서워서 밖에도 안나가요" 고령자 사망률 높자 공포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 가족이 마스크를 쓴 채 관광 지도를 살펴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연령별로 이번 메르스 사태를 인식하는 모습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본격적인 출산·육아기인 30, 40대는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대체적으로 자녀와 연관된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고, 50, 60대의 경우에는 메르스에 대한 불안과 공포 심리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3040 “저보다는 우리 애들이 걱정이죠. 근데 휴교 문제는...”

출산·육아기에 접어든 30대 후반과 40대는 이번 메르스 사태와 자녀 양육 문제를 결부하면서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약한 어린 자녀를 우려하는 모습이었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물론 초·중·고교 휴업과 관련한 정보에 특히 관심을 가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3일간 전국 만19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같은 '3040'들의 우려가 나타난다.

해당 여론조사에 따르면 ‘메르스로 인한 휴업·휴교, 적절한 조치인가?’라는 질문에 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3040' 세대가 "적절한 조치였다"고 응답한 비율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30대 응답자는 68%, 40대 응답자는 69%가 메르스로 인한 휴교·휴업에 대해 ‘적절한 조치’라고 응답한 반면, 50대 응답자는 절반에 해당하는 52%가, 60대 이상 응답자는 53%가 ‘지나친 조치’라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자녀의 감염을 우려하는 3040 세대의 심리가 표출된 셈이다.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휴교령이 내려졌던 경기 수원의 한 중학교에 두 자녀를 보내고 있는 최모 씨(48)는 “아직 학생들이 감염된 일이 없다고 해도 혹시 학교에서 옮지는 않을까 그런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메르스 확산에 대한 공포도 있었지만, 맞벌이를 하는 사정상 학교 휴교령도 반갑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최 씨는 “메르스도 메르스지만 갑자기 아이들 둘이 한꺼번에 집에 있으니까 끼니 걱정도 해야 하고 신경이 쓰여 일이 손에 잘 잡히질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의 휴교령이 철회되고 각 학교의 자율적 선택에 따라 휴교 여부가 결정되는 현재까지도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 휴업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앞서 교육당국의 휴교령이 내려질 당시 이들은 교육기관의 갑작스러운 휴업 통보에 당장 아이를 돌볼 사람을 구하는 부분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현재 5세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고모 씨(35)는 “일요일 저녁에 갑자기 ‘메르스 감염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어린이집을 휴원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는데 너무 당황스러웠다. 아내가 지금 만삭이라 아이를 돌보기 힘든 상황이어서 급히 지방에 계신 장모님을 모셨다”고 말했다.

5060 “병원은 무서워서 못 가겠고 웬만하면 밖에도 안 나가”

50대 이상 연령대는 지금까지의 메르스 사망자 대부분이 고연령이라는 점을 감안해 메르스 감염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이들은 메르스 확산에 상당한 우려를 표하면서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기본 위생 수칙에 더욱 신경 쓰거나 최대한 바깥 외출을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현재까지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 총 23명 가운데 60대가 8명(35%)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70대 7명(30%), 50대 4명(17%), 80대 3명(13%) 순으로 집계됐다.

경기 화성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강모 씨(54)는 “어딜 나갈 때마다 마스크는 꼭 착용하고 얼마 전에는 마트에서 휴대용 손 소독제도 사서 꼭 가방에 넣고 다닌다”며 “원래 지난 주말에 모임에서 울릉도 여행을 가기로 했었는데 불안해서 다음으로 미루고 웬만하면 밖에 잘 안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강 씨는 이어 “지금까지 나온 사망자들 보면 나이가 많은 사람들 아닌가”라며 “내 나이 또래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많아서 (메르스) 공포가 더 심하고 많이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50대 이상 연령대는 병원을 기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병원 내 감염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불안감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 안양에 거주하는 이모 씨(60)는 “메르스 절정이라고 할 때 어머니가 아프셔서 대전에 있는 한 병원에 입원하셨다”며 “근데 대전이 메르스 환자가 있는 곳이라 불안하기도 하고 다행히 어머니도 위급한 상황이 아니어서 아내랑 조금 고민하다가 결국 2~3일 뒤에 내려갔다”고 말했다.

이밖에 경기 오산에 거주하는 최모 씨(56)는 “얼마 전에 허리를 삐끗해서 검사도 받고 물리치료도 받으러 근처 종합병원에 다녔다”면서 “근데 수원, 평택 이쪽 지역이 계속 언급되니 가까이 사는 사람으로서 솔직히 병원에 가서 괜히 병만 더 얻어오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결국 최 씨는 모든 병원 진료 예약을 취소하고 현재 자택에서 얼음찜질로 허리 통증을 관리하고 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하윤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