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엘리엇과의 표 대결 유리한 국면 확보하나

KCC 의결권 보존과 합병 정당성 인정 향후 표 대결에서 긍정적

국민연금의 선택이 남아 있는 최종 변수

삼성물산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서 잇달아 승소하면서 합병의 정당성과 합법성을 인정받았다. 법원의 결정으로 찬반 입장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 확보에도 유리하게 작용해 임시주총에서의 표 대결에서도 자신감을 얻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용대 민사수석부장)는 7일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KCC를 상대로 낸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합병 자체가 회사나 주주 일반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어야 지분매각도 불공정하다고 할 수 있다"며 "이번 합병은 삼성물산의 매출 성장세가 침체된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은 KCC에 매각한 자사주 899만주(5.76%)에 대한 의결권을 보전할 수 있게 돼 약 19.95%의 우호지분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국내 기관투자자들(10.19%)의 경우, 대부분 제일모직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합병 성사 후 수익 메리트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가 합병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또 법원으로부터 합병에 대한 정당성과 합법성을 부여받으면서 일반 소액주주(25.02%)들도 찬성으로 이끌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한 상태다.

현재 엘리엇(7.12%)을 비롯, 네덜란드연기금(0.35%), 메이슨(2.2%), 일성신약(2.37) 등 합병 반대 입장을 표명했거나 반대 가능성이 높은 지분을 모두 포함하면 약 12% 수준이다. 여기에 국제의결권자문기관인 ISS 보고서의 반대 권고 입장으로 나머지 외국인투자자(26.68%) 지분 중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보여 현재까지의 표 대결은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결국 승부는 국민연금의 선택에서 갈릴 전망이다. 자사주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으로 KCC의 의결권이 그대로 인정되면서 표 대결에서의 모든 변수가 사라진 상황이어서 국민연금의 선택은 표 대결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삼성물산 지분 11.61%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11.21%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이 인정되지 않는 지난 11일 이후 삼성물산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서 합병 찬성에 대해 무게감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SK-SK C&C 합병건에 대해 ISS가 찬성했음에도 반대 의견을 표명한 사례가 있어 어떤 선택을 할지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번 주 내로 찬반 의견을 밝힐 예정인 국민연금이 합병을 찬성하면 삼성물산은 약 40% 가량의 우호지분을 확보해 합병 성사가 유력하다. 반면 합병 반대로 돌아서면 공개된 찬반 비율마저 비슷해지고 남은 지분 중에서는 외국인 지분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합병 성사가 매우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가처분 신청 기각으로 국민연금이 남아 있는 유일한 변수가 됐다"면서 "찬반 선택에 대한 국민연금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