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운찬에 러브콜? "대선 때 우리에게 왔으면"

민주정책연구원 '한국경제, 어떻게 살릴 것인가' 특강

새정치연합과 경제노선 다르지 않아…충청도 출신이란 점도 강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정치민주연합 민주정책연구원에서 열린 '한국경제, 어떻게 살릴 것인가' 특강에서 문답을 주고 받은 뒤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향해 에둘러 '러브콜'을 보냈다.

문 대표는 19일 당 주요 인사들과 함께 민주정책연구원에서 정 전 총리의 '한국경제, 어떻게 살릴 것인가'라는 제목의 특강을 들었다. 특히 이날 강연에서 문 대표는 정 전 총리를 향해 "지난 대선에서 김종인 박사가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경제민주화 정책을 주도했듯 (정 전 총리가) 저희 쪽에 와 동반성장의 전도사 역할을 해줬다면 저희가 좀 더 지지를 받지 않았겠느냐"며 아쉬움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야권의 대선주자로도 꼽혔던 정 전 총리를 향해 이 같은 언급을 한 것과 관련 일각에서는 새정치연합에서 정 전 총리를 영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 전 총리의 경제노선이 새정치연합과 별반 다르지 않고 정 전 총리가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를 쥐는 충청도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해석은 힘을 얻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를 맡고, 세종시 수정안을 주도하며 야당과 사이가 벌어졌지만 꾸준히 야권인사들과 만남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리는 문 대표가 후보로 나섰던 2012년 대선 당시에도 입장발표문을 통해 "문 후보의 공약을 읽어보고 직접 만나보니 동반성장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문 대표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문 대표의 아쉬움이 담긴 발언에 "2012년 대선 때 문 후보가 초과이익 공유제에 찬성하는 말씀을 하셨다. 적어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이 같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때 야당이 경제민주화를 선점했어야 하는데 김 박사에게 이슈를 빼앗기면서 마치 여당의 이슈처럼 됐다"며 "경제가 어려울 때 야당이 선공을 해야 한다. 이슈를 선점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하지 않으니 야당이라도 하라'고 해봤더니 '할일이 많아서'라고 답하더라"고도 비판했다.

한편 정 전 총리는 이날 강연에서 "그동안 경제성장을 주장하면서 대기업으로부터 '빨갱이', '급진좌파'라는 비판도 받았다"며 "그럼에도 동반성장이 한국경제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정부 들어 경제팀의 정책을 보면 규제타파, 소비촉진 정책이다. 양극화 문제에는 관심이 많지 않다"며 "성장 성과도 미미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정 전 총리는 새정치연합이 주장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날렸다. 그는 "정책 방향은 옳지만 성공할 것인지는 걱정"이라며 "기업 입장에서 한 번 올라간 임금은 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임금을 인상해주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임금을 올려주더라도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소비가 늘어나겠는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