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잡힌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최대의 적은 국회?
성패 달린 '은산분리'…입법 과정에서 진통 예상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의 성공여부는 은산분리에 달렸다. 현재로서는 한 발짝 나가기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방안을 확정했지만, 기대만큼 새로운 바람이 불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 시대의 문을 열 열쇠를 국회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IT와 금융이 융합한 ‘진짜 인터넷은행’이 출범은 은행법을 비롯해 관련 제도를 개정해야 가능하다. 그래야 다음카카오 등 IT에 기반한 기업이 기술을 접목하고, 유통이나 인터넷포털, 카드, 통신, 인터넷상거래, 소셜커머스 기업 등도 기술력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인터넷은행의 성패는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 완화 여부에 달려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 우회로 택해…'진짜 인터넷은행'은 다음에
정부는 일단 국회에서 벌어질 정치적 논란을 피해 ‘우회로’를 택했다.
금융위원회는 우선 현행법상 은산분리 제도 하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이 가능하도록 1~2업체에 대해 시범 인가를 내줘 출범시킨 뒤 법 개정 추이에 따라 추가 인가하는 단계적 접근을 선택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산업자본이 주도하는 인터넷은행은 다음 단계로 미룬다는 계획이다.
이미 2002년과 2008년 두 차례의 인터넷전문은행 제도도입 움직임이 있었지만 은산분리 논란에 묻혀 모두 무산됐다. 그만큼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고, 정치적으로도 뜨거운 이슈다.
"'은산분리 반대' 김기식 의원이 있는 한 불가능하다"
야당은 벌써부터 은산분리 원칙을 허물어뜨리는 인터넷은행 설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기식 의원은 “금융위의 방안은 사금고화 위험이 높은 기업들이 자유롭게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은행법 개정안이 넘어와도 야당은 심사 자체에 응할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참여연대도 논평에서 “은행법이 산업자본에 대한 강력한 소유규제를 하는 이유는 재벌의 횡포만을 걱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경영진이 다른 사업을 위해 은행 자금을 사용하려는 산업자본 일반이 갖는 속성 때문”이라며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참여연대와 김기식 의원이 국회에 있는 한 금산분리 법안 개정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며 “실질적인 의미의 인터넷은행 출범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논란 반복하다가 흐지부지 될 건가..."
정부는 이번에 내놓은 방안을 토대로 은행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인터넷은행의 공을 국회로 넘긴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과거처럼 논란만 반복하다가 흐지부지될게 뻔하다”는 것이다.
시간을 끌수록 인터넷전문은행의 국내 안착 가능성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현재 금융당국의 방안대로 금융사 주도로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작되면 자회사 한 개가 늘어나는 정도에 불과해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비자도 금융도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인터넷뱅킹과 차별화가 없어 경쟁력과 수익성이 불투명하고 부실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라도 진입장벽을 낮춰 전문영역에 특화된 은행 설립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며 “도입 시 인·허가 과정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면서 사업모델별 업무범위의 차등화, 은행-비금융회사 간 제휴 활성화 등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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